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의 법치 수준이 크게 후퇴했다는 국제기구의 보고서가 나왔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기사에 따르면 22일 미국의 비영리법인 ‘세계 사법정의 프로젝트/ The World Justice Project·WJP’가 공개한 올해 '법의 지배 지수'를 보면, 한국은 평가점수 1점 만점에 0.73점으로 113개국 가운데 19위로, 지난해보다 8계단이나 하락했다고 한다. 이는 최신 평가 기준을 적용한 2014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2014년에는 0.77점으로 99개국 중 14위, 지난해에는 0.79점으로 102개국 중 11위였다는 것이다. 이를 항목별로 보면, 한국은 정부권력 견제, 부패, 정부 개방성 등에서 0.7점에도 못 미치는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특히 부패 항목은 0.65점으로 35위에 그쳐 칠레(25위), 요르단(33위) 등 보다 낮았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사회가 이전보다 더 공정하지 못한 사회, 불공평한 사회, 권력의 부패, 비정상적인 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우리사회를 정상적인 사회, 공정한 사회가 되도록 할 수 있을까? 투박하게나마 얼마 전 대전에서 있었던 전국노숙인시설협회 신규실무자교육에서 했던 인사말에서 해답을 찾아보려고 한다. 아니 그런 세상을 꿈꿔본다. 다음은 인사말이다.

“전국노숙인시설협회 신규실무자 교육에 참여하신 정의의 파수꾼들을 환영합니다. 갑자기 무슨 정의의 파수꾼이냐고요. 저는 여기 참석한 여러분들이야말로 바로 정의의 파수꾼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의가 무엇입니까? 마이클 샌덜이 말하는 철학적, 정치적 담론을 이야기 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가 꿈꾸며 이루어가야 할 정의를 말하려고 합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의이지요. 그리기에 여러분은 인간다움의 세상을 만들어가는 분들이기에 정의의 파수꾼이라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원칙이 정의입니다. 그런데 정의를 인류의 보편적 가치니 하면서 도덕적, 철학적 개념으로 설명하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분명 다른 저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류역사를 보면 정의조차도 늘 가진 자를 정당화 시키는 논리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가지지 못한 사람이 가진 사람의 것을 가져가면 범죄가 되고, 가진 사람이 가지지 못한 사람의 것을 가져가면 사회의 당연한 가치로 용인되어 온 것이 인류의 역사입니다. 그러면서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행동은 시대에 뒤떨어진 행동이 되거나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으로 치부해 버렸습니다.

샌덜이 던지는 질문을 한 번 봅시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증기기관차가 있다. 그런데 기차의 정면에 5명의 인부가 있고, 기차가 그들을 곧 칠 예정이다. 다행히 기차는 차선 변경을 할 수 있는데, 그 길에는 1명의 인부가 있다. 차선을 변경하지 않으면 5명의 인부를 치게 되고, 변경하면 1명의 인부를 치게 된다. 당신이 기관사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소위 자유민주주의에서는 벤담이 말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 정의로운 것이기에 1명은 당연히 희생되어도 되는 건가요? 4명보다는 적은 수이기에 다수를 위해 희생당해도 된다는 것인가요? 그것은 결단코 아닙니다. 정의에 대한 이 물음에서 중요한 한 가지가 빠져있습니다. 왜 기관차가 달리고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인부는 목숨을 걸고 선로에서 일을 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기관차가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일해야 하는 인부는 1명이든, 5명이든 언젠가는 그런 상황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정의가 선택의 문제라면 선로위에 인부가 없을 때 기관차는 운행해야 합니다. 그러면 브레이크가 고장나든 그렇지 않든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정의는 기관차가 다닐 때는 선로위에 인부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일부 희생은 감수해야 한다면 기존의 질서는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정의는 1명이냐, 5명이냐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일해야 하는 상황을 없애는 것이 바로 정의인 것입니다. 정의란 바로 경제적 불평등을 없애는 것이겠지요. 이런 차원에서 본다면 우리사회에서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해 가장 큰 희생을 당한 사람들이 바로 우리가 매일 만나는 노숙인 가족입니다. 그러기에 그들과 함께 동고동락 하는 여러분들이야 말로 정의의 파수꾼이 아니겠습니까? 여러분들은 우리 사회에 정의를 실현하고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라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낮은 임금과 고된 노동으로 때론 자존감조차도 무너지게 만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연대하고 힘을 모다 이런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승자독식의 무한경쟁사회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몸으로 보여줍시다. 정의로운 사회가 되려면 노숙인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합시다. 사랑합니다. 아직은 정의를 이루는 확실한 길은 보이지 않지만 함께 연대하며 가다보면 우리가 꿈꾸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