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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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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YMCA벼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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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푯대만 보고 달리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푯대가 무엇인지 기억도 아련하여 그것이 혁명이었는지 사랑이었는지 가물한데 지금 남아있는 느낌은 참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주위를 잘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언젠가 부터 조금 여유가 생겨서인지 멈추어서 세상을 보는 습이 생겼습니다. 내가 정지하여 주변의 움직이는 사람들과 사물들을 때론 세밀화 보듯이 세심히, 때로는 시골 비포장길을 시외버스 타고 풍경 보듯이 보게 되면서 각각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꽃이 피는 순서대로 오는 봄의 풍경도 그렇습니다. 홀연히 산수유가 피고 목련이 피고 살구가 피고 앵두가 피고 진달래가 피고 개나리가 피고 벚꽃이 피고 복숭아가 피고 그렇게 봄이 옵디다. 새순이 돋고 온갖 꽃들이 피는 그리고 연녹색 잎새들이 천천히 산야를 물들이는 봄은 정말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산천을 붉게 지천으로 핀 진달래 피는 모습은 시조시인으로 등단한 제 친구의 표현처럼 “남들은 이불도 못 갰는데 지 혼자 홀랑 벗고 **이야”이며, 아지랑이를 타고 아른거리며 흩날리는 벚꽃잎 날리는 봄날은 곽재구의 시처럼 “**, 미치고 환장할 지경”입니다. 뒤늦게 공부를 한답시고 모 대학원에 다닐 적, 때 지난 추위에 흰 눈이 쌓인 대학교정에 피었던 폭실한 목련 몽우리와 얼마 후 활짝 핀 목련꽃이 생각납니다. 흰 눈 위로 활짝 핀 자목련, 정말 짜릿할 정도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하지만 봄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걸 떨어지는 목련꽃잎을 보면서 알았습니다. 벚꽃이 필 무렵 목련의 그 아름다움의 뒷마당은 참으로 누추했습니다. 다음에 피는 꽃을 위해 그리하였는지 저는 그 깊은 속을 모릅니다. 선거가 끝난 후 심곡동 다세대 주택 골목으로 먼지 섞인 찬바람으로 흩날리는 유인물보다 지저분하게 떨어진 백목련 자목련 꽃잎들은 지난밤 환락의 배설물들을 남긴 도심의 아침거리와 비슷했습니다. 피고 지고, 지고 피고 생명의 몸부림들을 보면서 우리는 화엄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어떤 이는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는 길을 가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누군가의 발자국을 따라 조그맣게 난 길을 걷기도 하고, 마침내 어떤 이는 거칠지만 아무도 가지 않은 곳을 길을 만들면서 걷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끝없이 먼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한없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 길 가운데 道中에서 우리는 부모님을 만났고 사막도 만났고 좋은 선생 정말 더러운 선생도 만났고 그림자 넓은 느티나무도 만났고 가파른 언덕길도 만났고 친구도 적도 만났고 따스함도 만나고 아련한 그리움도 한없이 떨어지는 벼랑도 목타는 갈증도 가슴 콩닥이는 사랑도 만났습니다. 막스도 프레이리도 만나고 서정주도 이문열도 이오덕도 권정생도 다석도 김용택도 김지하도 노자도 정채봉도 신경숙도 신영복도 김소진도 이현주도 윤구병도 정호승도 윤대녕도 틱낫한도 스콧 니어링도 기형도도… … 만났습니다. 만나는 상황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모두가 정말 감전되듯 가슴 떨리는 짜릿함이었습니다. 이 봄처럼 말입니다. 만나면서 또 만나면서 우리는 숨 막히는 긴장도 경험했고 한없이 포근함도 경험했고 온갖 화려함과 미칠 것 같은 고집스러움 그리고 영혼의 휴식을 느끼게 하는 고요함과 물 흐르는 듯 유연함, 안개속의 신비함 그리고 알 수 없는 신령함 등을 경험했습니다. 목련꽃이 터지는 순간 그 긴장감과 몽우리의 그 포근함, 만개하였을 때 그 화려함과 이파리도 없이 꽃망울을 터트리는 그 고집스러움, 그리고 몽우리 맺을 때부터 꽃잎 떨어질 때 까지 그 고요함과 유연함 신비함과 신령함…
생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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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소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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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18:33-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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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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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남: 목회를 할 때 가장 난해한 성경 구절 중에 하나를 오늘 대한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오” 종종 어떤 분들이 이 구절의 ‘내 나라’는 차안의 세계,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라, 피안의 세계, 즉 저 너머의 세계라고 주장한다. 