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공동체성서연구

 

 


09/2012

 

 

 

 

 

 

 

 

 

 

 

 

  공동체 만들기

 

뿌리 깊은 생각

 

 

 

 

 

 

 

 

 

 

 





김 종 란

시인,
수필가,
영어강사
skylark0108@hanmail.net






 


“지진이 일어날 때 대나무 밭으로 피하면 산다”는 말이 있다. 그 뿌리가 튼튼하기 때문이다. 대나무를 옮겨 심으면 2-3년간 죽순이 나오지 않는다. 뿌리 내리기 위함이다. 1997년 호주에 극심한 가뭄이 들었다. 전체 와인 생산량이 40%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수령 172년이 된 뿌리 깊은 포도나무들은 열매를 맺었다고 전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릴 새 ~’. 세종 때 조선 왕조의 창업을 노래한 <용비어천가>의 한 소절이다. 나무의 잔뿌리들은 모진 바람 덕분에 땅 속 깊이 뿌리를 쭉 뻗게 된다고 한다. 경기도 양평 <용문사>에는 1100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12미터 둘레, 60미터 높이로 하늘을 찌를 듯한 기상이다. 일찍이 조선 세종 때 정3품의 벼슬인 당상직첩을 받기도 했던 이 훤칠하게 잘 생긴 은행나무는 천년이 넘는 동안 수없이 거친 비바람을 맞고 견디며 뿌리를 깊고 단단하게 내린 것이다.

우리는 앞날을 도무지 예측 할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대부분 불안과 두려움을 안고 있다. 필요한 것이 차고 넘쳐 보이는 세상이다. 재물, 명성, 권력, 성공을 향해 끝없이 달려간다. 마침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어도 일시적인 만족이 있을 뿐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는다. 여전히 뭔가 부족하고 아쉬움이 있는 듯하다. 하루에도 여러 가지 생각에 휩쓸리기도 하고, 마음이 수시로 바뀌며, 사소한 일에도 들끓는 감정을 바라볼 때면 자신이 한없이 작아 보인다. 이럴 때 수령이 오래된 거목을 바라보면 긴 세월을 견딘 흔적과 의연함에 고개가 숙여진다.

독일의 괴테(1749-1832)는 희곡 <파우스트>를 82세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60년간 썼다고 전해진다. 스위스 출신 2002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쿠르트 뷔트리히(74세) 교수는 20년 이상 (1968년-1991년) 한 문제를 놓고 실험을 거듭한 후 실마리를 찾았다고 한다. 그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충고한다. “화학, 물리, 수학을 어려운 과목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포기하지 말고, 재미있다는 마음부터 가져라.”고.

오늘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것인가? 새로운 변화를 꿈꾸기는 쉽다. 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는 훈련 과정에는 온갖 유혹이 다가온다. 오래된 나의 습관이 내 발목을 수시로 잡을 것이다. 얕은 개울물은 소리를 내며 흐르지만 깊은 바닷물은 조용히 흐른다. 내 안에 생각의 뿌리가 약하면 큰 결심을 해놓고도 이리저리 흔들리며 중심을 잡지 못한다. 그 뿌리가 약하면 진정성이 부족하고 행동이 변질되기 쉽다.

귓가에 잠언 기자의 충고가 들린다. ‘모든 지킬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언 4장 23절). 불현듯 그동안 내 마음의 중심을 어디에 두고 살았는가 돌이켜 본다. ‘지금 여기’보다는 과거와 미래에 머무는 때가 많았다. 몸은 현실을 살고 있는데 어쩌자고 마음은 자꾸만 딴 곳을 기웃거린다. 이렇듯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지 못할 때 생각의 뿌리는 약해진다. 뿌리 깊은 생각을 하려면 조급함 대신 멀리 길게 내다보는 안목과 치열함이 필요하다. 런던 하계 올림픽 <유도>에서 금메달을 딴 김재범 선수의 우승 비결이 떠오른다. “4년 전에는 죽기 살기로 해서 졌어요, 그때는. 지금은 죽기로 해서 이겼어요, 그게 답입니다.”죽기 살기로 하는 것과 죽기로 하는 것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오랫동안 함께 있고 싶어진다. 방금 헤어지고도 또 보고 싶어진다. 그 사람에게만 온통 관심이 모아진다. 그 사람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이제 하나님과 자주 만나서 이렇게 친밀한 관계를 맺고 싶다. 정해진 예배와 기도시간 외에도 수시로 시시콜콜 은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하나님께 몰두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9월, 우리 안에 계신 하나님의 임재를 깨달아 깊은 대화와 묵상을 하기 좋은 계절이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요한복음 15장 5절). 새로운 마음으로 성경을 펼쳐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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