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찾습니다.

*창세기 3 : 8

“다른 종교에서는 인간이 신을 먼저 찾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성서의 하나님은 인간을 먼저 찾으시는 하나님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나도 어릴 적에 어느 목사님에게서 이 말씀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이 말씀의 뜻은 점점 더 깊이를 더해가는 것을 느낍니다. 급기야 요즘에 와서는 나의 신앙과 하나님에 대한 모든 생각이 이 말씀 속에 담겨져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을 향하여 “너 어디 있느냐?”하고 물으시는 이 말씀 속에는 어찌 보면 성서 전체에 나타나 있는 아니 그 속을 꿰뚫고 있는 하나님의 사랑과 구원의 뜻이 응축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나님이 인간을 찾으십니다. 정말 놀라운 소식입니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여러 가지 이름을 붙여서 그 특징을 설명하는데 그 중에서 적절한 것은 ‘매스컴’의 시대라는 표현입니다. 사람들이 온갖 정보를 주고받는 수단으로 매스컴을 이용하고 전적으로 거기에 매어 달리다시피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좋은 일뿐 아니라 궂은일들도 거기에 모두 노출되고 또 반영됩니다. 사람이 만들었으면서도 사람이 그 노예가 되다시피 끌려가고 있는 이 매스컴이란 ‘괴물’이 지닌 힘 가운데는 광고효과라는 것도 있습니다.

나는 어느 날 신문을 읽다가 평소에 별로 눈을 돌리지 않았던 광고난에 내 두 눈의 초점이 못 박히듯 모아지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애타게 호소하며 아들을 찾는 광고가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입니다. 필경 그의 전 재산을 내놓은 것이라고 느낄 정도로 엄청난 액수의 보상금을 내걸고 있었습니다. 보통 사람을 찾는 상투적인 광고문과는 다른 그 호소문을 읽으면서 나는 그 아버지에게 깊은 동정을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이와 다른 처지에서 아들을 찾는 아버지도 만나 보았습니다. 불의의 사고를 당하여 의식불명이 된 채 여러 달 동안 흔히 말하는 식물인간이 되어 병상에 누워있는 아들의 몸을 간호하며 아들을 찾는 아버지의 뜨거운 사랑을 보았습니다.

나도 아들을 키우는 한 아버지로서 이들 두 아버지에 대한 동정을 넘어선 존경심을 느끼게 될 때 나는 문득 ‘아들을 찾는 아버지’라는 주제를 머릿속에 떠올리게 되었고 바로 그 속에서 ‘사람을 찾으시는 하나님을 생각하였습니다.

