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04

 

 

 

 

 

 

 

 

 

 

 

 

  강정규 연재동화

 

운동회 전날 밤 (2)

 

 

 

 

 

 

 

 

 

 

 


강 정 규

강정규님은 동화작가로 크리스챤 신문사 부사장을 지냈고, 지금은 "시와 동화" 발행인이며 햇순 편집위원이다.










 


모아 쥔 줄기 끝에 커다란 고구마가 달랑 한 개 매달려 있었다.
“와, 왕고구마다 !”
경완이가 소리쳤다.
“어디 봐 !”
어느새 경일이가 뛰어나와 왕고구마를 빼앗아 들었다. 그런데 껍질뿐이었다. 왕고구마는 경일이의 손 안에서 폭삭 쪼그라들었다.
“에잇, 썩었잖아 ?”
경일이가 왕고구마를 내던졌다.
“그건 어미 고구마야, 아마 너희들이 고구마 줄기를 잘라 심고 남은 것을 거기 던져 두었던 모양이구나.”
아저씨가 말씀하셨다.
“아하, 맞았어. 삼촌이 천군사에서 주워왔던 그거야. 그래, 어미 고구마야….”
경일이가 말했다.
“모든 게 다 그렇지. 사람이나 짐승이나 다 그렇고말고,”
아저씨가 혼잣소리로 말씀하셨다.
“아저씨, 어서 새끼 고구마를 캐요.”
경완이가 말했다.
“그렇구나, 새끼 고구마를 캐 보자.”
아저씨가 고구마 줄기를 모아 쥐었다. 그리고 잡아당겼다.
“아저씨, 잠깐만 !”
경완이가 아저씨의 팔을 잡았다.
“형, 여기다 새 새끼 묻었지?”
경완이가 말했다.
“응, 그래 참, 거기야. 그 옆이야.”
경일이가 대답했다.
“아저씨, 살살 잡아당겨요. 불쌍한 새가 거기 묻혀 있거든요 ?”
경완이가 말했다.
“여기다 새 새끼를 묻었다구 ?”
“네.”
“고구마 알이 굵겠구나.”
아저씨가 말씀하셨다. 그리고 고구마 줄기를 잡아당겼다. 덩굴 끝에 고추만한 고구마가 달려 나왔다.
“정말 새끼 고구마야.”
경일이가 말했다.
아저씨는 손으로 흙을 팠다. 줄기를 잡아당길 때 일구어진 흙을 걷어 내자 제법 알이 굵은 고구마가 보였다. 경일이가 그것들을 집어 바구니에 담았다.
“어디쯤이야, 형 ?”
경완이가 말했다.
“뭐가 ?”
“새끼 새 무덤 !”
경일이는 고구마를 주워 담으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아저씨, 그쪽엔 없어요. 그만 파요.”
경완이는 울상이 돼서 말했다. 엄마도 아빠도 나오셨다.
“세상에….”
엄마가 바구니에 담긴 고구마를 들여다보시며 신기해하셨다. 경완이는 파인 흙을 긁어모으고 있었다. 아저씨가 고구마 줄기를 쓰레기통 속에 넣으셨다. 엄마가 그 중 실한 고구마 두 개를 아저씨께 드렸다.
“이건 참 귀한 겁니다요. 얼마 만에 내 손으로 고구마를 캐 보는지 ….”
아저씨가 고구마를 매만지며 말씀하셨다.
“우리 애들도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아빠가 말씀하셨다. 경완이는 여전히 파놓은 흙을 긁어모으고 있었다.
“경완아, 들어가 손 씻고 저녁밥 먹어야지.”
엄마가 말씀하셨다.
“네 !”
경완이가 기운 없이 대답했다.
경완이는 저녁밥을 한 술 뜨고 일어섰다. 경일이가 공부방으로 돌아왔을 때 경완이는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어디 아프니 ?”
경일이가 형답게 물었다.
“아니.”
“너 새끼 새 생각하고 있지?”
경완이는 손톱만 물어뜯었다.
“과자 사 먹을래 ?”
경일이가 책상 서랍에서 오백 원짜리 동전 한 개를 꺼내 경완이 앞에 밀어놓았다. 경완이가 한참 만에 동전을 집어 들고 일어섰다. 문밖으로 나왔다. 놀이터에 서 있는 수은등 불빛이 흐렸다. 여러 개의 그네가 빈 채 늘어져 있었다. 하늘도 흐린 것 같았다. 어쩌면 내일 비가 내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상점으로 가려다가 그만두었다. 먹고 싶은 과자가 없었다. 놀이터로 왔다. 그네에 걸터앉았다. 정말 비가 올 것 같았다. 별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운동회 날마다 비가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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