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10

 

 

 

 

 

 

 

 

 

 

 

 

  편지로 띄우는 말씀

 

나날이 삶의 경축

 

 

 

 

 

 

 

 

 

 





김영운 목사

공동체성서연구원장,
한양대학교 교목실장
kimyo120@hanmail.net






 


경인년 백호의 해, 설 명절은 유별나게 다가옵니다. 입춘에서 열흘 지나 맞이하여, 아직은 엄동설한 추위가 계속되지만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시냇물 들려오는 듯합니다. 눈밭 위로 불어오는 찬바람도 봄의 촉감을 상큼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것도 입춘이 지나면서 설을 맞이하는 까닭인지도 모릅니다. 이 모두 마음의 여유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일 것입니다.

설에 성 밸런타인 축일이 겹치다 보니 동서양을 막론하고 하루를 특별히 경축하는 셈입니다. 삶을 경축할 좋은 계기가 마련되는 것입니다. 평소에도 삶을 경축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진정한 경축은 삶의 외적 조건보다 마음 속 깊은 곳, 내면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때 가능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살아 있음’을 소중히 받아들이고 고마움을 느끼며 경축할 일입니다.

경술국치 백년이 되는 올해는 설맞이 느낌 또한 새롭습니다. 일제하에서는 우리의 문화 전통과 민속 풍습마저 말살하려 하였습니다. 신정, 구정으로 나누어 설을 못 지키게 할 뿐 더러 명칭조차 옳게 쓰지 못하였습니다. 설을 민족 명절로 되찾기까지는 해방 이후에도 설을 푸대접하였습니다. 오늘 설을 설답게 경축하는 것이 그만큼 새롭습니다. 세시풍속을 오늘에 맞게 선별하여 재현하는 지혜를 살리면 더욱 좋은 일일 것입니다.

세배, 덕담, 윷놀이, 이바지 음식 나누기를 비롯하여 오늘 우리가 지닌 자원과 시간을 살려서 명절을 즐기며 모둠살이를 경축하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찾아서 돌보고 훈훈한 정을 함께 나누는 풍속을 살리면 더욱 좋은 일입니다.

옛날에 지내던 동제를 재현하지는 못하여도, 그 뜻을 기리며 가까운 사람들끼리 모여서 공동체로 명절과 아울러 삶을 경축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각박한 세상 살면서 제각기 자신의 삶에 지치고 고단함을 느끼기만 하면, 누구라도 ‘경축’이란 말이 실감나지 않는 법입니다. 그래서 명절에 서로를 배려하고 지쳐있을 사람들에게 기운을 돋우고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일을 의도적으로 하다보면 자신도 절로 힘에 솟는 경험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명절의 의미는 그래서 유별납니다.

민족 대이동이라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고향 길에 오릅니다. ‘역귀향’이라 하여 서울로 오는 이들도 늘어납니다. 어쨌든 이런 움직임을 통하여 삶과 존재의 뿌리를 찾는 것 또한 경축의 중요한 면입니다. 교통 시간이 평소보다 몇 배가 더 걸린들 무슨 상관입니까?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소중하고, 정체된 교통의 흐름이 늦고 답답한들 어떻습니까? 마음은 이미 고향으로 치닫거나 이미 가 있을 터이니 말입니다.

바로 이런 측면이 실마리가 되어서 마음먹기에 따라 삶의 경축은 가능함을 가름할 수 있습니다. 귀향길에 오르며 선물 꾸러미를 준비할 때부터 이미 경축은 시작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서로 기쁘게 행복하게 해주려는 마음과 몸짓이 살아있음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게 해주는 일들입니다.

설날을 잘 지내며 시간의 소중함과 의미 있음을 재발견 할 법 합니다. ‘일일인생’ 一日人生! ‘나날이 새 날, 나날이 인생’ Each day a new day! Each day a life! 여늬날과 달리 설날 하루를 경험한 데서 출발하여, 나날이 설날을 살 듯 하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평범한 시간 크로노스 chronos 속에서 결정적 시간 카이로스 kairos를 사는 것입니다. 이런 삶을 사는 것이야말로 ‘카이로스적 존재’ kairotic be- ing 로서 삶을 경축할 수 있습니다. 이런 뜻에서 하루를 새롭게 받아들이며 인생을 새롭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오늘은 여생의 첫날!’ 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your life! 이제까지 어찌 살아왔던지 간에, 지난날은 우리가 어찌해 볼 도리가 없습니다. 오늘 심기일전하여 새 날을 다부지게 옹골차게 살며, 내 앞에 남은 생을 새 마음, 새 의식으로 시작할 일입니다. 날마다 오늘이 남은 생의 첫 날임을 의식하면 그만큼 삶은 신선할 수도 있고, 진지해질 수도 있고, 의미가 깊어질 수도 있습니다.

평소에 그냥 지나쳤다 하더라도 이번 설날부터 새롭게 다지며 날마다 오늘이 여생의 첫날임을 확인하고, 오늘 하루가 인생을 자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를 경축하면, 인생을 경축하는 것이요, 나날이 삶을 경축하는 것입니다. 내 삶의 의미를 찾듯이 서로의 삶의 의미를 존중하며 공동체인으로서 나날이 삶을 경축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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