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012

 

 

 

 

 

 

 

 

 

 

 

 

  강정규 연재동화

 

대장의 개 34

 

 

 

 

 

 

 

 

 

 

 


강 정 규

동화작가
「시와 동화」발행인
한국아동문인협회장
단국대 초빙교수
kangjk41@hanmail.net






 


34


원스 오폰 어 타임…….
옛날 옛적,
따듯한 남쪽 나라 섬 마을에
사람들 개와 어울려 사는
한 동네 어느 집에서 우리
태어났다네
나는요, 막 태어났을 때
눈도 뜨지 못하는 강아지였죠
함께 태어난 강아지와 앞 다투어
엄마 젖을 찾아 기어다녔죠
세상이 그렇게 따뜻한 줄만 알았죠
엄마 품 속같이
세상이 그렇게 달콤한 줄만 알았죠
엄마 젖처럼
그렇지만 그렇지 않았죠
그렇지만 그렇지 못했죠
어느 날 밤 주인 할머니
연탄불 피워 놓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
짱구와 난 마을 청년 품에 안겨
먼 길을 떠났죠
백구: 꽁꽁, 여기가 어디지?
짱구: 끙끙, 잘 모르겠어.
고양이: 잘 잤니, 야웅?
우리들: ……?!
고양이: 잘 잤냐구, 이 촌놈들아!
우리들: (이구동성으로) 여기가 어딘데?
고양이: 아직 그것두 몰라?
우리들: 응, 어딘데? 몰라.
고양이: 대장님 방이지.
우리들: 대장님?
고양이: 응, 별도 못 봤어?
여긴 미군 부대야. 여긴 대장님 방이고
여하튼 너희들은 오늘부터 복 터진 거야, 그렇고말고.

그렇게 만난 대장과 잠을 자고
그렇게 만난 대장과 사냥을 가고
토낄 잡고 꿩도 잡고
저수지 둑을 달리기도 하고
그러던 어느 날 양 귀에 별 달아 주고
별만 달아 주고 약속은 지키지 않고
대장은 떠나고 그날 밤 폭설이 내렸지.
우리는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렸어.
눈을 맞으며 문 밖에서
무언가를 기다렸지.

짱구와 난
영어밖엔 몰랐어.
눈을 뜨면서, 귀가 뚫리면서 들은 게
꼬부랑말이었으니까.
원스 어폰 어 타임…….
짱구는 투견이 되어 싸우다
싸움판에서 싸우다 죽고,
나는 대장과 헤어져 새 주인을 만났지.
그 대장과도 또 헤어져 새 대장을 만났어.
대장들은 모두 거짓말을 했어.
항상 날 데려간다고 말만 했지.
누구하나 약속을 지키진 않았지.
마치 그 옛날 주인 할머니 딸,
여옥이를 속인
검둥이처럼, 흰둥이처럼
그래서 주인 할머니를 죽게 한 것처럼.
나 또한 그랬어.
여옥이처럼 속았어.
이별은 연습이 아니었어.
첫 주인에게 정을 쏟다가
결국은 버림받고,
다음, 다음 주인에게도 결국은 버림받고
버림받다 버림받다 버림받은 나는
애당초 주인 할머니처럼 만신창이,
눈꼽 끼고 침 흘리며 비틀대는,
털 빠진 나를
결국은 카투사 당번병에게 인계했다고.
“그래, 그게 삼촌이야.
그게 바로 우리 삼촌이었어.”
내가 반가워 소리쳤어.
…… 세상에 그렇지만 세상일이 어디 맘대로 되냐고.
도시의 아파트에서는 개를 기를 수 없 다고,
산속 깊은 마을로 자리를 옮겨 갔지만,
이웃집이 개잡이 집
그 이웃집이 사철탕 집
그 이웃집이 또 보신탕 집에 이웃집에 또 개사육사
그 사내 늘 날 점찍어 보며
핏발 선 눈알을 희번득거렸지.
나는 견디다 못해
무엇보다 친구들의 마지막 비명을 견 딜 수 없어
그 집을 떠날 수밖에, 도망칠 수밖에 없었어.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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