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하나님의 나라 운동과 악령추방’이란 제하의 세 번째 글로서 마지막이다. 필자는 이글에서 특별히 예수의 공생애 사역에서 첫 번째로 행하신 기적 이야기, 즉 마가복음1:21-28절을 다시 살펴봄으로써 ‘하나님의 나라운동과 악령추방’의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마가는 막1:21-28절의 기적이야기에서, 다른 기적이야기와는 달리, 가르침(21-22)과 축사행위(23-28)에 관한 이야기를 겹쳐 편집하였다. 그런데 이 두 사건에 대한 뭇사람들의 반응이 같았다 그것은 둘 다 ‘권위 있는 새로운 가르침’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예수님이 놀라운 기적을 행하는 마술사 magician나 축사 자 exorcist가 아닌, 말씀의 권위 almightiness를 가진 ‘선생님 thacher’으로 그려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같은 선생님이신 예수께서 더러운 귀신/악령을 추방시킨 곳이 바로 ‘가버나움 회당’이라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사실 안에 ‘하나님의 나라운동과 악령추방의 문제를 푸는 두 개의 열쇠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의 열쇠는, 예수께서 더러운 귀신(영)을 향해 ‘꾸중하심’이다. 이것은 오늘날 이 땅의 교회와 말씀의 봉사자들이 우리 교회와 사회 속에 도사리고 있는 악령을 추방하고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선포하는 ‘회개설교’이다. 예수께서 더러운 귀신들린 자를 ‘꾸짖으셨다’(25절)는 이 꾸짖음은 21절의 ‘가르치셨다’는 가르침과 그 맥을 같이한다. 그것은 예수님의 권위 있는 가르침이 곧 더러운 귀신(영)을 향해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고 꾸짖는 회개를 촉구하는 설교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회개를 촉구하는 설교는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라”(막1:15)고 선포하신 예수님의 첫 설교에서 이미 시작된 것이고, 그의 생애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된 것이다.

예수님의 회개설교는 이스라엘의 예언자 전통에 서서 선포하신 ‘예언자적 설교’이다. 이스라엘의 예언자는 시대의 징조와 하나님의 때(카이로스)를 깨달아 아는 ‘예언자적 감각’을 가진 자이다(R.Bohren). 예언자적 감각이란 시대정신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며, 그 통찰력으로 하나님을 거역하고 인간을 억압하며 파멸로 이끌어 가는 악령의 정체를 밝혀내는 영적지각력이다. 하비 콕스 H.cox는 이 같이 악령의 정체를 밝혀 세상에 폭로하는 예언자적 설교를 교회의 선포적(케리그마)기능으로서 ‘권력쟁취를 방송하는 기능’이라고 한다. 투르나이젠 E. Thurneysen은 회개를 촉구하는 예언자적 설교를 ‘청중으로부터 자유로운 설교’라고 하며, 보렌은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을 제1청중’으로 인식하고 하는 설교라고 한다. 칼빈은 회개설교란 죄에 빠져 타락한 사람을 바로 세워 ‘성화’의 길로 가게하고 교회질서를 바로 세우는 ‘권징’으로서 아버지가 든 ‘사랑의 회초리’라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교회강단은 어떠하며, 이 시대의 예언자로 부르심을 받은 우리 말씀의 봉사자들은 무엇을 설교하고 어떻게 설교하고 있는가? ‘예언자적 감각’을 가지고 하나님의 나라/하나님의 때를 분별하는 예언자적 설교를 하고 있는지? 한번 살펴볼 일이다.

두 번째의 열쇠는, 예수께서 더러운 귀신을 쫓아내신 곳이 바로 ‘가버나움’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오늘날 이 땅의 교회와 말씀의 봉사자들이 가서 있어야 할 곳이 예루살렘이 아닌, 변두리 이방의 땅 갈릴리 ‘가버나움’이라는 것이다. 가버나움은 예수님의 거주지이며, 그의 사역의 출발점인 동시에 중심지였다. 그곳은 귀신(영)과 어두움의 세력이 지배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그곳을 흑암과 사망의 땅 갈릴리라 하였으며, 예수님은 바로 그곳에서 흑암에 앉은 백성과 그늘에 앉은 자들을 불쌍히 여기며 그들의 고통에 연대하며 어두움을 밝히는 빛이 되었다(마4:12-16). 이 같은 예수님의 사역은, 멜기세덱의 반차에 따른 대제사장으로서(히7:1), 백성들을 섬기며 그들의 고통에 동참하는 ‘제사장적 연대감’에서 비롯되었으며, 그리스도의 전 존재 양식이다. 그것은 그가 섬기는 종으로(막10:45) 이 세상에 오셔서 가난한 자와 병든 자 들을 돌보시고, 세리들과 죄인들을 용납하시며 그들과 함께 식사하심과 제자들의 발을 씻기시고 끝내는 십자가에서 목숨을 내어 놓으심으로써 ‘화해 곧 섬김의 직책/ diakonia tes katallages’을 감당하셨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이 땅의 교회와 사역자들은 제사장적 연대감을 가지고 가야할 곳은, 더 이상 중심인 예루살렘이 아니라 이방의 갈릴리, 높은 자리가 아닌 낮은 자리로, 큰 자나 강한 자가 있는 곳이 아닌, 작은 자와 사회적 약자가 있는 곳, 건강한 자가 있는 곳이 아니라 아프고 병든 자가 있는 곳, 즉 악령이 지배하고 있는 곳으로 가서 그들의 고통과 아픔에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이 시대의 제사장으로 부르심을 받은 교회의 사명이다. 이 같은 교회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우선 우리의 교회가 ‘다시 거룩한 교회’로 새로워져야하고 그래야 ‘거룩한 교회가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더러운 악령을 추방하고 적폐를 청산하는 하나님의 나라 운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기독공보사의 ‘주간논단’ 의 원고청탁을 받고
‘하나님의 나라운동과 악령추방’이란 제목으로
3회에 걸쳐 집필 한 것을 햇순과 공유합니다.

김종렬 목사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