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수립된 이래 우리 국민은 여러 유형의 지도자를 겪어 왔습니다. 지도자에 따라 다양한 색깔의 정치 상황들을 경험해 왔습니다. 초대 대통령에서부터 현직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임기 초에는 기대가 높아서 인기가 대단했다가도 임기 말이 되면 거의 예외없이 인기가 곤두박질치는 상황도 겪었습니다. 심지어는 비극적 종말을 맞는 지도자로 인해 온 나라가 격랑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 국민은 지도자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그만큼 깊어졌고, 지도자의 선택에 따른 책임 의식도 자연히 커지게 되었습니다. 여러 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각 당파의 선거 운동과 홍보 전략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판단의 근거를 확보하기 위한 정보의 수집과 평가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인식도 재고되었습니다.

세모에 치르게 될 대통령 선거를 위해 우리의 분별력을 가다듬으면서 지도자를 위한 기도를 올리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한 까닭은, 한마음으로 기도하는 국민의 바람이 어디에 있는지를 지도자들로 하여금 알게 하고, 그로써 서로가 지향하는 방향을 일치시키고 싶은 염원 때문입니다. 사랑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걷는 것이라고 했던가요?

우리의 지도자들이 국민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이끌어가 주기를 기도합니다. 국민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걷는 지도자는 국민 위에 군림하지 않습니다. 국민을 굳이 지배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선거를 치르는 동안에는 표를 의식하고 한없이 부드러운 척하다가 당선되고 나면 달라지는 모습들을 우리는 너무나 자주 보아 왔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일관되게 국민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지도자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우리의 지도자가 국민과 호흡을 같이하면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사회의식과 문화의식을 갖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우리의 빛나는 전통과 문화유산을 스스로 깊이 사랑할 뿐 아니라 세계 앞에 이를 자랑할 수 있는 식견과 교양과 품위를 갖추기를 바랍니다.

우리 사회에는 이기주의와 물질주의가 팽배합니다. 가족이기주의, 지역이기주의로 무장하여 나라 전체의 정의와 평화를 살리지 못하고, 무한경쟁으로 상생의 도리를 망각하는 우리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호흡을 같이하면서도 국민을 이끌어 나아갈 수 있는 지도자라야 합니다. 우리 안에 있는 이런 약점을 보듬고 치유하여 더 큰 가능성을 끌어낼 수 있는 지도자, ‘의미의 정치’, ‘희망의 정치’를 살리는 정치가가 탄생해 주기를 기도합니다. 이기적 야망에서가 아니라 스스로 국가와 국민에 헌신적으로 봉사하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국민의 저력을 살려 연대성을 강화함으로써 세계 속에 대한민국을 빛낼 수 있는 참다운 정치가가 나타나기를 기도합니다. 온 국민이 기꺼이 존경하고 사랑하며, 지역과 나라 안에서뿐만 아니라 온 세계 앞에 자랑할 수 있는 우리의 지도자가 만들어지기를 기도합니다.

지구는 바야흐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갖가지 환경오염과 온난화의 증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지도자는 이제 지구 생명은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이 투철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생태여성주의적 사고로 공동체와 환경의 큰 그림을 그릴 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이 물러난 뒤에도 국가와 민족은 영원하며 역사의 심판은 어김이 없음을 깨닫고, 늘 미래의 시점에서 자신과 나라와 세계를 비추어 볼 줄 아는 겸허하고도 지혜가 충만한 지도자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의 지도자가 명실공히 ‘글로벌 마인드’가 되어 국가적인 이슈를 다룰 때에도 지구를 생각하고 인류를 사랑하는 마음이 되어 주기를 기도합니다.

인류를 사랑하고 인류에 봉사하는 태도로,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애끓는 마음으로 북한 동포와 해외 교포들을 끌어안는 지도자가 나서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사즉생 死則生’의 결연한 의지로 민족 수난사의 제단에 산 제물이 되려는 마음으로 한몸을 바치는 지도자가 나서주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