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005

 

 

 

 

 

 

 

 

 

 

 

 

  강정규 연재동화

 

병아리

 

 

 

 

 

 

 

 

 

 

 


강 정 규

동화작가,
"시와 동화" 발행인,
단국대 초빙교수.






 


7

병아리는 자라서 암탉도 되고 수탉도 됩니다. 도시 부화장의 이상한 기계 속에서 태어난 노랑이는 암탉이었습니다.
시골집 어미닭 품속에서 깬 알록이도 암탉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알록이가 자라서 얼룩이가 되는 동안에 노랑이는 자라서 하얀 닭이 된 것입니다.
물론 갓 깨어난 병아리였을 때야 알록이도 노랑이도 똑같은 노란 병아리였습니다. 그런데 얼룩이 어미닭이 그렇게 이름을 붙여주었던 것입니다.
그 얼룩이 어미닭이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솔개에게 채여간 다음부터 우리들은 우리들끼리 자라났습니다. 그래서 이젠 제법 커다란 닭으로 자라난 것입니다. 허리 굽은 주인집 할머니는 이따금 우리들을 불러 모아 모이를 던져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의 숫자를 헤아려보는 것이었습니다.
“멀리 가 놀지 말고 집 가까이 있다가 솔개가 날아오면 숨어야 되느니라…….”
할머니는 우리들에게 타일렀습니다.
주인집 아이는 이따금 개구리나 물고기를 잡아다가 주었습니다. 우리들은 그것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말을 못하는 주인 아저씨는 어느 날 뱀을 한 마리 잡아다가 잘게 썰어 우리들에게 주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노랑이로 통하는 하얀 닭은, 그것이 뱀 고기 인줄도 모르고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알록이 태를 벗은 얼룩이는 뱀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미닭이 지렁이를 잡아 토막 내어 나누어주다가 솔개에게 채여간 일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은 언제부턴가 닭장 안에서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잿간을 겸한 뒷간 옆에 있는 닭장 안에는 붉은 볏이 늘어진 할아버지가 어른이었습니다. 할아버지 닭은 새벽마다 목청을 돋우어 울었습니다.
“꼬끼요, 꼭!”
시간을 알리는 울음이었습니다.
우리들은 그 울음 소리를 흉내내고 싶어 목을 비틀어가며 소리를 질러 보지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너희들 암탉은 알을 낳고, 병아리를 까는 게 할 일이란다.”
할아버지가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밖에도, 쥐를 잡으려고 비벼 놓은 쥐약을 먹었다가는 캑 하고 죽는다고 가르쳐주었고, 채소밭에 들어가 함부로 뜯어먹다가는 주인아저씨가 던진 돌멩이에 맞아 다리가 부러지는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랑이가 이 집에 오기 전에, 벙어리 남편을 마다하고 어린 것을 버리고 도망간 아주머니는 성질이 못되었다고도 말했습니다.
“……글쎄 말이다, 어느 날 밭을 매던 호미를 냅다 던져서, 어린 것 두 마리를 한꺼번에 죽인 일도 있었다니까…….”
할아버지 닭은 치를 떨며 말했습니다. 붉은 볏을 늘어뜨린 장닭은 할아버지 한 분뿐이었습니다. 풍채도 좋을뿐더러 점잖기 그지없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우리들의 좋은 먹이가 되는 곤충이나 벌레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니 참 걱정이란다. 사람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나비, 잠자리, 비단벌레,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는 매미, 귀뚜라미, 여치, 방울벌레, 여름밤을 밝혀주는 반딧불, 자기 몸에서 빼어낸 줄을 쳐놓고 곡예를 하는 거미 같은 것들이 우리 주변에서 점점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거든.”
할아버지는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매미는 주로 썩은 나무 그루에 알을 낳고, 굼벵이 때는 땅속에서 사는데, 이제 썩은 나무를 뽑아내고 다른 나무를 옮겨 심는 통에 알 낳을 곳을 잃어버리고, 굼벵이가 사는 땅속에까지 사람들이 뿌린 농약이 스며들어서 죽어가는 통에 살아남을 수가 없게 됐지. 잠자리도 그렇단다. 이놈은 농작물에 해를 끼치는 벌레들을 잡아먹는 유익한 벌레인데, 알을 낳는 웅덩이나 흙 속에 농약이 스며들어 번식을 못한단다. 잠자리들 가운데 임금격인 왕잠자리는 이제 거의 찾아볼 수가 없고, 가을철 들국화나 코스모스가 피면 흔히 눈에 띄던 고추잠자리도 그 수가 크게 줄어들었지. 나비나 여치도 마찬가지란다. 그리고 고목나무의 딱따구리처럼 구멍을 파고 사는 장수하늘소도 얼마 남지 않았고, 벼포기 사이나 채소밭에 그물을 쳐놓고 해충을 잡아먹던 거미들이 농약으로 모두 죽어버리는 바람에 이화 명충이나 벼멸구 같은 벌레들이 기승을 부리게 되었단다. 그래서 사람들은 농약을 더욱 많이 뿌리게 되고, 그 농약으로 결국은 사람들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자기도 모르는 사이 죽어가고 있는거지. 소나무를 못살게 구는 솔잎혹파리는 농약 바람에 이득을 본단다. 이놈을 잡아먹는 먹좀벌이 농약 때문에 모두 죽어버렸거든. 송충이를 잡아먹던 불개미가 농약 때문에 모두 죽어버리는 통에 결국 송충이만 더욱 기승을 부리게 만든 셈이지. 이러다가는 살아남을 게 없어. 아무것도 남지 않을거야. 그런데 우리 주인 아저씨는 말 못하는 벙어리지만 아주 생각이 깊으시단다. 집안에 있는 거미를 잡지 않아서 모기가 거미줄에 걸려 죽게 하고, 논밭에 농약을 뿌리지 않아서 손해도 많이 보지만 깨끗한 채소를 먹어 건강을 지킨단다. 우리들을 먹이는 모이도 농약이 묻어 있지 않으니 걱정할 게 없단다. 오히려 길바닥이나 숲속에 흔히 죽어 나자빠진 벌레들을 함부로 먹어서는 안된단다. 솔잎혹파리를 잡는다고 마구 뿌린 살충제 때문에 죽은 것들이거든…….”
“그럼 우리들은 고마운 주인 아저씨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되나요?”
우리들 가운데 하나가 할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옳거니, 잘 물었다. 우리들이 고마운 주인 양반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는고 하니……그거야 아까 말한 대로 알을 많이 낳은 일이지. 그리고 또 낳은 알을 잘 품어 안아서 훌륭한 병아리를 까는 일이지. 그렇지 않으냐?”
할아버지가 늘어진 붉은 볏을 흔들며 우리들을 둘러보았습니다.
“맞는 말씀이셔요, 할아버지……어서 알을 많이 낳고, 훌륭한 병아리를 깔게요.”
우리들은 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153-801 서울시 금천구 가산동 60-25 서광빌딩 4층   Tel 02)854-6802, Fax 02)869-2652
153-801 60-25 Kasan-dong, Keumchun-Ku Seoul, Korea  
  cbsi@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