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08

 

 

 

 

 

 

 

 

 

 

 

 

  편지로 띄우는 말씀

 

앵무새 길들이기는 아닌가?

 

 

 

 

 

 

 

 

 

 





김영운 목사

공동체성서연구원장,
한양대학교 교목실장
kimyo120@hanmail.net






 


건국 60주년이 되는 해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때아닌 ‘영어 교육 광풍’이 불더니, 급기야 공교육의 자리인 학교들마저 사교육 시장이 되는 추세로 내몰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무겁고 답답합니다. 평생을 두고 영어와 씨름하며 살아온 터라 더욱 만감이 서립니다.

이제는 영어가 인터넷 언어가 되어서 굳이 미국과 영국만을 염두에 두고 배우는 거는 아니라 할지라도, 어차피 외국어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모국어를 잘 배우고 그 다음에 배워야 하는 것이 외국어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영어 교육의 열기가 달아올라서 ‘광풍’이란 말까지 등장한 모양인데, 그 말이 나오게 된 데에는 그만한 염려가 들어 있을 터입니다.

모국어는 평상시에 읽고 쓰고 말하니까 특별히 공부를 안 해도 괜찮다는 생각들을 하기 십상입니다. 마찬가지로, 영어 또한 읽고 쓰고 말하는 정도만 배우고 익히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언어는 어디까지나 사고의 표현이자 도구입니다. 기능적으로 언어를 습득하고 사용하는 정도에 머문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동물적인 커뮤니케이션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수단일 뿐입니다. 언어를 통하여 서로간의 기본적인 소통뿐만 아니라 사유하는 인간으로서의 철학과 과학과 문화를 배우지 않는다면, 모국어든 영어든, ‘말하는 앵무새’처럼 될 수밖에 없습니다.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서 개념과 철학과 문화가 터득되고 경험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행여 빈껍데기만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아닌지 몇 번이고 자문해 보고, 진지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입학시험이나 입사시험 같은 각종 시험을 위해서 너도 나도 영어를 배워야만 한다고 쫓기게 되고, 그리하여 언어 교육이 기능적인 의사소통의 수단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에서 그치게 된다면, 이른 나이에 시작하면 할수록 문제는 오히려 더욱 심각해집니다. 유아 영어 교육 쪽에서 ‘광풍’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차라리 재앙이라 할 것입니다. 가뜩이나 ‘생각 없이’ 말하는 사람들이 영어를 기능적으로만 하게 되면, 그야말로 생각 없이, 기계적으로 말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말하는 기계 talking machine’가 되는 것이지요.

‘말하는 기계’가 된 사람이 하는 말은 천박하지는 않아도, 경박하기 십상입니다. 차라리 영어는 서툴더라도 깊은 생각과 분명한 의미를 살릴 수 있어야, 우리의 문화적 자긍심과 정체성도 살릴 뿐더러 상대방의 존경심을 끌어낼 수 있게 됩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존경을 받는 까닭도 매끄럽고 유창한 영어가 아니라 그의 깊은 철학과 좋은 생각 때문임을 이해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언어는 교육보다는 생활이어야 합니다. 인위적인 학습이나 습득 과정보다는 생활로 경험되고 터득되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유아들이 모국어를 습득하는 과정이 영어 습득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옮겨지도록 해야 합니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그 순서가 바뀌어서는 안 됩니다.

저의 경험을 한 가지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40년 넘게 동시통역을 한 사람이지만, 지금도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하여 ‘경청’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경청’하지 않으면 잘못 듣는 ‘병’에 걸려 있습니다. 처음 배울 때 긴장하지 않고, 맥놓고, ‘널널하게 듣기 casual hearing’를 했어야 하는데, 경청부터 한데서 생긴 문제입니다. 집중하지 않고 듣는데도 자꾸 듣다 보니 CM 송도 따라할 수 있게 되는 경험과 아주 상반된 것입니다.

널널하게 듣지 못하고, 귀담아 듣기만 한 것이 평생을 두고 문제가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러니 생각할 겨를 없이, 생활 경험이나 환경과 동떨어진 상태에서 말을 배우게 하면서 앵무새 길들이기처럼 ‘유아 영어 교육’을 하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목적을 어디에 두었든 다시 생각하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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