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너를 너의 집에서 만나서 반가웠다. 나는 네 아빠와 중요한 프로젝트에 관해 상의하고 있었는데, 우리의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네가 응접실로 내려와서 우리 대화에 끼어들어서 나는 퍽 기뻤다. 내가 본 열한 살의 너는 아주 총명했다. 내가 알고 있는 네 나라의 네 또래의 아이들을 많이 알고 있는데, 너는 네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아주 총명했다. 너는 또 네 생각도 아주 또렷하게 표현했고. 히브리어는 너의 모국어니까 잘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넌 영어도 아주 잘 했다. 그리고 네가 물은 질문은 아주 중요한 질문이었고, 앞으로도 성경을 읽을 때 그런 종류의 질문을 서슴없이 한다면 너는 성경에도 깊은 지식을 가지게 될 것을 확신한다. 나는 너와 같은 멋있는 소년을 친구로 사귀게 된 것이 아주 기쁘다.

네가 그 날 내게 물은 질문과 내가 한 답변을 우선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본다. 두고두고 더 생각해보자. 그 날 네 질문은 이런 거였다.

“가인이 아벨을 죽였으면, 이 세상에 사람이라곤 이제 아담과 하와 그리고 가인, 셋뿐인데, 가인은 자기가 이 세상을 떠돌아다닐 때 사람들이 자기를 죽일까 걱정해요. 그러니까 하나님이 가인에게 표를 주셔서 가인을 지켜주신다고 그래요. 내 질문은요, 아담과 하와 외에 어떻게 다른 사람들이 더 있을 수 있어요? 혹시 그것들이 사람이 아니고 원숭이들은 아니었나요?”

다시 말하지만 네 질문 참 중요한 질문이다. 아담과 하와, 그리고 그들의 두 아들 가인과 아벨, 이렇게 이 세상엔 네 사람 밖에 없었는데, 지금 가인은 자기가 이 세상에서 돌아다니다가 사람들이 자기가 살인자인 줄 알아보고 죽일 수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지. 그런데 아담과 하와 외에 가인을 죽이려고 하는 그 사람들은 어떻게 생겨난 사람들일까? 네 생각대로 원숭이들이었을까?

성경에 보면 그들은 짐승이 아니었다. 사람들이었지. 창세기 1-3장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최초의 인간을 창조하시는데, 하나는 남자 하나는 여자로 창조하신다(1:27). 하나님이 어떻게 사람을 지어내셨는지에 관해 창세기 2장은 좀 더 자세하게 말하고 있다. 먼저 남자를 만들고(2:7), 그의 이름을 ‘아담’이라 하시고(2:20), 이어서 그의 아내를 만드셨다(2:22). 아담은 자기 아내의 이름을 ‘하와’라 부른다(3:20). 그러니까 그 때까지는 세상엔 두 사람 밖에 없는 거다. 네 말이 맞다. 그리고 얼마 후 그들에게서 두 아들 가인과 아벨이 태어난다. 그래서 세상 사람이 넷이 된다. 그런데 가인이 동생 아벨을 죽였으니까 이제 세 사람만 남는다. 이것도 맞다. 그런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아담의 네 식구 중에 한 사람이 죽고 세 사람이 남았다는 것은 성경에 쓰여 있는 그대로다.

또 하나 성경에 기록된 분명한 사실이 있다. 가인은 지금 자기가 살인자라는 것을 알아보고 사람들이 자기를 죽이려 할 터인데, 그래서 그는 그런 사람들을 만날 것이 두려워서 하나님께 그것이 두렵다고 아뢴 것이다(4:14). 이것 역시 성경에 기록된 사실이다. 그 때 하나님은 가인을 만나는 사람들이 가인을 살인자라 하여 죽이지 못하도록 가인을 보호하는 어떤 표를 주셨다(4:15).

여기에서 분명한 사실은 창세기 1-3장의 경우와는 달리, 창세기 4장에서 보듯이, 가인이 아벨을 죽였을 그 무렵에는 이미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사실도 함께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는 지금 같은 책 안에서 두 가지 서로 다른 진술을 보고 있다. 플로니, 이것이 지금은 너에게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너처럼 총명한 아이는 지금 가지고 있는 그 질문을 줄곧 묻다보면 어떤 해답을 스스로 얻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것이 지금은 좀 어려울 수 있고 내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처럼 중요한 질문을 할 줄 아는 네가 쉬운 해답에 안주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네가 물은 문제를 ‘좋은 문제’로 그냥 놔두고 싶다. ‘쉬운 해답’보다는 중요한 질문이 우리의 지적 탐구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 두 가지 사실을 다 긍정하고, 왜 그런 충돌이 되는 본문이 성경 안에 있는지를 더 생각해 보자. 샬롬!

민영진 목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