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증편향. 국어사전에 “자신의 가치관, 신념,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이라고 뜻을 풀이해 놓았다. 오늘 한국교회의 예수 이해 역시 이와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미 정해놓은 예수상을 마음에 세우고, 성서에서 이와 부합하는 구절만 강조하고, 이를 통해 타인의 믿음을 재단한다. ‘내가’ 믿는 예수가 아닌 ‘성서’에서 말하는 예수는 어떤 예수일까? 이런 질문에 좋은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 있다.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욕쟁이 예수>란 책이다.

"참다운 법을 터득하려면 안에서나 밖에서나 마주치는 대로 죽여라.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 蓬佛殺佛" 당나라의 선승 임제 선사의 가르침을 모아놓은 <임제록 臨濟錄>의 한 구절이다. 다소 충격적인 이 가르침은, 사람들이 만든 전통과 교의에 맞게 각색된 불심을 넘어서야 민낯의 참된 부처를 만나게 된다는 뜻이리라.

예수는 어떨까? 예수가 죽은 후 흐른 시간의 간극만큼이나 그의 얼굴도 시나브로 덧칠되고 왜곡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전통과 교의로 길들여진 예수를 죽임으로 참 예수를 만날 수 있으리라. 이런 점에서 박총의 『욕쟁이 예수』는 교양과 상식을 넘어, 야생의 예수를 살아내려는 한 몸짓이다.

박총은 도심 속 수도공동체 ‘신비와 저항’의 원장이며, 회중교회 전통으로 안수 받은 목사다. 한국 그리스도교 주변부에서 예수를 살아내기 위해 애면글면하는 영성가요, 작가이며, 강연자다. 이 책은 그의 오랜 고민과 공부, 성찰과 실천이 삶 속에서 난숙된 결과물이다. 그의 책 『욕쟁이 예수』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거나 가리고 싶었던 예수의 스물다섯 가지 얼굴을 펼쳐 보인다. 자연과 역사와 문화를 포함한 인간의 다양한 삶을 톺아보며 입체적으로 드러난 예수를 소개한다.

이는 우리 그리스도인이 닮고 살아내야 할 삶의 방식이다. 각 주제를 통해 드러난 예수는 ‘통합된 예수’다. 신과 인간의 완전한 통합. 예수 안에서 하느님이 온전히 드러나고, 인간의 삶이 적나라하게 표출된다. 그는 우리가 믿고 따를 보배다. 이를 드러내기 위한 구슬은 스물다섯 가지의 주제이며, 이 주제를 꿰는 줄이 의분, 관계, 누림, 참여다.

작가는 책의 서두에서 거룩한 분노를 언급하고 이어 하느님, 타인, 나의 경험인 일상과의 관계 맺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바른 관계를 맺고 누리게 될 삶의 터전인 창조와 생태, 더불어 살아갈 하나님 나라를 언급한다. 우리가 함께 살기 위해 종교, 정치, 지역의 차이를 극복하고 또한 타 인종에게 다가가야 함을 명토 박아 이야기한다. 박총은 이런 예수를 ‘변두리 예수’라고 칭한다.

저자는 자신의 논의를 조금은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해 서술함으로 독자의 내면을 흔들어 깨운다. 거기에 더해 성서에 대한 깊은 통찰과 해석을 기반으로 영향력 있는 저작을 다양하게 인용해 자신의 주장을 이끌어 가는 대목에선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주억거린다.

처음 『욕쟁이 예수』를 읽을 때 이 책이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그만큼 왜곡된 예수의 얼굴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었다. 다시 읽는 지금도 책의 내용이 여전히 유효한 것은 아직도 교회 안에 왜곡된 예수가 숭배 받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진리는 추종자들에 의해 파괴되듯이 예수 역시 예수쟁이들에 의해 왜곡되어 왔다. 자크 엘륄은『뒤틀려진 기독교』에서 “교회의 가르침은 기독교의 가르침과 너무 대조적이어서 반성서적으로 뒤틀려졌다.”고 말한다. 사실 온전한 예수의 얼굴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판타지다. 신앙의 예수와 역사적 예수. 개혁주의의 예수나 알미니우스의 예수. 그리고 가톨릭의 예수와 정교회의 예수. 어떤 예수도 온전한 예수일 수 없다. 그럼에도 현실은 자신들이 보고 느낀 예수, 자기 공동체의 전통과 교리에 맞춰진 예수만이 참 예수라 말한다. 이것이 바로 왜곡된 예수의 전형이다.

그러나 각 전통과 신학, 신앙의 예수를 조각조각 꿰매고 맞춘다면 더 풍부하고 다채로운 예수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욕쟁이 예수』는 그런 면에서 의미 있고 한국 교회에 꼭 필요한 책이라 여긴다. 더욱 널리 알려지고 읽혀 세상을 이롭게 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