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연세랄 것도 없습니다. 비록 제가 팍 늙었지만, 아직은 꼼지락거리니까, 사인 받으실 것 있으면 몽땅 다 가지고 오십시오. 시간 나면 들르십시오. 제가 지은 책에 사인하는 것 언제든지 해드리지요.

그런데 오시기 전에 꼭 전화하고 약속하고 오시기 바랍니다. 제가 할 일은 없어도 어디 한 곳에 지긋하게 눌러 앉아있지 못하니까 꼭 시간 약속하셔야 합니다. 그건 그렇고....

신약 본문 사도행전 5장 1절 이하 11절 사이에 나오는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질문을 해 주셨는데요, 저도 이 본문 읽을 때마다 늘 섬뜩합니다. 이 두 사람을 향한 베드로 사도의 분노가 제 몸에 전율을 일으키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스어 원문이나 영어 번역들도 표현은 달라도 다 같은 뜻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말 성경의 본문 번역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설교자들 중에는 이런 본문으로 신도를 위협하는 이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콰미 님께서 생각하시는 것을 보니까 이 부부가 죽게 된 것이 마치 “하나님께 약속한 재산을 온전히 드리지 않아서” 그 죄의 대가로 죽게 된 것 같다고 하셨는데, 제가 볼 때는 이 부부가 그래서 죽게 되는 벌을 받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무도 그에게 재산을 온전히 드리라고 한 적도 없습니다.

베드로가 문제 삼은 것은 이 부부가 교회공동체 앞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곧 하나님께 대한 거짓말, 성령께 대한 거짓말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초대교회공동체는 지금 우리들이 사는 사회 환경과는 다른 사회에서 살았습니다. 사도행전 4장 32절 이하에 보면 초대교회 교인들이 한마음과 한 뜻이 되어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자기 재물을 조금이라도 자기 것이라 하는 이가 하나도 없었고, 그 중에는 가난한 사람도 없었는데, 까닭인즉 밭과 집 있는 이들이 그것을 팔아 그 판 것의 값을 그대로 다 가져다가 사도들의 발 앞에 두었고, 사도들은 각 사람의 필요를 따라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단순한 신앙공동체일 뿐 아니라 생활공동체였던 셈이지요. 그런데 요셉이라고도 하고 바나바라고도 하는 사람이 자기 밭을 팔아 그 값을 몽땅 다 사도들 앞에 내놓고 공동체를 위해 써달라고 했지요.

아나니아는 아마도 자기 재산을 교회공동체에 몽땅 다 바친 바나바가 부러웠던 것 같습니다. 바나바가 그렇게 한 것을 보고 그가 속한 교회공동체가 큰 감명을 받은 것 같습니다. 아나니아도 자기 공동체에게 큰 감명을 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도 재산을 처분했습니다. 그 일부만 내놓는다고 누가 뭐라고 하지 않지요. 팔기 전이나 판 후나 그것은 그의 것이었으니까요. 일부를 감추고 일부만 내놓으면서도 다 내놓았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 문제지요.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유혹입니다. 베드로는 이것을 사람 속에 있는 사탄의 장난으로 보고 있습니다.

콰미 님께서는 목사들이 이 구절을 교인을 위협하는 구절로 오용할까봐 걱정하고 계십니다.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 성도들께서는 이 본문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베드로 사도께서 지금 무엇을 걱정하고 계시는지를, 성도들과 하나님 앞에서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이 본문을 자세히 살피시면 알 수 있을 것이고, 교회를 속이려 하거나 하나님을 속이려 하지 않으실 수 있다면 우리는 사탄이 우리 안에 들어와서 우리를 지배하는 일을 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