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은 소통이 잘 되는 세상입니다. 소통이 잘 되는 세상은 편한 세상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소통이 원활한 사회를 꿈꿉니다. 소통이 잘 되면 시원합니다. 의사소통이 잘 되면 마음과 생각이 하나가 됩니다. 현대 사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커뮤니케이션’이라 하는데 이것은 본디 ‘하나가 되게 한다’는 communicare에서 비롯된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하여 매스컴의 시대가 멀티미디어 시대로 발전하면 의사소통이 그만큼 더 잘 되고, 모두 하나가 되는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되어야 할 터입니다. 그러나 요즘 우리 현실을 보면, IT 강국이라 하며 멀티미디어의 덕은 남달리 크게 보는 듯하지만, 그만큼 소통이 잘되고 하나가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까닭에 무책임하고 거칠기 이를 데 없는 인터넷 댓글이 마구 쏟아집니다. 소통을 잘 하자고 시작된 일이 오히려 단절과 소외를 빚어내는 결과에 이릅니다. 이는 작은 예에 불과합니다. ‘지나침은 모자람 만 못하다’는 말처럼, 어찌보면 우리에게 커뮤니케이션은 지금 실제의 소통에 비하여 과잉인지 모릅니다. 이것을 두고 ‘커뮤니케이션의 비대’ hypertrophy of communication라 부르는 심리학자도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주체가 너무 비대해지고 상대는 왜소하게 보는 데서 생기는 문제가 흔히 발견됩니다. 뭐든지 이상 발달 또는 병적 발달로 치닫는 것이 병입니다.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일차적으로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말이 오갑니다. 말하는 사람이 자아도취에 빠져서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한 것을 상대방에게, 강요한다고 생각은 안하지만, 당연히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말할 때 문제의 발단이 시작됩니다. 상대방이 경청하던지 흘려듣던지 그 선택의 문제는 고려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말하는 사람의 마음속에 조급성이라도 생길 때면, 그 표현의 강도나 날카로움은 한층 더 높아지기 십상입니다.

가끔 가정이나 직장 또는 학교나 교회 그 어디든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큰 목소리가 들리거나 가시 돋친 말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말은 입 밖에 냈으면, 그것이 받아들여지고 그래서 의사소통이 되어야 하는 법인데 사정은 다릅니다. 도리어 마음이 닫히거나 얼어붙기 쉽고, 따라서 불편이 뒤따릅니다. 이 때 말하는 사람의 목에 힘이 들어갈수록 이런 불편은 더욱 커집니다.

의사소통이 잘 되는 것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서로를 인정하고 믿고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협력할 때 가능합니다. 말하는 쪽이 나르시시즘에 빠지면, 상대방은 듣고 따르는 일 만 남게 되고, 결과는 소통이 아닌 단절이 되고 맙니다. 소통이 안 되면 기운이 빠집니다. 소통이 잘 된다는 것은 ‘기맥상통’氣脈相通이 잘 되는 것을 뜻합니다. 이는 개개인의 상호관계에서나 대중을 상대로 하는 차원에서도 똑같습니다.

이런 소박한 진실을 모를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실행이 되지 않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평소에 자기 자신의 됨됨이 being를 돌아보고 성찰하지 않으면, 말해야 할 때 가서 그런 소박한 원리가 살아나지 않습니다.

말을 주고받을 때 두 세 사람이 하는 것이 최소 단위인데, 말하는 사람은 한 사람만이 있는 듯이 할 때 문제가 시작됩니다. 문법적으로 한 사람이 단수인 것처럼, 모든 것이 단수로 처리됩니다. 생각도 의견도 주장도 그밖에 어떤 것도 단수 밖에 없게 됩니다. 스스로 힘이 강하다고 느끼거나 자부할수록 이런 ‘커뮤니케이션의 비대’ 또는 병적 발달은 더욱 심해집니다.

의사소통이 잘되는 곳이면 어디를 가도 편합니다. 불필요한 긴장이 없습니다. 긴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말로 표현되기 이전의 느낌이나 생각이 서로를 인정하고, 최선을 믿고, 존중하며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질 때 이미 기맥상통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때 말은 진정으로 힘이 있습니다. 힘 있는 말은 모두의 마음을 하나가 되게 하고 편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줍니다. 의사소통이 안되는 이유를 남에게서, 상대방에게서 찾지 말고, 우리 각자가, 나부터 단수의 틀을 넘어서서 복수를 인정하고, 진정으로 하나되게 하려는 communicare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하면 소통이 잘 되는 세상, 의사소통이 원활한 아름다운 사회를 이루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막힌 의사소통의 담을 허물고, 소통을 부활시키는 계절을 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