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의 갈등이 무역전쟁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로서는 어처구니없는 분쟁을 아베는 확대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한일 양 국민들은 대부분 이런 분쟁을 원치 않고, 이런 정치적 시도가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를 깨뜨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식민제국과 피지배자의 역사적 악연을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조금씩 바꾸어왔던 저간의 노력들이, 고의적으로 국민감정을 건드리는 양 국가의 극우들의 도발로 인해 어떻게 왜곡될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런 정치적 역사적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요? 두 나라 시민들이 공감하고, 나아가 온 세계인이 함께 할 수 있는 평화와 상생의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너무도 많고 복잡한 사건들이 얽히고설켜 있습니다. 이런 복잡한 상황일수록 해결책은 단순합니다.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우리 자신에서부터 출발하면 됩니다. 우리의 입장을 정리하고, 좌고우면 하지 않고, 행하지 않으면 불의가 되는 것과 타협하지 않으며, 나아가면 됩니다. 우리 자신의 정확한 메시지가 있다면, 그것이 역사적 정치적으로 옳다고 생각한다면, 나아가면 됩니다. 이것의 핵심은 일본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입장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3.1 독립선언서> 전문은 마치 100년 뒤의 오늘을 예견한 것처럼 우리의 나갈 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할 일은 다만 나를 바로잡은 데 있을 뿐, 결코 남을 헐뜯는데 있지 아니하도다. 엄숙한 양심의 명령을 따라 자기 집의 운명을 새롭게 개척하는 일일 뿐, 결코 묵은 원한과 일시의 감정을 가지고 남을 시기하고 배척하는 일이 아니로다. 낡은 사상과 낡은 세력에 얽매인 일본 위정자의 공명심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부자연스럽고 불합리한 이 그릇된 현실을 고쳐서 바로잡아,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올바른 바탕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을 생각한다’는 이 편지글의 제목은 ‘나를 바로 잡는다’고 고쳐 읽어야 할 것입니다. 일본 식민지배의 역사를 바로 잡지 못하고, 지금까지 선열들의 희생과 정신을 민족정기로 세워내지 못한 우리 자신을 바로 잡아야합니다. ‘토착왜구’라고 부를 수밖에 없도록 행동하는 정치인들과 언론들이 실상은, 청산하지 못한 우리 역사의 산물인 것을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런 한일갈등의 위기가 누가 청산하지 못한 친일세력의 후예들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고 있고, 그들이 이 새로운 문화 변화의 시기에 왜 맞지 않는지를 스스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극우친일세력들의 어이없는 행동들은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이기도합니다. 또한 일본 제국주의의 전범들과 동조세력인 조선 친일파의 후예들의 결탁이 한일 양국 시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선의적인 양국의 시민들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난 역사의 위기에서 배움을 얻지 못한다면, 그 국민은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의 어떤 서점에는 혐한 嫌韓 코너가 따로 있다고 합니다. 일본인들이 한국인들에게 갖고 있는 감정을 대변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본 극우들이 시민들을 호도하기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혐한’이라는 감정은 한국인들이 말하는 ‘반일’과는 전혀 다른 감정 선 線입니다. 혐오의 감정은 백인이 흑인에게 갖는 인종차별적인 감정이나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에게 갖는 멸시나 모멸의 차별적 감정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반면 반일은 대등한 관계에서 반대하는 감정입니다. 반대는 당연히 있을 수 있으나 혐오의 감정은 실제이든 허구이든 일본시민들이 함께 퇴출시켜야 할 감정이며 단어입니다. 제국주의적 우월감은 애국적 민족감정이 아닙니다. 일본시민이든 한국시민이든 대다수 보편적 감정은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며 함께 나누고자하는 인류애에 기초하고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일무역전쟁이 우리에게 미칠 경제적 손실과 고통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런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런 불편과 고통을 감수하며 역사적 불의를 바로 잡지 않는다면, 그로인해 누릴 미래의 고통은 단순히 경제적 불평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국-식민의 관계가 다른 형태로 재정립되고 말 것입니다. 해방은 단순히 정치적 형태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의식, 아니 무의식 속에서 식민의식을 지워내고 참 자유인으로 당당하게 섰을 때 참된 해방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100년이 된 3·1 정신의 지혜가 우리 안에 육화 incarnation될 때, 한일 양국은 진정한 이웃으로서 우정의 관계를 시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무역 전쟁이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일본에게도 새로운 출발의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