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다니는 손녀들이 놀러 와서 하는 얘기다. “허각이 일등 되었으면 좋겠다. 존박도 잘하지만 걔는 이런 것 해봤잖아.” 나는 통 무슨 소리인지 몰라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슈퍼스타K시즌2’ 라고, 전국에서 노래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 노래 경연을 한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아이들의 대화에 끼이기 위해서 텔레비전의 프로그램을 열심히 보기 시작하였다. 마침 마지막 1,2등을 뽑는 날 TV를 보게 되었다. 열심히 노래를 부르는데 처음에 나는 그 노래 속에는 심취하지 못했지만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이내 곧 손에 땀을 쥐는 것이 아니라 온몸의 세포가 돋아있는 듯한 그들의 진행 속에서 은은한 인간미를 느끼기 시작하였다. 심사위원들의 점수와 전국에서 시청자들의 투표를 합쳐서 등수를 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허각이라는 사람이 1등이 되었다.

그런 후에 어떤 케이블TV에서 1,2,3등을 청해서 인터뷰하는 것을 보았다. 1등인 허각은 중학교 졸업의 학력으로 환풍기도 설치하고 공사판 막노동도 하면서 여기저기 쇼핑몰 등의 행사 공연을 다니면서 가수 꿈을 키워 온 사람이고, 존박은 미국의 좋은 대학교를 나왔고 미국에서 ‘아메리칸 아이돌’로 이미 노래를 하던 사람이라고 한다.

그들은 십삼만 명이 넘는 경쟁자를 뚫고 마지막 열한 명이 남았을 때에는 합숙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정이 들어 형, 아우로 서로 부르고 있었다. 아나운서가 물었다. “허각 씨가 일등이 되었을 때 존박 씨가 금방 축하를 해주셨는데 정말 그랬어요?” “네, 1등을 하기에는 약간 부담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리고 진행하는 중에 이미 1등이 안 될 줄 알았어요. 900대 500인 걸요. 그리고 마지막 무대에 나오기 전에 엄마가 편지를 써주셨어요, ‘마음 편안하게 해라. 니가 일등하면 잘돼서 좋은 일이고, 허각이 일등을 하면 더 좋은 일이다. 힘들게 자랐는데 얼마나 좋은 일이냐’고 적으셨어요. 끝난 후에도 ‘2등 하기를 정말 잘했다’고 하시구요.”

그 편지 내용으로 아나운서와 함께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참 감동을 받았고 그 속에서 공동체가 이루어지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존박은 여러 가지로 누리고 있는 사람이고 허각은 그렇지 못한 환경을 가지고 있지만 그 프로그램 자체가 ‘노래, 하나 만을 보는 것’인 것 자체가 멋있는 일이었고 그 속에서 그들 둘이가 곁으로 보이는 환경을 뛰어넘고 있는 것이다. 존박은 자기가 2등이 된 것에 대해 진정으로 감사하고 있었다. 자기는 1등이고 2등이고 간에 노래를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아나운서가 허각에게 물었다. “존박은 1등에 대해서 축하를 금방 해주었는데 왜 허각 씨는 고맙다는 인사를 안 했어요?” “네, 그때는 너무 정신없어서 내 주위 사람만 생각이 났었어요.” “그러면 지금이라도 해 보세요” 아나운서가 인도해주는 대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인 데도 그들 사이에서 흐르는 분위기가 있었다. 나는 거기에서 희망을 보았다.

치열한 경쟁을 한 사이이지만 서로를 배려하며 같이 노래 부르며 함께 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다. 각자가 혼자 노래 부를 수 있으면서도 보컬을 만들어 함께 노래 불렀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 어떤 환경 조건도 뛰어넘은 그들은 다만 “노래”라는 것으로 하나가 되어 있는 모습인 것이다. 가요계에서도 이렇게 공동체가 이루어지는 것이 기뻤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가지고 있는 저력이라고 느껴졌기에 더욱….

1년을 돌아보면서 우리의 인식이 많이 변한 것을 느낀다. 비단 교회 안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연예계를 비롯한 다른 공동체에서도 서로가 함께 하며 돕는 공동체 사랑을 만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아름답다. 온 나라에 이런 마음과 모습들이 퍼진다면 우리나라에 퍼져있는 잘못된 경쟁의식은 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서로 도우며 공동체 사랑과 나눔을 향해 나가는 우리나라를 생각하면서 미리 기뻐해본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