목사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김명신: 그리스도의 왕국을 피안의 세계로 해석하는 것을 이해한다. 지금까지 기독교 전통이 보통 그렇게 해석하고 전달해 왔고, 고통의 현실에서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도, 현실 세계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고통 없는 그리스도의 왕국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성경에서 주님이 말씀하신 “내 나라”는 차안의 세계를 말한다고 생각한다. 이경남: 해설에서 그리스도 왕국에 대조되는 개념인 ‘세상’을 불신앙의 바탕 위에서 조직된 인간 사회를 뜻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스도의 왕국은 실천적으로 폭력과 경쟁의 현실 세계와 달라서 평화의 왕국이라는 것을 설명하지만, 물리적으로는 현실 세계와 동일한 것으로 말하는 것이다. 라광진: 요한복음은 진리의 세계(형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사물의 세계)라는 이분법적 그리스 세계관에 영향을 받았다. 그런데 요한복음이 그리스적 세계관, 즉 플라톤적인 세계관과 다른 면이 있다. 플라톤적 세계관은 인간이 형상의 세계로 상승함으로서 진리에 속할 수 있다. 반대로 요한복음은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는 것, 즉 형상(진리)이 우리가 사는 세계에 내려왔다고 말한다. 이것은 당시에 하나의 충격이었다. 진리를 알기 위한 방향이 역이다. 하나는 인간이 상승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신이 현실에 참여하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현실에 참여하는 데, 인간이 현실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말이 되는가? 우철영: 불교, 기독교, 유교를 비교하면, 유교, 기독교, 불교의 순서대로 현실참여에 적극적이라고 말한다.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유교는 입신양명을 중시한다. 불교에서는 이 세상에 참여하는 것이 무명 無明에 집착하고 얽매이는 것이다. 기독교를 나쁘게 말하면 어중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꿈은 하늘을 향하고 몸은 현실을 향한 종교, 즉 하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이 세상에 참여하는 종교가 기독교이다. 나는 꾸준히 곁길로 가지 않고, 현실 참여적 설교를 했는데 부작용이 많다. 교회를 정하려는 사람이 우리 교회에 왔다가 설교를 듣고 보통 그냥 떠난다. 윤장한: 세상 왕국은 경쟁에서 승리한 이들이 왕이 되는 세계이다. 그 세계는 돈과 권력과 힘이 사람들을 구원시킨다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고 교육하고 있다. 그래서 그러한 것을 얻지 못한 채 사는 이들, 그러한 것을 얻을 수 없는 이들은 피안의 세계에 희망을 놓는다. 반대로 그러한 것으로 지금 구원받은 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예수의 피로 장식하여, 땅에서도 기득권을 놓치지 않고 저 세상에서도 구원받으려 한다. 이러한 태도를 대부분의 교회가 가지고 있고, 이러한 태도가 우리의 현실이다. 김명신: 집에서 돌봄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를 tv에서 본적이 있다. 그 선생님들을 보고나서, 나는 또 다른 작은 예수님이 세상에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선생님들이 매우 헌신적으로 학생들을 대하는 데도, 어느 날 확 바뀌는 학생은 없다고 한다. 학생들이 갓 입학했을 때는 선생님이 오셔도 담배를 물고 있는 데, 2학년이 되면 담배를 숨기고, 3학년이 되면 담배를 끈다고 한다. 나 같으면 두 눈에 쌍심지를 켤 일이지만,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그 모습을 보고 기뻐한다. 현실은 어느 날 갑자기 확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현실 적합성을 생각해야 한다. 교회는 현실의 세계를 유연하게 대하면서도, 예수님이 알려주신 기본적인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현실의 세계가 바뀌고, 그리스도의 왕국에 가까이 가 있는 세상을 어느 날 돌연히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독교는 땅에 심겨진 보이지 않는 씨앗, 그러나 온갖 동물이 깃드는 나무가 되는 종교이다.
이경남: 만약 주님이 말씀하신 주의 왕국을 오직 피안의 세계로만 생각한다면, 차라리 불교인이 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동안 요한복음을 가장 어렵게 생각했는데, 목사님들과의 토론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우리 교회에 모여주신 목사님들께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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