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벧엘당구장 김 사장님이 끝내 영주에 있는 알코올병원에 입원했다. 그가 알코올병원에 입원한 것은 단순히 알코올중독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입원을 결단한 것은 더 이상 술로는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통풍의 통증을 견뎌낼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결단한 것이다. 그런데도 막상 입원하는 날이 되자 병원으로 향하는 길이 불안했는지 울안공동체에서 가장 가깝게 지냈던 강 0 0 아저씨께 병원까지 동행해줄 것을 부탁해서 사회복지사 선생님과 함께 다녀왔다고 한다.

김사장님이 벧엘의집 울안공동체에 입소할 때만 하더라도 비록 알코올 문제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건강이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술 문제만 해결하면 충분히 자활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느 순간까지는 비록 모든 것을 다 잃어버렸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으니 희망을 갖고 한 번 술을 끊어 보자고 했었다. 김 사장님도 한때는 술을 끊어보려고 애썼다. 그리고는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되면 일자리도 찾아보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그가 류마티스 관절염과 통풍을 앓기 시작하면서 그나마 가졌던 희망을 포기하는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마신 것이다. 그래서 음주 정도가 너무 심하다 싶어 붙잡고 이야기를 하면 너무 아파서, 통증을 잊기 위해 마신다는 핑계를 대며 모면하려고만 했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 술이 잠시 동안은 통증을 잊을 수 있게 해 줄지는 몰라도 알코올 자체가 병을 더 악화시키니 제발 치료를 위해서라도 술을 끊으라고 아주 강하게 말하면 마지못해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체구가 왜소하다. 또한 체구가 왜소한 만큼이나 가방끈도 짧아 중학교 중퇴가 최종학력이다. 거기에다 한 가지 더 고아출신이다. 그러니 젊은 시절 변변한 일자리를 갖는다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체구라도 크면 육체노동이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몸집이 작으니 처음부터 그런 일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가방끈이라도 길면 사무직 일자리라도 알아봤을 텐데 최종학력이 중학교 중퇴니 그것도 아예 포기했을 것이다. 거기에다 고아니 아주 어린나이부터 스스로 살아가야 했을 것이다. 그러니 어린 나이에 쉽게 얻을 수 있는 일자리가 변변했을 리 만무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의 첫 일자리가 나이트클럽 아르바이트였다고 한다. 사회에 첫발을 잘못디딘 것일까? 처음부터 술과 관련된 일자리로 시작하여 평생을 그런 쪽에서 일을 했다고 한다. 나중에는 떳떳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성공하여 아가씨가 있는 술집을 두 개씩이나 경영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의 외모나 성격을 보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지만 그렇다고 우기니 믿을 수밖에) 그러다가 친구의 배신으로 쫄딱 망하고 대전에서 재기해 보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아 죽으려고 여관방에서 술만 먹다가 어찌어찌해서 울안공동체까지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의 이력을 보면 몸이 건강해도 자활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쉬워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는 걸음도 제대로 걷기 힘들 정도로 류마티스 관절염까지 앓고 있으니 그에게 희망을 이야기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서 찾아낸 묘안이 당구를 좋아한다고 하여 벧엘의집 지하에 당구장을 만들어 용돈이라도 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면 우선 큰 힘 들이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으니 삶의 자신감도 생기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도 생겼으니 술도 자제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막상 수중에 돈이 생기니 술을 자제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마신 것 같다. 결과적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은 호전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되어 결국에는 신발도 제대로 신을 수 없는 지경이 된 것이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톱니바퀴에 갇힌 사람처럼 그의 몸과 마음은 점점 더 병들어 갔다. 술로 인해 통증은 더 심해지고, 통증이 심하니 술을 더 마시게 되는 더 이상 길이 보이지 않는 지경까지 된 것이다. 이제 마지막 남은 길은 강제로라도 술을 끊게 하는 병원에 입원하는 길인데, 입원을 권유하면 죽으면 죽었지 가지 않겠다고 하니 참 난감하기만 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본인이 자청해서 입원하겠다고 하니 참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얼마나 견디기 힘들면 그런 결단을 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그렇게 해서 알코올 병원을 향해 출발했다. 어쩌면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영주를 향했을 것이다. 그러나 난 그 길이 마지막이 아니길 기도한다. 비록 그가 더 이상 길이 보이지 않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영주행을 선택했을지라도 그 절망의 터널을 지나 새로운 미래로 나가는 희망의 길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한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