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이야기 : 용만이 왕따 탈출기


(지난호에 이어)
용만이는 빠지지 않고 독서수업에 참여했다.
다른 아이들이 동동 떠오르는 시를 쓸 땐 시도 썼다.
그런데 내용은 이게 시인지 낙서인지 말도 안 되게 몇 줄씩 쓰곤 했다.
선생님은 때마다 용만이 글을 보고 조금만 잘해도 칭찬을 해주셨다.
동화나 시를 낭송할 때도 용만이를 빼놓지 않고 꼭 시키셨다.
용만이가 입안에서 웅얼거리며 동화책을 읽을 때였다.
“야! 랩하지 말고 제대로 읽어라!”
아연이가 벌 쏘듯 쏘아붙였다.
“랩하는 거 아니거든.”
용만이가 처음으로 말대꾸를 했다.
우리 모두는 속으로 놀랐다. 선생님도 조금 놀라시는 눈치였다. 선생님 입가에 의미 있는 미소가 흘렀다.
그 후로 용만이는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는 것 같았다.

독서 수업을 한지 아마 1년쯤 지났을 거다.
<우리 집에 사는 신들>을 읽고 마음에 드는 신을 그림으로 그리라고 하셨다. 우리는 모두 신이 나서 독서감상화를 그렸다. 복을 주는 신이자 재물의 신이라는 업신을 제일 많이 그렸다. 교회를 열심히 다니는 시헌이는 예수님이 양을 안고 있는 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나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는 글도 그림위에 썼다.
구석에 앉아있던 용만이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용만이 그림은 보나마나지, 하는 마음으로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와! 용만이도 업신을 그렸구나. 진짜 잘 그렸다. 용만이가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 줄 몰랐네.”
선생님 칭찬 소리에 우리들은 모두 용만이 그림을 보았다.
와우!!!
커다란 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있는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았다.
“야! 진짜 같아서 징그럽다.”
여자 아이들은 몸을 움츠리기까지 했다.
“자 완성되었으면 게시판에 붙이자.”
선생님은 용만이 그림을 게시판에 붙여주셨다.
용만이 입이 헤 벌어졌다.
용만이는 이렇게 아주 조금씩 변해갔다.
지금은 아주 딴 사람이 된 것 같다.
“선생님, 오늘은 뭐해요?”
선생님이 오시면 제일 먼저 와서 선생님께 묻는다.
수업시간이 되기도 전에 선생님이 가져오신 책을 먼저 읽어보기도 한다. 책이 무척 재미있다고 하면서 낄낄 웃기도 한다. 그리고 자기 차례가 오면 당당하게 큰 소리로 책을 읽었다. 그 뿐 아니다. 자기가 쓴 글도 발표를 한다.
오늘 독서시간이었다. 옛날이야기 책인 <얘야, 아무개야, 거시기야>라는 책 중에서 ‘둥기둥기 귀한 딸 구릿구릿 입냄새를 어찌할꼬’ 를 혼자서 다 우리들에게 읽어 주기도 했다. 그것도 아주 실감나게. 트림을 하는 대목에서는 트림까지 ‘꺼억’하면서 읽었다. 그 바람에 아이들은 배를 잡고 웃었다. 선생님도 재미있으신지 큰 소리로 웃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온 센터 안을 퍼졌다. 아마 창문 밖까지 멀리 날아갔을 거다.
안 믿어지면 한번 와 보세요.(공부방 이야기 중 2번째 이야기는 끝,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