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공동체성서연구

 

 


09/2012

 

 

 

 

 

 

 

 

 

 

 

 

영혼의 언어와 논리

 

소년과 구르지예프(4)

 

 

 

 

 

 

  Boyhood with Gurdjieff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

프릿츠 피터스
Fritz Peters






 


안도감이 어찌나 강렬했던지, 나는 그만 눈물이 왈칵 솟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잔디 깎는 기계를 움켜잡았다. 나는 그가 천천히 창문에서 물러날 때까지 눈물 속으로 그를 계속 지켜보았다. 그리고 나서 나는 다시 잔디를 깎기 시작하였다. 그 기계에서 나는 지독한 소음이 이제는 나의 기쁨이 되었다. 나는 그 잔디 깎는 기계를 위아래로 있는 힘을 다 해 밀어댔다.

나는 점심때까지 기다렸다가 나의 승리를 발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점심 먹으러 가서야 나는 증거도 없고, 발표할 거리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 와서야 놀라운 지혜로 보이는데, 비록 나의 행복감을 억제할 수가 없기는 하였어도, 그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녁때가 돼서야 구르지예프 선생이 위험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것을 대개는 알게 되었고, 저녁식사 시간의 분위기는 감사와 고마움 자체였다. 그의 회복에 있어서 내가 차지한 부분은 모두가 기뻐하는 속에서 잊혀졌다. 물론 나 혼자서 가졌던 확신이지만, 그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라도 상당 부분 내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때 온통 생긴 일은 나를 향했던 적대감이 처음 생겼을 때와 똑같이 뜬금없이 사라졌다. 내가 실제 몇 주일 전에 그의 창문 근처에서 소음 내는 것이 금지 당했던 일만 없었더라면, 이 모든 일이 그저 내 머릿속에만 있었던 일처럼 생각하였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승리를 인정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그러나 이런 상태가 그때까지도 종결된 것은 아니었다. 며칠 뒤에 구르지예프 선생이 따뜻하게 옷을 입고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가 처음 나를 인터뷰했던 작은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나는 늘 하던 대로 잔디 깎는 기계를 가지고 터덜터덜 오르락내리락 하였다. 그날 종일 내가 깎던 잔디를 다 마칠 때까지 그는 거기에 앉아 있었는데, 주변의 모든 것을 잊은 것처럼 보였다. 그것이 네 번째 잔디밭이었는데, 그의 회복에 자극을 받아서 내가 잔디 깎는 일을 사흘로 줄일 수 있었다. 내가 잔디 깎는 기계를 앞으로 밀고 가면서 그걸 두는 헛간으로 가져갔을 때, 그가 나를 쳐다보면서 자기에게 가까이 오라는 몸짓을 하였다.

나는 기계를 떨어뜨리고 그의 곁에 가 섰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말하자면 ‘자애롭게.’ 그리고 나에게 잔디를 깎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느냐 물었다. 나는 자랑스럽게 사흘에 다 깎았다고 대답하였다. 그는 한숨을 쉬고 자기 앞에 펼쳐진 잔디를 바라보면서 일어나더니, ‘하루에 다 할 수 있어야지, 이게 중요한 거야’하고 말하였다.

하루! 나는 기겁을 해서 감정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내가 성취한 일에 대해서 점수를 따지 못했을 뿐 아니라, 모든 것 제쳐 놓더라도, 적어도 내가 약속을 지킨 것조차도 인정을 못 받았다. 나는 사실상 벌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내 얼굴이 씰룩이는 것이 보였을 텐데도, 구르지예프가 나의 반응에는 눈길도 주지 않으면서, 한 손을 내 어깨에 얹으면서, 내가 무겁게 느껴질 만큼 나에게 기대었다. ‘이게 중요한 거야’ 거듭 말하였다. ‘잔디 밭 모두를 하루에 깎게 될 때 다른 일을 너한테 줄 수 있기 때문이야.’ 그러더니 자기가 걸을 수 있게 도우라면서 다른 밭으로 같이 가자는 것이었다. 멀지는 않지만 자기가 편하게 걷지를 못한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우리는 천천히 함께 걸었다. 내가 돕는데도 아주 힘겹게 그가 말하던 밭 옆에 난 길을 걸어 올라갔다. 닭장 근처에 돌멩이 가득한 언덕진 길이었다. 그는 닭장 우리 가까이 있는 연장 광으로 나를 보내면서 큰 낫을 가져오라 해서 그렇게 했다. 그는 나를 밭으로 데려가서 내 어깨에서 손을 떼더니 두 손으로 큰 낫을 잡고 자르는 시늉으로 크게 휘저었다. 그가 애쓰는 걸 보면서 굉장히 힘이 든다고 느꼈다. 그가 창백하고 뚜렷이 약하게 보였기 때문에 나는 겁이 났다. 그리고 나서 큰 낫을 나에게 넘겨주며 치우라고 하였다. 그렇게 하고 나서 다시 그의 곁으로 다가섰더니 다시 한 번 무겁게 느껴지도록 나에게 기대었다.

