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008

 

 

 

 

 

 

 

 

 

 

 

 

  오늘을 바라보며

 

닫힌 문, 열린 문

 

 

 

 

 

 

 

 

 

 

 





이순임


한양대학교 교목,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
CBS 시청자위원,
기독교타임즈 논설위원
6491soonim@hanmail.net.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문을 열고 닫는다. 잠에서 깨어나서부터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문을 열고 닫는 일이 이어진다. 문은 집과 학교, 집과 일터를 오갈 때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집안에도 여러 개의 문이 있고, 학교나 일터에도 겹겹으로 문이 있다. 자동차나 버스, 지하철을 이용할 때도 문을 여닫아야 한다. 문 속에 문이 있고, 문 속의 문 속에 또 문이 있다. 상자나 서랍 같은 것도 일종의 문이라고 한다면, 문은 훨씬 더 다양하고 복잡한 형태로 우리네 삶을 점령중이다.

문은 안과 밖을 구분하고, 내 것과 네 것, 우리 것과 남의 것을 구획 짓는다. 하나의 문을 나서면 안이었던 곳이 바깥이 되고 바깥이었던 곳이 안이 된다.

사람은 문을 갖고 싶어 한다. 더 열기 어려운 문, 더 값비싼 문을 갖고 싶어 한다. 자기만의 전용 문이 많을수록 부자가 되고 높은 사람이 된다. 개인용 컴퓨터 속에도 문을 달고 문패를 만들어 붙인다. 문 속에 문을 만들고, 그 문 속에 또 문을 만든다. 한 겹만의 비밀로는 늘 충분치 않다. 두 겹 세 겹으로 포장해야 비로소 조금 안심이 된다.

눈에 보이는 문만 우리 인생을 점령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안에도 수많은 문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끼리만 개방하는 문이 있고,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열어 보일 수 없는 진정한 ‘나만의’ 문이 있다. 하지만 어떠한 자물쇠로 꼭꼭 잠가도 하나님 앞에서는 ‘잠긴 문’이 있을 수 없다.

이상이라는 시인은 ‘비밀이 없는 것은 재산을 갖지 않는 것처럼 허전하다’고 썼지만, 과연 정말일까? 비밀이 많을수록 그 사람이 신비한 존재가 되는 것일까? 문은 여닫기 위해 존재한다. 문이 닫힌다는 것은 외부와의 차단을 의미한다. 우리 몸은 6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이 세포란 말은 ‘방 cell’을 의미한다. 세포가 건강하려면 문을 닫아걸어서는 안 된다. 문이 열리지 않는 세포는 죽은 세포에 다름아니다. 세포들이 활짝활짝 자신을 열고 다른 세포들과 교류를 잘 해야 건강한 몸이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과의 문도 잘 열려야 한다. 서로 문을 닫아걸면 불화와 갈등이 무성해지고, 서로 문을 열어야 통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사랑은 문을 여는 일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문을 활짝 열어 보이는 사회가 건강하다. 사랑의 문, 행복의 문도 가족끼리, 사회 구성원끼리 서로 서로 문을 열고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비로소 가능해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만 문이 있는 것도 아니다. 나와 하나님 사이에도 문이 있다. 하나님과 나 사이의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은 하나님 탓이 아니다. 하늘과 내가 통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순전히 내 탓이다. 내가 스스로를 가두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문을 닫는 법이 없다.

어느덧 한 해의 문이 닫히고, 또 다른 한 해의 문이 열리고 있다. 억누르는 이 아무도 없는데도, 진정 자유의 노래를 부르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무엇엔가에 짓눌려 우리 자신의 문을 스스로 닫고 있는 것이다. 짐 지운 이 아무도 없는데도, 진정 홀가분한 여정을 즐기고 있지 않다면, 우리는 보이지 않는 짐을 잔뜩 짊어진 채 하늘로 통하는 문을 닫아걸고 있는 것이다. 더럽히는 이 아무도 없는데도, 진정 새롭고 싱싱한 노래를 내 몸의 세포들이 부르고 있지 못하다면, 우리는 스스로 세포들의 문을 닫아걸고 있는 것이다. 가두라고 강요하는 이 아무도 없는데, 우리는 왜 무엇 때문에 스스로를 가두는가? 새해에는 활짝활짝 문을 열자. 자유의 바람은 문을 열지 않으면 들어올 수 없다.

예수께서는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고 하셨다.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문은 없다.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문은 ‘문’이 아니다. 모든 문은 열리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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