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012

 

 

 

 

 

 

 

 

 

 

 

 

  편지로 띄우는 말씀

 

역사의 파수꾼

 

 

 

 

 

 

 

 

 

 





김영운 목사

공동체성서연구원장,
한양대학교 교목실장
kimyo120@hanmail.net






 


유난히도 무덥고 힘들었던 여름을 지나고 일상의 리듬을 가다듬는 가을에 접어들며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다. 우리의 국민성은 힘들 때면 집단 망각증에 빠지기를 잘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서늘한 바람 맞으며 깨어나야 할 것입니다. 개인이 각기 자신의 일에 충실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공동체가 당면한 중대한 과제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앞두고 모두 깨어나야 하겠습니다.

그동안 섬김의 리더십과 역사의 도구가 되는 리더십을 성찰하였습니다. 이제는 유권자들이 역사의 파수꾼이 되어 대선 후보들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가를 성찰해야 합니다. 역사비평을 하거나 정치 분석을 하는 전문가적 식견은 없어도, 깨어 있는 의식으로 리더십을 검증하려는 마음을 먹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치지도자들의 행태를 보면, 여론을 두려워하면서도 민심을 잘 헤아리지 못합니다. 홍보전략이나 언론을 통하여 여론을 조작한 경험이 있었던 탓이 아닌가 의심되기도 합니다. 우리말로 ‘생각에 관한 생각’ Thinking, Fast and Slow이란 책의 저자 다니엘 카네만은 정치지도자들이 빠른 생각에 익숙한 점을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여기에 비하여 국민은 오랫동안 관찰하고 생각하고 고민하기에 민심이 바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에니어그램으로 말하자면 우리의 집합성격의 장점으로 한번 마음만 먹으면 남다른 저력이 분출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제 모두가 마음먹고 역사의 파수꾼이 되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입니다. 대선 후보들에 대한 국민적 검증을 엄중하게 해볼 일입니다.

개인이나 공동체나 똑같이 깨어 있으려면,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아무것도 지나치지 않아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매사를 스스로 검증해야 합니다.’ 대선 후보들과 함께 가는 캠프나 정당들은 유권자들에게 판단 근거를 정당하게 제공하여 타당성이 높은 이해와 분별로 판단을 하도록 돕기보다는 이미지와 바람으로 유인하려는 노력이 앞서는 듯합니다. 이 점에서도 정치개혁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언론의 한 켠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처럼, 언론 자체가 국민의 알 권리에 충실히 복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기에 유권자들 스스로가 미디어 비평의 눈을 크게 뜨고 검증해야 할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그 검증의 기준을 세우고 살펴야 할 것입니다.

대선 후보들이 내세우는 이미지나 슬로건이나 공약 등을 검증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미래지향적 역사의식으로 검증하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지나온 삶의 궤적을 보면서 그들의 눈높이 CE-Level가 어떻게 그들의 가치관과 태도와 행동으로 나타나는가를 보면, 그들이 현재의 언행이 어떨지라도, 앞으로 그들의 삶이 그리고 리더십이 어떠할 것인가를 볼 수 있습니다. 말을 쉽게 바꿀 수는 있어도 삶의 스타일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사람은 대개 습관적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관성의 법칙에 따라 검증하면 드러납니다. 권위주의 문화로 표현되는 남성 지배문화, 독재 문화, 군사문화에서 배우고 경험하고 가치관이 형성된 사람들과 거기에 맞서서 저항하며 비권위주의 문화로 설명되는 민주문화, 양성평등문화, 시민문화 환경 속에서 배우고 경험하고 가치관이 형성된 사람들을 분별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각자의 기질을 살펴야 합니다. 지난번 미국 대선 과정에서도 학계와 언론이 앞서서 후보들의 기질을 분석한 일이 있습니다. ‘성격이 운명이다’ Ethos Anthropoi Daimon라는 말처럼 역대 권력자가 기질대로 권력을 행사하였습니다.

대통령이 되는 것을 성공으로 생각할 사람이 아니라 퇴임 후에 국민 속으로 돌아와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이 성공이라 믿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권력을 잡으면 오만과 태만과 탐욕에 빠질 사람이 아니라 겸손과 근면과 무조건적 사랑으로 나라와 겨레를 그리고 인류를 끌어안고 섬기며 역사를 빛낼 사람, 바로 역사의 도구가 될 사람을 검증해 내야 할 것입니다. 역사의 파수꾼은 눈에 횃불을 밝혀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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