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역대 정권들은 저마다 경제발전과 민주화라는 명분을 내세운 분명한 이슈들을 기치로 내세우고 이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은 국민들의 의식과 행동을 한 군데로 몰아가는데 필요충분조건을 다 갖춘 것이었다.

그러나 참여정부에 들어서면서 전국민적 차원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이슈를 찾을 만한 사회정치적 상황이 아니었다고 본다. 따라서 여성의 정치참여와 여성권익의 신장을 비롯한 민생의 문제에 관심 갖게 되었고,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식수준의 편차로 인하여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여성 운동계에서는 무한경쟁과 성장주의의 결과물로 전세계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빈곤 문제에 천착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빈곤이 단지 물질적, 경제적인 빈곤만이 아니라, 사회적 배제, 교육 등 기회의 박탈, 전망의 결여 등 문화적 빈곤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대 이해되어 왔고,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나 그렇지 못한 나라나 모두 겪고 있는 현실적인 실체로 빈곤의 문제가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빈곤의 절대 다수가 여성이 되어가는 것’을 지칭하는 "빈곤의 여성화 feminization of poverty"를 극복해야만 한다는 세계적인 함의를 얻어내게 되었다. 이 용어에 대해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여성의 빈곤화”로 할 것인지, “빈곤의 여성화”로 번역할 것인지를 논하다가 후자로 결정하였다. 이처럼 빈곤의 여성화 극복이 탈빈곤을 향한 하나의 대안정책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빈곤층의 80퍼센트 이상이 여성이라는 자명한 현실을 사실로 인정한 것에 다름아니다.

그러면 이 같은 빈곤의 여성화 현상이 왜 현안으로 대두되었는가? 그 이면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는 100여 년 이상 된 여성운동의 이슈인 사회의 가부장성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여성운동을 주도한 세력들은 결국 또 다른 형태의 위계구조를 답습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물을 수 있어야 한다. 어찌 보면 많은 여성운동가나 여성주의자들이 페미니즘이라는 상표를 내걸고 자신들의 계급 상승이나 기득권을 누리기 위한 기회주의자들은 아니었는가, 가난하고 소외된 여성들과 연대할 수 있는 역량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가.

또한 남성지배적 사회관습에 저항하고 가부장제적 사고방식을 거부하기 시작했던 “처음처럼” 우리 여성들의 공동체 안에서 상호 배려의 비전이 우리들의 관계를 틀지우는 기풍이 조성되었는지도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여성운동 feminism에 대한 올바른 의식이 머리와 가슴에 이식되어 처음처럼 여성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어야만 하는데, 들리는 풍문이 그렇지를 못하고 실제로 여성운동가들의 공동체에서 부정적인 행태를 볼 때, 우리는 우리가 애써 이룩해온 것들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급기야는 우리의 이러한 좌표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상황 속에서 갈등과 반목의 골이 깊어갈 뿐만 아니라 기득권자들의 불만의 소리가 드높기만 하다. 갈등과 반목이 생기면 어느 경우에든 피차에 에너지의 소진을 가져오게 될 뿐이고, 부정적인 에너지가 긍정적인 에너지를 압도하게 마련이다.

적어도 빈곤의 여성화가 확대 재생산되는 것을 막으려면, 그리고 여성들 스스로가 나의 문제로 이를 받아들이려면, 이러한 우리의 현주소를 직시하면서 먼저 나 자신을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 자신이 치유가 필요함을 깊이 깨우쳐야 한다. 또한 치유가 필요한 것은 나만이 아니라, 내가 아프니 네가 아프고 우리가 아픈 것임을 느껴야 한다. 그러므로 나의 치유는 우리 모두의 치유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치유를 위해서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로나 허만 Ronna Hermann이 준 “새로운 시대의 신조”를 공유하고자 한다.

1. 그대 자신을 아무런 조건 없이 사랑하십시오. 그대 자신을 사랑함같이 모든 이를 사랑하십시오.
2. 언제나 감사하는 마음을 품으십시오.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는 법을 연습하시고, 모든 이들의 속안에 있는 선함을 보십시오.
3. 그대의 진정한 목표는 몸과 마음과 영혼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4. 진리를 추구하고, 진리에 호소하십시오. 다른 이들에게도 똑같은 권리를 허용하십시오.
5. 그대가 추구해 온 지혜를 다른 이들과 더불어 나누십시오.
6. 나날의 삶 속에서 그대 안에 깃든 ‘그대의 진정한 자아’에게 길 안내를 요청하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