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007

 

 

 

 

 

 

 

 

 

 

 

 

  오늘을 바라보며

 

괜한 걱정은 열쇠가 될 수 없다.

 

 

 

 

 

 

 

 

 

 

 





전 주 연

홍천소망감리교회 전도사
감리교 여성지도력 개발원 연구원
jubali99@hanmail.net






 


“밥 먹었니?” 한국의 전형적인 인사말이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살던 시대에, 사람들은 이렇게 물으며 서로를 걱정해주고 챙겨주기도 하였다. 그런데 요즘 들어 유난히 내가 많이 듣는 인사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결혼 안 해?”이다. 오랜만에 학교 친구, 선후배를 만나면 질문의 정해진 레파토리가 있다. “요즘 어떻게 지내? 교회사역은 어디서 하니? 결혼은?” 그러면서 걱정 아닌 걱정을 해주는 사람들이 많다. 한번은 어떤 목사님이 이런 충고까지 해주셨다. “여자 신학생들은 원래 졸업하면 결혼하기 더 힘들어져. 나이 더 먹기 전에 얼른 사람 찾아봐! 주변에 괜찮은 사람 없어? 눈 좀 낮춰봐….” 과연 누구를 위한 걱정인가?

20대 후반에서 30대의 결혼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대부분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더 나이 들기 전에 결혼해야지, 결혼해야 사람구실 하고 살지, 결혼 안하고 나중에 늙어서 혼자 누굴 의지하고 살꺼니’ 라는 말들로 걱정 아닌 걱정을 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을 것이다. 아주 가까운 가족, 부모님에서부터 말이다.

결혼이라는 것이 사람이라면 마땅히 해야 하는 정상적인 절차처럼 생각하는 것이 굳어져, 그 길을 가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때로 말 못할 폭력이 가해지기도 한다. 비단 결혼뿐만이 아니라 세상에는 정상이라고 하는 잣대에서 저울질 당하고 소외당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결혼을 늦추거나 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계속해서 늘고 있는 오늘날에도 과연 그 잣대가 바람직할까 아니 필요하기는 한 것일까 물음표를 던져본다.

지난 3월, 여성의 날을 맞아 한 여성주의 단체는 ‘비혼 여성 축제’를 열었다. 비혼 非婚이라는 말은 결혼을 '아직' 하지 않았다는 (즉 언젠가는 해야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쓰이는) '미혼 未婚'이라는 말을 바꾸자는 의도로 등장한 말이다. 그 축제에서 낭독된 비혼 선언문은, “비혼 여성으로서 그들은 홀로 꽃필 수도 있고, 함께 꽃필 수도 있는 자유롭고 완전한 존재이며, 결혼제도나 작은 가족단위를 넘어 새로운 공동체를 꿈꾼다”고 말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생활방식으로 살아나가며, ‘다름’이 문제가 아닌 ‘더 큰 힘이 되는 공동체’를 만들려한다는 것이 그들의 선언이다.

결혼에 대해 슬슬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아온 나에게는 속 시원히 내려주는 동치미 국물같은 선언이었다. 소위 말하는 ‘혼기’가 다 지나서까지 결혼을 안 하고 있으면 뭔가 하자가 있는 사람처럼 취급해 버리는 암묵적인 낙인. 그것이 지나친 것이든, 모자란 것이든, 사람은 기계나 물건이 아니지 않은가. 품질 보증하듯 결혼으로 그 도구를 삼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결혼의 유무로 그 사람 전체를 결정하고, 아무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걱정 아닌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통해 진가를 보려고 하는 눈이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의 전환이 제도로도 이어지고 나아가 문화로도 이어질 것이다.

타인에 대한 걱정이란 본디 마음을 써서 함께 나누고 보살피는 씨앗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이제는 걱정이라는 말로 편견을 포장할 것이 아니라, 진정 사람에 대한 관심과 격려와 돌봄이 필요하다. 말 그대로 괜한 걱정으로 어찌 그 키를 한자나 더할 수 있을까?

‘다름’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 그것이 소통으로 들어가는, 단순해 보이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큰 열쇠이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괜한 걱정 하지 않고도 진짜를 볼 수 있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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