햇순, 공동체성서연구

 

 


02/2012

 

 

 

 

 

 

 

 

 

 

 

 

  현장의 소리

 

진정한 나를 발견하기 위한 볍씨 아이들의 고군분투

 

  볍씨와 에니어그램(2)

 

 

 

 

 

 

 

 

 





조순애

광명YMCA볍씨학교
my-lord__jesus@hanmail.net






 


여덟 살. 조그마한 돌멩이, 이쁜 단풍잎, 매끈한 나무 조각들을 지나치지 않고 보물로 여길 수 있는 나이. 열일곱 살. 열정을 품은 채 이제 막 철 들어 세상 속으로 나아가려는 나이. 볍씨에 입학하는 여덟 살 때부터 볍씨를 졸업하는 열일곱 살에 이르기까지, 9년 동안 볍씨 아이들은 많은 것들을 배우며 자라갑니다. 일하는 법, 공부하는 법, 관계 맺는 법, 노는 법, 살림 사는 법 등……. 그러다보면 아이들은 밥상을 차리고 옷을 지을 줄 알게 되고, 예로부터 전해 오는 지혜들을 얻게 되고,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게 되고, 흥을 풀어내며 즐길 줄도 알게 되지요. 하지만 볍씨 배움 과정은 이런 행위들을 익히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는 않습니다. 이 모든 것은 나를 알고 나답게 살아가는 과정을 배우기 위한 매개이지요. 볍씨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그래서 어떤 느낌이 들었어?”, “왜 그랬을까?”, “네가 지금 하고 싶은 게 뭐야?”, “네 속에 어떤 마음이 있었던 걸까?”, “그 마음은 어디에서 온 걸까?”, “전에도 이런 상황에서 비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니?”와 같은 종류의 질문을 많이 듣습니다. 일상에서 나를 직면하고 때론 깊게 들여다보면서, 아이들은 ‘내 빛깔 찾기’에 공을 들입니다.

자기 보기 훈련은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은 이런 작업들을 시작해요. 내가 평소에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객관적으로 보면서 패턴을 찾아보기, 부모님을 한 발자국 떨어져서 인식해보기, 내가 부모님과 어떤 관계를 맺어왔고 그게 지금의 나한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생각해보기, 내 말과 행동을 추동하는 동기를 추론해보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뭔지 밝혀내기. 처음엔 흐릿하고 어렴풋하고 혼란스럽기까지 한 작업. 혼자서만 끌고 나가기엔 어려운 일이라 이 과정에 교사도 에너지를 많이 쓰고 친구들도 돕지만, 아무래도 제일 집중하며 끙끙 대고 힘을 쏟는 사람은 바로 자기 자신이지요.

자기 자신을 보다 명확하게 보게 되는 계기는 두 차례의 에니어그램 수련 과정입니다. 볍씨 아이들은 6학년 때 그리고 청소년 과정 때 에니어그램 수련 과정에 들어갑니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여러 가지 감정들과 외면하고 싶은 내 모습을 확인하게 됩니다. 내가 갖고 있는 두려움, 내가 제일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드러내야 할 때도 있고요. 어렸을 적에 부모님이나 친구들한테 받은 상처를 꺼내놓으면서 울기도 합니다. 에니어그램을 통한 수련은 2박 3일에 그치지 않고 학교로 돌아와서도 지속됩니다. 각자의 격정, 함정, 포기할 것과 확인할 것 등을 함께 짚어나가면서.

때로 이 과정을 지켜보는 어른들은 볍씨 아이들이 너무 때 이른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내가 누구인지, 내가 어떠한 길로 나아가야 하는지’ 살펴볼 겨를 없이 10대를 보내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런 세상 속에서 이런 고민을 일찍부터 안고 사는 볍씨 아이들의 모습이 조금 안쓰럽게 느껴질 때도 없지 않은 게지요. 하지만 아이들 스스로나 교사나, 그런 과정이 아이한테 큰 힘이 되고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볍씨의 모든 배움 과정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건강한 나를 세워가는 것입니다.

볍씨학교의 귀한 씨알들인 아이들이 자기를 성찰하고 자기를 깨쳐가면서 더 큰 나를 만나고 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기를 바라며, 작년에 볍씨를 졸업한 지윤이가 쓴 글의 마지막 부분을 옮겨 싣습니다.


다시 선택을 하는 순간, 나는 또 다른 길을 선택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다르게 산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지금까지도 힘든 점이 있었고, 그보다 더한 힘든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내가 지금 여러 가지가 불안한 길을 감에도 어쨌든 갈 수 있는 이유는 볍씨가 그럴 수 있는 힘을 주었기 때문이다. 볍씨에서 얻은 배움으로 나는 오늘과 내일, 그리고 많은 날들을 한 발 한 발 웃으며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볍씨에서 그래 왔던 것처럼, 볍씨에서 배운 것처럼 나는 나답게 솔직하게 힘 있게 살 것이다.
수많은 길을 걸을 나에게 하나의 마침표가 찍어진다.
자, 시작이다.

- 지윤이가 졸업하며 쓴 글「9년의 삶」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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