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12월 27일(토) 늦은 밤 광진구 광장동 정립회관 대강당에서 장애인의 당당한 문화참여의 열정적인 공연이 있었다. 장애인문화공간 준비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장애인이 문화적 활동의 단순 소비자가 아닌 문화의 주체가 되기 위한 기지개를 펼치는 첫걸음으로 장애인노래패 “시선”을 탄생시키고 6개월간 갈고 닦은 실력들을 세상에 펼쳐 보였다.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장애인이 주체가 된다는 것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문화의 부분에서는 그 편차가 더욱 심하다. ‘먹고사는 문제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슨 문화를 말하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현대의 문화는 취미나 여가생활이 아닌 삶의 일부분이다.

요즘 공연장의 문화는 많이 바뀌고 있다. 문화공연에서의 문화 나눔도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나눔의 현장에서도 장애인은 항상 타자로 관객의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이 주체적으로 문화의 중심에 서는 것이 아닌 무료초대라는 시혜의 대상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런 한계를 뛰어넘어 문화의 주체요 생산자로 당당하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장애인노래패 ‘시선’의 출발은 새로운 장애 문화의 획을 긋는 중요한 의미라 할 수 있다. 지난 3월 오디션을 통해 5명의 혼성그룹으로 매주 주말을 이용해 6개월동안 전문 연주단이 되기 위한 고된 훈련을 마치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시선. 이들이 무대에 서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협력이 있었다. 그중에서도 ‘젠’은 바쁜 짬을 내서 그들의 연습실에서 직접 지도를 하며 전문 연주단으로의 변신에 일조를 했다.

열정적인 공연을 펼치고 있는 “시선”

27일 공연은 5명의 단원들로 시작했지만 한 명의 개인사정으로 4명이 무대에 올랐다. 송병준, 조한나, 강현정, 윤기현 씨 등 4인의 첫 노래는 ‘오 해피 데이’였다. 흑인들이 백인들의 압제 속에 노예 생활가운데 희망을 기대하며 부른 처절함 속의 희망 ‘오 해피 데이’는 장애인들이 이 땅에서 차별과 서러움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갈망하는 듯 호소력 있는 노래였다.

한 곡이 끝나자 마이크를 잡은 송병준 씨는 “실수를 하더라도 이해해 주세요”라는 말로 초보 공연의 부담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어진 공연은 어느 전문 연주단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공연이었다. 무대 앞에는 그들을 지도해온 ‘젠’이 바닥에 앉아 격려를 보내고 있었다.

한 곡 한 곡, 노래가 끝날 때마다 청중은 열광했다. 두 번째 곡이 끝나자 그간 연습의 과정들이 영상으로 청중들에게 보여졌다. 열악한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시선의 몸부림이 청중들에게 그대로 전해져 또다른 감동을 자아냈다.

영상에 이어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 현란한 조명과 반주에 맞춰 불려지자 청중들은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 박수와 함성은 시선을 더욱 흥분시켰고 노래는 절정을 향해 고조되었다. 노래가 끝나자 단원들은 노들야학과 젠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객석에서는 눈시울을 적시는 사람들이 보였다.

4곡의 모든 준비된 연주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청중들은 시선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박수와 앵콜이 강당이 떠나갈 정도로 외쳐졌고 다시 무대 앞으로 나온 시선은 앵콜곡 “말 달리자”를 선사했다. 앵콜곡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청중은 다시 앵콜을 외쳤지만 단원들은 더 이상 준비한 곡이 없다며 다음을 약속하며 짧지만 소중한 첫 번째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시선을 세상에 선보인 산파 역할을 감당한 장애문화공간(준)은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었던 빈곤장애인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아울러 장애인이 문화활동의 주체로 나가는 노력들을 계획하고 있다. 더 나아가 사회적 차별과 억압을 노래로 표현함으로 문화 영역에서 장애 운동을 펼칠 계획이다. 시선과 장애문화공간을 통해 문화 영역에서도 당당히 장애인이 주체가 되는 세상을 꿈꾸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