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님이 장구를 치세요? 정말 뜻밖이네요” 내가 장구를 배우고 있다는 말을 하면, 듣는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이다. 그런데 똑같은 말인데도 어떤 때는 감탄처럼 들리고, 어떤 때는 비웃는 것같이 들린다. 또 어떤 때는 걱정하는 말처럼 들린다. 한 가지 일에 이렇게 여러 가지 반응이 나오는 것은 여성목사나 장구에 대한 이해가 여러 가지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이 시대에 여성목사로 산다는 것 자체가 조금 특별한 일이긴 하다. 목사라면 으례껏 남자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 속에 100년 넘게 살아왔으니, 남성목사의 보조자가 아니고, 남성목사와 동등한 자격을 가지고 동등한 일을 한다는 여성목사가 생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남성이 목사인 것은 당연하고 존경할 일인데, 여성이 목사이면 소위 말하는 여성으로 살기에 실패한 사람이거나, 팔자가 세서 목사가 되었나 보다고 지례 짐작하기도 한다. 여성목사에 대한 비하는 그동안 우리 속에 만연한 가부장주의사회에서 여성비하 교육을 받은 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여성이 집에서 살림이나 할 것이지 무슨 목사를 한다고...” 같은 여성에게 씌워 논 수많은 굴레들이 여전히 살아서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목사 안수는 계속 되어서 여성목사는 점점 많아 질 것이고, 많은 여성들이 목사 일을 아주 잘하고 있으니, 여성목사에 대한 인식이 좋게 바뀌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본다.

장구에 대한 이해는 어떤가? 사람마다 경험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려서부터 교회생활을 한 나에게 장구는 조금 꺼림찍하고 두려운 악기였다. 장구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전통악기를 연주하거나 판소리나 민요를 부르는 것은 다 천하고, 귀신이 붙어 있다고 알고 있었기에 멀리하려고 했다. 내가 우리 음악과 전통악기를 이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전통악기에 대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더욱이 그리스도교 신앙이라는 틀 속에서, 선교사들이 전해 준 교리를 믿으면서, 우리 전통과 문화를 미신이라고 다 버리고, 선교사들의 전통을 내 것으로 삼고 살아온 편견도 한 원인이다.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는 말씀이 내 나라 문화와 전통들 모두를 우상으로 만들고 그것을 거부하게 한 것이다.

내가 처음 우리 악기를 예배에서 사용하는 것을 본 것은 한 15년 전 쯤, 한국여신학자협의회에서 드린 여성예배에서였다. 예배를 시작하면서 징~ 하는 큰소리가 여운과 함께 내 귀에 들렸을 때, 갑자기 혼돈스러워졌다. 머리로는 징을 예배에 사용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그 소리는 마음 저 깊은 곳까지 울리면서, 징소리를 듣고 살았을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가 생각났다. 우리 역사 속에 내가 있었다. 고향에 돌아온 안도감 같은 것이 그 소리에 있었다. 참으로 이상한 예배에서 나는 많이 울었다.

장구를 배운지는 2년이 좀 넘었다. 문화령 선생님의 장구춤을 보고 나서, 몇 명이 그를 졸라서 ‘기독여성살림문화원’에 ‘몸살리기팀’을 꾸렸다. 지금은 9명이 일주일에 한번 두 시간씩 장구를 배운다. 휘모리 설장구 장단은 한번 치는 데 5분도 안 걸리는 말로하면 아주 간단한 장단이다. 우리는 이것을 1년 넘게 배워서야 겨우 몸에 익혔다. 오른손이 되면 왼손이 안 되고, 손이 되면 또 발이 안 된다. 내가 치는 것도 우습고, 다른 사람이 치는 것도 우습다. 아직도 가끔 박자를 놓쳐서 엉거주춤 서 있기도 한다. 그러는 우리들 모습이 너무 재미있어서 서로 보고 깔깔 거리고 웃는다.

어쨌든 이제는 장구 치는 목사가 되어서 가끔씩 공연도 하러 나간다. 맞는지 틀리는지 나도 모르니, 자신 있게 나가서 장구를 친다. 안수예배에, 여성단체 창립예배에, 기념행사 등에 가서 장구를 치며 흥을 돋우고, 몸을 살리며, 성령께서 함께하시기를 기원한다.

그런데 요새 슬슬 장구에 맛이 들기 시작했다. 장구를 치고 있으면 그 소리가 내 몸과 영혼 전체를 두드린다. 장단에 따라 마음이 설레고, 가슴이 뛴다. 영혼, 저 깊은 바닥에서 신명이 난다. 한바탕 집중해서 장구를 치고 나면, 몸과 마음이 개운해지면서 새롭게 살아나는 기운이 온 몸을 감돈다. 우상단지라고 멸시했던 장구의 큰 변신이다. 장구를 만질 때마다 인생의 희로애락과 신앙을 담아 멋들어진 장단을 만들어, 우리에게 전해준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한다. 그 선조들과 같은 길에 서서, 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된 것 또한, 장구를 치면서 얻은 큰 기운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