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진 목사님, 성경 독자들이 성경에 관해 묻는 것, 매달 쉽게, 명확하게, 그러나 때로는 어떤 암시만을 주시기도 하고 ... 그래서 좀 당황하기도 하지만, 답변에 크게 도움을 받고 있는 <햇순> 독자입니다. 오늘 여쭙고 싶은 것은요, 성경 본문보다는 타종교와의 관계 문제입니다. 목사님께서 여기저기에 가끔 쓰시는 글을 만나 보면, 우리의 유불선 儒佛仙이나 이슬람 등, 타종교에 대해서 늘 열려 있는 자세를 느끼곤 합니다. 저는 타종교에 대해 배타적 입장입니다만 기독교의 기원과 밀착된 유대교에 관해서는 어떻게 보아야 할 지 아직 그 관계를 확연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여쭈어 보고 싶었습니다. 오래 전이었지만 언젠가 언론에서 보니까 우리나라에 <기독교인과 유대인의 국제교류협회>라는 모임이 있고, 목사님께서 그 모임에 이사장직을 맡고 계셨던 것을 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유대교는 기독교와의 관계에서는 타종교가 아닌가? 그렇다면 유대교는 기독교와 형제 종교인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유대교와 기독교의 관계 정립을 어떻게 하면 됩니까? 유기도 劉基道 드림

유기도 님,

꼭 숨어서 저를 훔쳐보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제가 <기독교인과 유대인의 국제교류협회> 이사장이 아닙니다. 지금은 다른 현역 목회자께서 그 일을 맡아 보고 계십니다. 종교다원주의를 반대하시던 저의 선친께서도 유대교에 대해서는 눈이 머셨습니다. 일부러 그러신 것이었는지 정말 몰라서 그러신 것이었는지 지금도 저는 모릅니다. 아마 당신의 아들이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것 같습니다. 유대교와 기독교를 구별하려고 애쓰지 않으셨습니다.

지금 귀하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는 저는 지금 동시에 다음 주일, 성령강림 후 11째 주일 설교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마침 성령강림 후 11째 주일 성서일과 중 신약 본문이 바로 로마서 11:1-2a, 29-32입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이 어려운 문제를 제가 붙들고 씨름할 필요 없이 사도 바울께서 직접 대답을 해 주시니까 말입니다. 아마 로마에 있던 교인들도 유대인들과 기독교인들의 관계에 대해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이 여러 가지로 바울에게 같은 질문을 했었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바울이 로마에 있는 기독교인들에게 오히려 묻습니다.

1 그러면 내가 묻습니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유대인]을 버리신 것은 아닙니까? 그럴 수 없습니다. 나도 이스라엘 사람이요, 아브라함의 후손이요, 베냐민 지파에 속한 사람입니다.

2 하나님께서는 미리 아신 자기 백성 [유대인]을 버리지 않으셨습니다. (로마서 11:1-2a)

여기에 유대인들에 대한 바울의 견해가 확연하게 나와 있습니다. 한 번 백성은 영원한 백성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당신의 백성으로 부르셨습니다. 그 관계는 “철회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29 하나님께서 주시는 고마운 선물 膳物 과 부르심은 철회 撤回되지 않습니다. (로마서 11:29)

로마에 있는 비유대인/비이스라엘인이 예수를 구세주로 받아들여 기독교인이 되어 하나님의 자비를 입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것을 사도 바울은 이렇게 말합니다. 로마 시민들은 전에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던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이 하나님께 불순종한 덕분(?)에 오히려 이스라엘이 아닌 외국인들이 하나님의 자비를 입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30 전에 하나님께 순종 順從하지 않던 여러분이[로마사람들이], 이제 이스라엘 사람[유대인]의 불순종 不順從 때문에 하나님의 자비 慈悲를 입게 되었습니다. (로마서 11:30)

이스라엘과 비이스라엘의 위치가 바뀌어 버린 것입니다. 위치만 바뀐 것일 뿐, 피조물인 사람을 사랑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의 사랑은 바뀌지 않습니다. 로마 사람들이 하나님의 자비를 입게 된 똑같은 이치로 불순종했던 이스라엘[유대인]도 다시 하나님의 자비를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31 이와 같이, 지금은 순종하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도, [로마사람인] 여러분이 받은 그 자비 慈悲를 보고 회개 悔改하여, 마침내는 자비 慈悲하심을 입게 될 것입니다. (로마서 11:31)

이러한 구원의 도식은 유대인과 로마사람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다 적용된다고 사도 바울은 말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하나님에게 순종하지 않은 “불순종 不順從의 상태 狀態”에 있었던 경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바울은 우리가 믿기 어려운 말을 합니다. 사람이 스스로 하나님께 불순종한 것일 터임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신 것이라고, 당신의 자비 慈悲를 깨닫게 하시려고 그렇게 하신 것이라고 하는 데에서는 유구무언 有口無言입니다.

32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을 순종하지 않는 상태에 가두신 것은 그들에게 자비 慈悲를 베푸시려는 것입니다. (로마서 11:32)

구원의 문제에 있어서, 사람이 함부로 하나님의 영역을 찬탈하여 심판자 노릇을 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귀중한 질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