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을 전후로 우리는 상상 속에서 꿈꾸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서의 비핵화와 평화협정으로 이어지는 평화 로드맵이 가동된 것입니다. 최근까지도 북미간의 극단적인 대립구도가 만들어져 평창올림픽이 가능할까 할 정도로 불신과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기에 남북정상회담-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정세변화는 너무나 극적이어서 전 세계가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북한의 이런 전향적인 변화와 응답은 국제적 압박 공조가 가져 온 결과이기도 하지만, 한반도에서 절대 전쟁은 안 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확고한 신념과 피스 메이커로서의 조용하고 굳건하며 지혜로운 행보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맞선을 보는 당사자로서 또 중매자로서 문대통령은 북한과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소련, 그리고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좋은 신뢰감을 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제 출입구에 섰습니다. 출구는 멀고 험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온 험한 길들을 돌아보면 한반도 평화로드맵을 위한 이번 기회는 그 어느 때보다 가능성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운전자론을 내세운 문재인 대통령이 그 역할을 잘 수행하여 한반도가 평화지대로 새로 태어나 인류에게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주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피스 메이커. 평화를 만드는 사람, 평화를 가져오는 이, 평화 협상가, 평화를 일깨우고 일구는 사람, 구원자 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습니다. 이번에 문재인대통령이 보여준 피스 메이커로서의 탁월한 역할은 앞으로 남한이 가야할 길이면서 동시에 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할 소중한 지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피스 메이커, 구원자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리 자신도 그분을 따라 피스 메이커로서의 삶을 살고자 하지 않습니까?

피스 메이커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스스로 드러나지 않는데 있습니다. 예수는 이 땅의 가장 낮은 곳, 감추어진 곳, 드러나지 않은 곳,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비림 받은 땅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짧은 생애를 사셨고, 십자가형에 처해져 돌아가셨습니다. 그는 모든 전쟁을 반대하셨고 평화와 사랑을 외쳤습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으셨지만, 정작 당신은 수많은 사람들의 표적이 되어 미움과 복수의 대상이 되셨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예수를 보면 자신들의 어두운 죄가 드러나게 되어 자신을 감추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한 인간으로서의 생애를 살펴보면 마치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가버린 사람’(킬리만자로의 표범, 양인자 작사)입니다.

그런데 이 드러나지 않음, 이 평범함, 모든 것을 아버지의 뜻에 맡겨버린 이 무력함이 하나님의 무기가 되었습니다. 메시야의 수난은 피스 메이커로서의 운명을 보여줍니다. 그를 둘러싼 적대적인 환경들은 그로 하여금 자신의 능력이나 힘을 보여주라고 끊임없이 유혹합니다. 광야에서 40일을 주리신 후, 또 십자가에 달려 있을 때 강도와 병사를 통해 사탄은 유혹자로 그렇게 나타나 힘을 사용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메시야가 자신의 힘을 드러내는 그 순간, 아버지가 원하신 평화는 사라집니다. 아버지의 평화가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 피스 메이커는 자신이 사라집니다. 자신의 끝을 향하여 ‘기꺼이 모가지를 드리우고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흘리고’(십자가, 윤동주) 맙니다. 여기에 예수의 위대함이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피스 메이커로서의 영성의 깊이를 여기에서 발견합니다.

이제 부활절기가 열립니다. 어두운 하늘에 제물로 바쳐진 예수의 피에서부터 새로운 평화가 꽃처럼 피어났습니다. 평화는 관계의 언어입니다. ‘~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나와 하나님 사이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사람과 자연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입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나와 하나님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요 사건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바로 그 지점에서 아버지의 뜻을 따랐던 것처럼, 오늘 피스 메이커로서 우리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살펴야합니다. 내 뜻을 실현해주는 배경으로서의 하나님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실현하는 피스 메이커로서의 나를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이 믿는 하나님으로부터 올바른 피스 메이커의 길을 찾고, 한반도의 어두운 하늘로부터 새로운 평화의 꽃을 피워 온 세상에 부활의 생명을 열어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