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공동체성서연구

 

 


02/2012

 

 

 

 

 

 

 

 

 

 

 

 

  성서 난해구 해설

 

손금 봐 드릴까요?

 

 

 

 

 

 

  욥기 31 : 7

 

 

 

 





민영진 목사



대한성서공회번역자문위원
세계성서공회연합회 번역자문위원
전, 대한성서공회 총무
yjmin@bskorea.or.kr






 


내게 손금을 봐주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 평생 손금을 연구했는데, 사람 손바닥 안에 그 사람의 운세가 다 새겨져 있단다. 최근에는 그가 더 고무 鼓舞되어 있다. 자기가 손금을 연구하거나 봐주는 것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존경을 보내는 것은 고사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보고, 손금을 봐 주어도 사례도 안하고, 많은 경우 사람들이 장난삼아 재미 삼아 볼 뿐 좀처럼 사람들이 자기를 대해주지 않아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기껏 한다는 말이 인사동에 자리 깔고 앉으면 돈 방석에 앉겠네 하며 놀린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최근에 기분이 한껏 좋아져서 손금 연구에 더 몰두하는 까닭은 손바닥을 읽는 자기를 우리말 번역 [공동성서]가 지지해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니, 갑자기 성경 본문에서 무슨 손금보기를 지지해주는 본문이라도 발견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말 번역 성경이 마치 사람의 손바닥 같은 것이어서 오랜 경륜을 가지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니, 거기에 감추어진 진리가 있더라는 것이다. [개역]이나 [새번역]에서는 못 보았는데 우연히 [공동번역 성서]를 읽다가 감추어진 보물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가 읽은 본문은 욥기 31장 7절이다.

내 발길이 바른 길에서 벗어났다든가
이 마음이 눈에 이끌려 헤매고
이 손바닥에 죄지은 흔적이라도 묻어 있다면, ([공역] 욥기 31:7)

하나님께서는 각 사람의 손바닥에 선악간의 모든 흔적을 묻혀 놓으셨고, 지금까지 자기는 하나님께서 새겨놓은 것을 해독 解讀하고 있었단다.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공동번역 성서]의 그러한 번역에 대한 시비를 가릴 생각이 없다. 다음과 같은 시를 쓴 시인이 내 손금을 봐주겠다고 하면 맡길지언정.

민영진



몸의 신비, 혹은 사랑.
최승호

벌어진 손의 상처를
몸이 스스로 꿰매고 있다.
의식이 환히 깨어 있든
잠들어 있든
헛것에 싸여 꿈꾸고 있든 아랑곳없이
보름이 넘도록 꿰매고 있다.
몸은 손을 사랑하는 모양이다.
몸은 손이 달려 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모양이다
구걸하던 손, 훔치던 손,
뾰족하게 손가락들이 자라면서
빼앗던 손, 그렇지만
빼앗기면 증오로 뭉쳐지던 주먹,
꼬부라지도록 손톱을
길게 기르며
음모와 놀던 손, 매음의 악수,
천년 묵어 썩은 괴상한 우상들 앞에
복을 빌던 손,
그 더러운 손이 달려 있는 것이
몸은 부끄럽지 않은 모양이다
벌어진 손의 상처를
몸이 자연스럽게 꿰매고 있다.
금실도 금바늘도 안 보이지만
상처를 밤낮없이 튼튼하게 꿰매고 있는
이 몸의 신비,
혹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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