최초의 인간 아담을 찾으셨던 하나님은 오늘도 현대의 인간 아담을 찾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요, 야곱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하나님은 과거의 하나님이요, 현재의 하나님이요, 또한 미래의 하나님이십니다. 이 말은 하나님께서 과거, 현재, 미래의 역사와 문화 속에 깊숙이 개입하시고 그 속에 현존하시며 활동하시는 분이라는 뜻이 됩니다. 이렇듯 인간의 구체적인 역사나 문화 속에 개입하시어 활동하시는 하나님이 오늘은 현대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활동하시며 우리를 찾고 계십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람을 찾는 일이란 역시 쉬운 일이 아닌가 봅니다. 그것은 사람에게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도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최초의 인간을 찾으시던 하나님이 현대의 아담도 찾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제 현대인을 찾으시기 위하여 ‘매스컴’을 활용하시기로 결정하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찾으시는 하나님이 유수한 신문, 잡지, 방송에 광고를 내시려고 합니다. 최초의 아담에게 “너 어디 있느냐?”고 물으시던 때의 그 심정으로 현대의 아담을 찾으시는 하나님의 심정을 십분 살려서 문안을 작성해 드리는 것이 그 분의 종노릇하는 내가 해야 할 책임이라고 느껴지기에 잘 될 것 같지는 않지만 한번 이렇게 써 봅니다. 하나님께 보여드리기 전에 여러분께 먼저 말씀드려보는 것이니 한번 깊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광고문 시안> 사람을 찾습니다. 이름은 현대인, 길을 잃고 “현대세계”속에서 방황하고 있습니다. 외모의 특징은 두꺼운(허위성의) 가면을 쓰고 있다는 사실 밖에는 달리 설명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러나 첫 눈에 보아도 오만과 이기심에 사로잡혀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의 정체를 설명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전문가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기상실증”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스스로 자기정체를 모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현대인은 과거와 모든 관계를 끊어 버립니다. 전통을 곧 잘 망각하고 무시합니다. 따라서 뿌리를 소중히 여기지도 않고 그래서 공동체의식도 없습니다. 의식이 깊은 잠에 빠져 있습니다. 사르트르 같은 작가들의 표현을 빌리면 현대인은 도무지 삶의 맛도 멋도 잃은 지 오래입니다. 일하러 가는 것은 단순히 피곤함을 더하기 위한 것이 되었고 휴일에 여행을 떠나는 것은 도중에 교통사고로 죽으러 떠나는 길이 되어 버린 느낌입니다. 말짱한 정신으로 꼭 생각해야 할 일들을 잊기 위하여 술독에나 빠진 것처럼 취합니다. 성관계를 갖는 것도 그것을 즐기기 때문이 아니라 증오하기 때문입니다. 음식은 다만 토하기 위해서 먹습니다. 그러니까 그에게는 삶이 곧 죽음이요, 역겨운 일일 따름입니다. 달리 설명한대야 이렇게 밖에는 못 할 것 같습니다. 그에게 남은 건 공허. 그래서 의미도 없고 이해심이나 가치관도 그의 내면에는 별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기도도 못하고 신앙생활도 할 수 없습니다. 평생 그런 체험밖에 못해 왔기 때문에 모두를 불신합니다. 남에게 신뢰받지도 못합니다. 자기가 믿어준 사람이 한번도 충실하지 못했다는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모든 이에 대한 믿음과 희망도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자신의 정체마저 상실했기에 자기 한 가족인 ‘人間家族’도 잊어버린 채 살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을 찾아 주시면 정말 좋겠습니다. 이런 분에게는 하나님나라를 물려주겠습니다. 전화는 필요 없고 현대인의 아버지인 하나님께 언제라도 기도하십시오.」

여기에 나타난 현대인의 특징이 나 자신의 것이 아닌가 우리 모두가 살펴볼 일입니다. 그렇다면 더 늦기 전에 우리가 하나님을 찾아 나서야 하겠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까지 하나님이 사람을 애타게 찾으시는 사랑을 생각하면 우리는 더욱 절실하게 하나님을 찾아나서야 할 것입니다.

자평 :

설교는 모름지기 성서적이어야 마땅합니다. 본문과 설교가 동 떨어지는 것을 피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성서 본문을 기록한 저자의 의도성을 파악하여 거기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님께서 오늘의 회중을 향하여 말씀하시고자 하는 바를 드러내지 못한다면, 그것은 성서적 설교라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예화 설교는 조심스럽습니다. 왜냐하면, 예화 자체는 좋은 것일지라도, 본문의 메시지나 의도성과 맞지 않으면, 회중의 머리에는 예화만 남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때에 본문은 왜곡되거나 소외될 수밖에 없고, 남는 것은 예화가 드러내는 이미지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설교가 성서적인 것이려면 차별성을 드러내야 합니다. 그것은 곧 성서적 설교의 진정성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 일이 그리 간단하지도, 쉽지도 않습니다. 흥미 위주로 설교를 쉽게 듣고,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는 회중들의 경향을 생각하면, 더욱이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호기심이나 흥미나 누언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면서, 성령의 감동을 함께 받으려면, 설교자 자신이 설교에서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설교가 되어야 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