‘잔디를 모두 하루에 깎을 수 있을 때, 이게 새 일이 될 거다. 이 밭을 매 주일 깎아라.’

나는 긴 풀과 돌들과 나무와 관목이 있는 언덕을 올려다보면서 동시에 내 몸집 크기를 의식하였다. 나는 나이에 비하여 작았는데 큰 낫은 정말 크게 보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놀라서 그를 똑바로 쳐다보는 것뿐이었다. 그의 눈을 보니까 심각하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었다면, 내가 즉시 화가 나서 눈물을 흘리며 항의를 하였을 뻔하였다. 나는 그저 머리를 숙이고 끄덕였다. 그리고 나서 그와 함께 천천히 집 본채로 돌아와 계단을 올라 그의 방문 앞에까지 갔다.

열한 살에, 자기 연민이 나에겐 전혀 낯설지 않았다. 그렇게 발전된 것이 나에게는 거의 무리였다. 실상, 자기 연민이 다만 내 감정의 작은 부분일 따름이었다. 나는 동시에 화가 나고 분개했다. 내가 인정도 못 받고, 고맙단 말도 못 들었을 뿐 아니라, 나는 실제로 벌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이 학교란 도대체 어떤 곳이며, 결국 그는 어떤 종류의 사람인가? 씁쓸하게, 그리고 자못 자랑스럽게 기억해낸 것은 내가 가을이면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었다. 보여주리라. 내가 할 일은 다만 잔디밭 모두를 하루에 다 깎는 일이란 절대로 있을 수 없게 하는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나의 감정이 가라앉았을 때 나는 불가피하게 보이는 일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였고, 아직도 느끼기는 하였으나 나의 분개와 분노가 개인적으로 구르지예프 선생에게 향한 것이 아님을 발견하였다. 그와 함께 걸으면서 그의 눈을 봤을 때 슬픔이 있었고, 나는 그에 대하여, 특히 그의 건강에 대하여 걱정이 되었다. 다시 한 번 이 일을 하도록 누가 권고한 일은 없었으나 나는 뭔가 책임감 같은 걸 느꼈고, 그를 위하여 그 일을 내가 꼭 해야 할 것으로 느꼈다.

그 다음 날은, 또 다른 놀라운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아침에 나를 자기 방으로 부르더니, 내가 누구한테라도 비밀을 지킬 수 있겠느냐고 엄숙하게 묻는 것이었다. 그가 내게 질문할 때 보여준 확고함과 강렬한 눈빛이 그 전날 약해 보였던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나는 할 수 있겠다고 용감하게 말하며 그에게 확신시켰다. 다시 한 번 나는 커다란 도전을 느꼈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의 비밀을 지키겠노라 하였다.

그랬더니 그가 나에게 말하기를 그는 다른 모든 학생들, 특히 그의 비서 마담 드 하트만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지만, 사실은 앞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는 음모를 꾸미듯 흥미로운 일을 설명하였다. 그는 현재 프리에레에서 진행되는 모든 일을 재정비하기로 결정하였다는 것이다. 나는 그가 어딜 가든지 의자를 들고 같이 가기로 되어있다. 이유는, 비밀의 일부지만, 그가 실제로 어딜 가든지 잘 못 보기 때문이었다. 짧게 말해서, 나는 길잡이가 되고, 돌보는 사람 즉 그를 돌보는 사람이 되기로 되어 있었다.

나는 마침내 느꼈다. 보상을 받게 되었고, 나의 확신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내가 약속을 지킨 일은 내가 바랐던 대로 중요한 거였다. 승리는 누구하고도 나눌 수 없었기에 나 혼자만 아는 것이었으나, 순전한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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