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앞서 살핀 “성서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인가?”에서 ‘무엇’을 말한 것과 고리를 지어 생각할 필요가 있다. 패러다임의 전환은 첫째 우리가 성서를 읽는 데서 그친 것이 이제까지의 일이었다면, 이제는 ‘성서가 우리를 읽어 주는 것을 경험’ 하는 데로 옮겨 가야 한다. 둘째, 이제까지 ‘기능적 functional’ 차원에 치중하였다면, 앞으로는 ‘관계적 relational’ 차원으로 옮겨야 한다. 셋째, 이제까지는 독자가 설정한 목적에 맞춰서 방법을 찾았다면, 앞으로는 저자의 의도성과 특히 하나님의 목적에 부합되게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상과 같은 대전제를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성서를 어떻게 읽든지 그 방법을 하나님의 뜻에 맞춰서 찾으며 관계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는 자세를 전적으로 다듬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먼저 한스 웨버 Hans-Reudi Weber가 말하는 ‘성서적 사고 Biblical thinking’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성서의 어느 부분을 짧게 또는 길게 읽더라도 성서 전체의 흐름에 비추어 읽거나 연결시켜 살펴야 한다. 연속성과 통전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둘째, 신구약 어느 본문을 읽더라도 오늘에 있어서 십자가 사건을 증언하는 태도로 읽어야 한다.

셋째,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 지닌 변화의 능력을 증언하는 자세로 읽어야 한다.

이렇게 읽으려면, 자연히 우리에게는 증언의 해석학 hermeneutics of testimony과 코이노니아의 해석학 hermeneutics of koinonia이 필요하다. 성서를 해석하고 이해하기 위하여 분석하고 해석하고 또 비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비평할 만큼 다하고 나서 폴 리쾨르 Paul Ricoeur가 말한 것처럼 ‘비평 이후의 순간 post-critical moment’을 소중히 여기며 ‘부활의 변화능력 Trans-forming Power of Resurrection을 증언’하는 태도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에 동참 koinonia함으로써 그분과 ‘입장의 동일함’을 추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