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06

 

 

 

 

 

 

 

 

 

 

 

 

  오늘을 바라보며

 

거울 앞에 선 푸른 날개옷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윤세나

대한성공회 사제
ssenyoon@hanmail.net






 


언제부터인가 “꿈”은 내가 어떻게 “거짓자기”를 만들어왔는지 발견하게 하고, 영성의 길을 가도록 용기를 주는 꽤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번 햇순식구들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눠볼까?’ 고민하다가 제 꿈이야기 나누면 좋겠다 싶어 여러분들과 나누어보려고 합니다.

# 꿈 하나

어린 시절 살던 집, 새끼도둑고양이가 내 발등에 길고 날카로운 발톱을 깊이 박고 벽속의 구멍으로 들어간다. 놀란 나는 그 고양이가 박아놓은 발톱을 힘껏 뽑아낸다. 피가 솟구친다. 나는 발등의 피를 닦으며 스스로에게 “이젠 괜찮아, 이젠 괜찮아”라고 반복하며 말하고 있다.

# 꿈 둘

열린 문틈 사이로 옷을 갈아입는 이모의 나체가 보인다. 나는 짙은 푸른색 날개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서있다. 이모들이 모여 내 옷을 보고 “어디서 샀냐?”묻고 감탄하며 칭찬을 연발한다. 나도 내가 입고 있는 하늘하늘한 날개옷의 환상에 빠져 황홀해한다.

# 꿈 셋

나는 혼자 버스를 타고 지하에 있는 병원으로 향한다. 하체엔 검도복 바지를 입고 있다. 병원지하에 있는 검도장을 지난다. 병원에 들어서니 노인의사가 있다. 그는 ‘나의 이야기를 그저 들을 뿐’ 말이 없다.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눈빛이 초능력이 있어 보인다. 나는 나의 진료를 맡은 중년 남자 의사가 작동에 문제를 일으키는 병원기계를 보면서 하는 말을 듣고 있다. “그저 각자 자기 역할을 묵묵히 해내면 그만인 것을, 왜 서로 네가 작동을 하냐, 안하냐 따지면서 서로를 그렇게 힘들게 하냐...”

꿈치료사와 나는 ‘새끼도둑고양이’라는 상징에 대한 대화를 통해 그것이 내 어린시절 ‘무언가를 빼앗긴 것에 대한 심리적 외상’이라는 공감을 얻어내었습니다. 나는 처음엔 저항하였지만, 그 도둑고양이가 어릴 적 갑작스럽게 내 삶에 등장한 내 동생을 나타내는 것 일 수 있다는 것을 결국 인정하였습니다. 거기서부터 내 삶의 에너지는 ‘빼앗긴 무엇’에 대해 집중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내 정신의 영역들은 이렇게 ‘심리적 치명타’를 입은 아이의 그 박살난 세계를 보상하기 위해서 어떻게 보상할까 궁리하다가 잃어버린 사랑과 찬사를 되찾기 위해서 전능한 힘을 상징하는 ‘거울 앞의 푸른 날개옷’을 선택합니다. ‘가짜자기’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는 일명 ‘거울전이’가 일어난 것이지요. ‘나는 전능하고 최고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모든 것을 빼앗겼다’, ‘나는 무능력하고 못났고 다 빼앗겼다’라고 내재화되어 있는 부분을 견딜 수 없으니까, 거울을 통해 전능하고 완벽한 무엇으로 외재화 시켜 나타내는 것이 그것입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내 ego는 친밀한 대상일수록 더 강하게 ‘거울전이’를 일으켜 나를 과대적으로 부풀리고 포장해서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수밖에 없이 만드는 작업에 온 에너지를 씁니다.

그러나 꿈은 여기에서 머물지 않고 내 깊은 속에서 일어나야 할 치유과정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은 두 갈래의 가능성을 내포하는데, 검도복, 검도장으로 상징되는 ‘게임과 경쟁논리, 공격과 방어의 논리’와, 진정한 치유과정을 돕는 지혜노인과 영혼의 치유자들과의 만남이 그것입니다. 내가 ‘푸른색 날개 옷’의 욕망을 눈치채지 못하고, 찬사를 받기 위해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고 나를 부풀리려고 애쓸 때, 나의 치유과정은 또 다른 게임이나 경쟁논리로 빠져들 수 있다고 하는 경고를 포함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꿈은 내가 이런 것들을 선택한 것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가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그건 다름아닌 ‘그저 지켜보는 자’로 존재하는 것. ‘넌 왜 거짓자아를 만들어냈느냐, 넌 왜 경쟁논리를 펴느냐, 넌 왜 전능하고 싶어 하느냐’하고 따지는 방식보다는 지혜노인(노인의사)의 태도에서처럼 ‘그저 묵묵히 지켜보는 자로 존재하는 것’그것이 진정한 치유과정에서 일어나야 할 내 존재의 태도라는 것입니다. 이쯤 되니 모든 것이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우리들이 오늘을 살면서 공동체적 삶, 영성의 길을 가는 것에 자꾸 장애를 느끼는 이유는 이제껏 내가 추구했던 관계 패턴에 대한 원인을 찾기보다는 표면적인 문제에만 급급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나’를 인정하고 껴안아주고 나면 ‘그럴 수밖에 없었던 너’도 인정하고 껴안아 줄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 과감하게 인정하자! 나는 앞으로도 사람들의 찬사를 받기 위해, 비교하고 경쟁하며 환상의 푸른 날개옷을 찾아다닐 것이다! 근데, 거기서 멈추면 조금 부족해보이니까. 또 한가지만 선언하자! 그렇지만 그 가능성을 열어놓으며, 그저 지켜보는 자로 존재할 때 내 영혼이 푸른 날개옷 그 자체가 되어 나를 훨훨 날게 할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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