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06

 

 

 

 

 

 

 

 

 

 

 

 

  강정규 연재동화

 

 

 

 

 

 

 

 

 

 

 

 


강 정 규

동화작가,
"시와 동화" 발행인,
단국대 초빙교수.






 


1

골, 골, 골, 알을 젓다가 둥지에 올라간 암탉은 따뜻하고 뽀얀 알을 낳았습니다. 알을 모았다가 안기어 스무 날 만에 병아리를 깠습니다. 퇴비장을 뒤져 낟알을 쪼아먹으며 자란 병아리는 또다시 어미 닭처럼 골, 골, 골 알을 젓다가 어느 날 둥지에 올라 따뜻하고 뽀얀 알을 낳았습니다.
제비는 처마 끝에 집을 지었습니다. 지푸라기와 진흙을 버무려서 예쁜 집을 지었습니다. 주인집에서는 제비집 밑에 똥받이를 달아 줍니다.
조그맣고 예쁜 알을 낳고, 얼마 만에 제비는 새끼를 깠습니다. 몸뚱이에 털도 없는 미운 새끼들, 어미는 사랑하며 보살핍니다. 잠자리를 채다가 찢어 먹이고 아무데나 깔긴 똥을 치워 줍니다. 눈을 뜨고 짹짹거리며 어미를 알아보는 동안에 새끼 제비의 몸뚱이엔 털이 났습니다. 제 몰골을 갖추어 갈수록 새끼 제비는 예뻐집니다. 가까스로 날개짓을 하다가 뜰 안 빨랫줄까지 날기 연습을 합니다. 어미 제비는 조마조마 마음을 놓지 못하지만 나중에라도 혼자 날기에 실수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차갑게 훈련을 시킵니다.
이젠 새끼 제비도 제 힘으로 먹이를 구합니다. 스스로 날고, 스스로 먹이를 구할 수 있을 만큼 자란 제비는 가을철 먼 나라로 여행을 해야 됩니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남쪽 나라에 가서 겨울을 지낸 제비는 이듬해 봄 어미 제비의 고향, 제가 태어나 자란 곳으로 돌아와 또다시 집을 짓고 알을 까고 새끼를 칩니다. 어쩌다가는 제가 태어난 바로 그 집에 살게 되는 수도 있습니다.
까치는 미루나무 꼭대기에 집자리를 봅니다. 또는 오래 된 감나무 가지 위에다 집을 짓기도 합니다. 미루나무 잔가지나 버드나무 끝가지를 꺾어 물어다 요렇게 얽고 조렇게 끼워서 보금자리를 만듭니다.
윤기 나는 검은 머리, 새하얀 배 , 깡뚱하게 꼬리를 치켜들고 날쌔게 오르내리며 집 지을 재료를 물어다 튼튼한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입니다.
비 오는 날이면 옹송그려 떠는 새끼들을 품에 안고 뜬눈으로 온 밤을 지새우고 하늘이 맑은 날 밤이면 달을 보고 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먹이를 잡아다 먹이고 똥을 치우며 키운 새끼가 퍼덕이며 날기 시작하는 날, 어미 까치는 마음놓고 한번 높이 날아올라도 보고 멀리까지 먹이 사냥을 나가 봅니다. 그 한 해 동안 한 일 가운데 가장 큰 몫을 해 냈다는 기쁨의 나들이입니다.
참새는 대숲에 항아리 모양의 둥지를 틉니다. 모시카락, 삼베오라기랑 지푸라기들을 물어다가 돌돌 틀어 감아 예쁜 집을 만듭니다.
어떤 놈은 마을의 짚지붕 밑에 뚫고 들어가 둥지를 만들기도 합니다. 몇십 년 묵은 초가집 지붕 밑은 천연의 집자리여서 지혜롭게 구멍만 뚫고 들어가면 그냥 안온한 둥지가 됩니다.
그 속에서 참새는 알을 낳고, 참새가 낳은 알에서 깬 작은 새는 또 다른 참새가 됩니다.
작은 새는 날쌔게 날며 먹이를 구하고, 금빛 꾀꼬리는 나무숲 가지 사이를 오락가락, 예쁜 목청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때까치는 갈숲에서 고기를 잡아먹으며 알을 까고, 물총새도 갈숲에서 노래를 부릅니다.
까마귀는 공동묘지 근처에서 까악거리며 울고, 부엉이는 안개 낀 봄날 저녁 뒷산에서 울었습니다.
뻐꾹새는 뻐꾹뻐꾹, 비오리는 비오르르, 산에서 들에서 노래하고, 뜸부기도 뜸북뜸북 울었습니다.
아이들은 새알을 꺼내다 구워 먹기도 했고, 겨울철이면 덫을 놓아 참새를 잡았습니다.
산새, 바닷새, 개울가에 사는 새들과 함께 아이들은 어울리며 자랐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마을엔 새들이 날아오지 않는 것입니다.
불도저가 크릉거리며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언덕이 뭉개지며 논과 밭 그리고 개울을 묻어 버렸습니다. 갈숲에서 물총새와 때까치가 날아가고 감나무 고목과 미루나무 가지에 앉아 있던 까치도 날아갔습니다. 집마당에 내려와 앉아 낟알을 쪼던 참새떼도 날아가고, 제비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을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공장들이 들어섰습니다. 커다란 전봇대가 세워지고, 고압선이 지나갔습니다. 전동차가 다니게 되고 갖가지 기계 소리가 요란합니다. 공장들의 굴뚝에서는 검은 연기가 쏟아져나오고 새로 만든 하수도에는 시커먼 기름물이 흘러내립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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