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공동체성서연구

 

 


4/2010

 

 

 

 

 

 

 

 

 

 

 

 

  현장의 소리

 

왜 대안학교인가?

 

  교 육(10)

 

 

 

 

 

 

 

 

 





이은재

목사,
산돌학교 교장,
kszukero@hanmail.net






 



2010년도 신입생들과 부모님들께 왜 산돌학교를 선택했는지 물었습니다. 몇몇 친구들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자유롭고 자신의 할 일을 스스로 풀어나가도록 해 주는 학교인 것 같다. 또 매일 로봇처럼 감시, 통제되고 싶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개척해 나가고 싶다.” “학교에서 학원으로, 학원에서 학교로 끌려 다니는 것이 구속으로 느껴졌다.” “운동장도 넓고 계곡도 있고, 또 다른 대안학교와는 달리 주말에 가족과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내가 어떤 사람이 될 건지 생각하지 않고 좋은 대학만을 바라보는 것은 부질없이 보이고 내가 원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생각하던 것을 하나하나 이루어 나가면서 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대부분 자유와 또 자신이 원하는 자기를 찾기 위해 대안학교를 선택한다고 말합니다.

부모들은 이런 대답을 했습니다. “아이가 가진 여러 가능성과 능력을 고르게 키워주고 싶다. 학과 공부에만 매몰되지 않고 세계를 바라보는 눈,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정신력, 자신의 입장을 넘어서서 다른 사람의 입장도 배려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고루 키워가는 교육을 받게 하고 싶다.” “이 땅을 살아가면서 ‘땅’을 아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다 공부를 잘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 아이는 청소년기에 공부 외에 자신이 잘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자신감을 갖기 원한다.” “산돌학교가 추구하는 철학과 지향하는 바를 따르고 싶다.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성장하여 깨어 있는 영성의 삶을 지향하는 자연인으로 성장하기 바란다.”

그렇습니다. 산돌을 선택한 친구들과 부모들은 무엇보다 먼저 학생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기를 희망합니다. 이 당연한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서는 이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한 대학생이 “나는 대학을 거부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자퇴서를 내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대학에서조차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고, 자신의 삶을 살 수 없는 이 기막힌 한국 사회의 현실 앞에서 우리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교육이 무엇인지, 대학의 존재이유는 무엇인지, 산다는 것은 정말 무엇인지, 우리 자녀들은 묻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성세대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너무도 가슴이 아픕니다. 우리 사회의 천박함과 탐욕스러움이 아이들의 영혼을 이렇게 말라 죽이고 있습니다.

처음 산돌학교를 시작할 때 많은 분들이 물었습니다. “왜 대안학교를 하려고 합니까?” 그때 저는 그렇게 대답했습니다. “오늘 한국의 교육현장을 입시지옥이라고 합니다. 지옥에 아이들이 빠져 죽어가고 있는데, 교회는 왜 이렇게 구경만 하고 있습니까? 한 명이라도 지옥에서 건져내야 되지 않겠습니까?” 산돌학교는 생명에 대한 사랑과 공감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준비를 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부족함이 많습니다. 대부분 비인가 대안학교들처럼 열악한 시설 때문에 학생들은 많은 불편을 겪습니다. 부모들은 수업료에 대한 부담과 더불어 학교재정을 후원하는데 많은 부분을 담당해야 합니다. 교사들은 박봉에 시달리며 엄청난 업무를 감당해야 합니다. 이런 열악한 조건 속에서 과연 바람직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묻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확신합니다. 교사들이 진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하고, 진지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이 하고자 하는 일을 전심으로 격려하며 도와주고, 그들의 성장과 사랑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나누고, 그들끼리 도모하는 비밀스러움들을 짐짓 모른 채 넘어가주고, 질풍노도와 같은 수많은 격정과 변화들을 멀리 내다보며 끌어안아주고, 그래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숨 쉬고 놀면서, 정말 선생님들은 우리를 사랑해주신다는 확신을 가질 때, 바로 그곳이야말로 최선의 교육이 일어나는 현장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산돌학교를 시작하고 나서 시간이 흐를수록 학생들이 배우고 자라는 것은 교사가 가르치는 것에서가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그렇게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선생도 스스로 배우는 사람으로 함께 할 뿐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선생이 배우고 자라는 만큼 아이들도 그렇게 합니다. 선생과 학생이 함께 자라는 교학상장 敎學相長 이야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교육철학이라는 것을 점점 깊이 깨닫게 됩니다. 배우며 자라기에 행복한 교사가 되고, 행복한 교사가 있어서 행복하게 자라는 학생들이 있고, 그래서 더불어 부모도 행복하게 배우고 자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소중한 교육 공간이 있을까요? 생명에 대한 사랑과 최소한의 예의에서부터 시작한 산돌학교가 우리 사회에 한줄기 빛을 보탤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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