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06

 

 

 

 

 

 

 

 

 

 

 

 

  편지로 띄우는 말씀

 

오솔길의 흔적

 

 

 

 

 

 

 

 

 

 





김영운 목사

목사
발행인
공동체성서연구원장
kimyo120@hanmail.net






 


올해로 한국전쟁이 일어난지 56년이 됩니다. 특별히 안보 의식을 고취하거나 강조하려는 의도가 아니더라도 그날의 충격과 아픔을 되새기는 것은 필요하고 또 중요합니다. 과거에 대한 성찰이 현재에 대한 관찰과 미래에 대한 통찰의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크게 보면 한국전쟁도 식민지 시대의 종언과 함께 이른바 제3세계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수많은 신생국들과 그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세계사의 변화와 시대적 요청에 따라 UN이 창설되면서 펼쳐진 활동이 바로 분쟁 해결과 평화 만들기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한국전쟁에 UN 16개국이 참전한 것을 기억합니다. 그 다음에, 더 넓은 지역에 개입하게 된 것이 아프리카 내전입니다.

식민지 시대에는 약소국가들의 과제가 해방과 독립이었다면, 탈식민지 시대에는 건국과 더불어 평화가 중대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당시에 누구보다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였던 이가 UN 사무총장 다그 함마르셸드(Dag Hammarskold, 1953-61년)였습니다. 그는 탁월한 외교관이요 세계 정치가였습니다. 그러나 그가 탁월한 영성가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는 누구보다도 평화를 사랑하는 지도자요 깊은 영성가였습니다.

아프리카의 내전을 종식시키려고 동분서주하며 삶의 열정을 불사르던 가운데 불의의 비행기 추락 사고로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이들과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의 시민들은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을 겪어야 하였습니다. 평소에 그를 사랑하고 존경하던 지인들이 뉴욕에 있는 그의 아파트에 찾아가 유품을 정리하다가 원고를 발견하였습니다. 알고 보니 평화와 영성에 대한 깊고 깊은 통찰과 명상이 가득한 ‘영성 일지’였습니다. 그래서 당대의 최고 시인과 편집인들이 뜻을 모아 책으로 출판하게 되는데, 이름하여 ‘오솔길의 흔적’이라 하였습니다. 함마르셸드 본인이 스웨덴 말로 ‘Vagmarken’이라 한 것입니다. 인생의 여로가 영성의 길로 이어지는 것이라면 전인미답의 길일뿐더러 가파른 길임을 알기에 마치 오솔길을 가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보다도, 먼저 오솔길을 가는 사람은 길을 가기보다 내는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리하여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행여나 작은 도움이라도 되도록 마크를 하면서 지나가는 것이라 하였습니다. 그 책을 영문판으로 내는 이들은 그래서 제목을 ‘흔적’ The Markings 이라 하였던 것입니다.

그가 남긴 오솔길의 흔적은 실상 현재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그런데 후대의 사람들을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예언적 통찰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것이 과거에 대한 그의 심오한 성찰에서 출발하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책의 시대적 배경은 1950년대가 중심입니다. 우리가 동란의 비극을 겪던 반세기 전입니다. 그러나 ‘오솔길의 흔적’을 보면, 바로 오늘 여기서 살아가는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예지와 통찰로 채워져 있습니다.

까닭은 어찌 보면 의외로 단순합니다. 그는 현재 속에서 영원을 살았습니다. 과거에 대하여 성찰하는 까닭이 현재에 충실하기 위함이었고, 그 뜻과 힘이 미래로 뻗어나가게 하는 힘 thrust이 되는 것을 의식하였고 그 의식이 곧 현실로 역사 속에 살아난 것입니다.

그 책 속에 있는 한 마디 화두입니다. ‘하루 하루가 새 날이요, 하루가 인생이다.’ Each day a new day. Each day a life. 이 화두를 붙들고 나날이 명상을 하다 보면 성찰과 관찰이 예언적 통찰로 이어질 수도 있을 법합니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이들 가운데 작가들을 떠올립니다. 반세기가 지나도록 한국전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쟁문학이 형성되지 못한 아쉬움을 하루 빨리 떨쳐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지도자들로부터 시작하여 모두가 한국전쟁을 상기하고 과거에 대하여 성찰하며, 그 빛에서 오늘을 관찰하고, 그 바탕에서 미래를 향하여 예언적 통찰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지금 여기서 맑은 관찰을 하고 미래를 향한 밝은 예언적 통찰을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가 오늘의 갈등을 직시하고 내일의 평화를 내다보는 맑은 마음으로 대추리의 응어리를 푸는 뜻있는 흔적을 남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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