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공동체성서연구

 

 


12/2003

 

 

 

 

 

 

 

 

 

 

 

 

  현장의 소리

 

“교실 잘 지켜”

 

 

 

 

 

 

 

 

 

 

 



이 철 용

목사, 편집위원,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http://withnews.com)" 대표










 


“홀로 남는 체육시간이 싫다”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 체육은 반갑지 않은 과목이다. 다른 비장애아이들이 체육시간 시작 10분전부터 체육복을 갈아입고 신발을 챙겨 운동장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동안, 장애아이는 다른 과목을 공부하거나 담임선생님이 별도로 준 책을 책상 위에 올려놓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준비를 한다. 그러나 비장애아이들은 이렇게 혼자 교실을 지키는 장애아이를 동기로서 안타깝게 바라보기보다, 불편한 몸을 가지고 있기에 ‘당연히 교실을 지켜야 하는 아이’로 생각한다. 아이들이 모두 운동장으로 나가고 난 뒤, 혹시나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밖으로 나가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봐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교실에 들어온다. 그리고 “나가야 할 아이들”이 모두 밖에 있는 것을 확인한 선생님. 선생님은 ‘교실을 지켜야 하는 아이’를 뒤에 남긴 채 운동장으로 향한다.

“교실 잘 지켜”

선생님도 수업을 위해 운동장으로 나가고 아무도 없는 교실에 홀로 남은 아이에게 그야말로 “교실을 잘 지켜야 하는” 의무가 주어진다. 만약 체육시간에 없어지는 물건이 있으면, 교실에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장애학생에게 1차적 책임이 돌아간다. 물건을 잃어버린 당사자가 “체육 시간 도중 아무도 교실에 들어온 사람이 없는데 교실에 있던 아이가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면 왜 내 물건이 없어 졌는가?” 라고 주장하면 장애학생은 억울해도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몸이 불편해서 아이들과 함께 뛰지 못하고, 그러면서도 당연히 교실에 남아 아이들의 물건을 지켜야 하고, 그들의 소지품이 없어지면, 의심을 받는 장애학생들은 그야말로 홀로 있는 체육시간이 싫다.

장애로 인해 잃어버린 체육점수

그러나 교실에 남아 있는 것보다 더 억울한 것은, 다른 과목에 비해 유난히 높은 실기 점수를 따지 못하고 기본점수만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체육의 경우 학년마다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실기 시험과 필기시험의 점수를 각각 8:2로 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필기시험에서 만점을 받는다고 해도, 장애학생들은 불편한 몸으로 인해 실기 점수를 딸 수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점수를 손해 보게 된다.

일반적으로 체육 과목의 기본 실기 점수가 40점이라고 가정하면, 장애학생들은 몸이 불편한 것 때문에 최대 40점 가량을 덜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장애학생들은 다른 과목에서 높은 성적을 받음으로써 체육에서 손실한 점수를 만회해야 하는 부담을 갖게 된다.

중학교 과정을 예로 들어보자. 12과목을 배우는 중학교에서 40점이라는 점수는 대략 평균 3점 가량이다. 그렇다면 장애학생들은 비장애 학생들과 똑같이 공부하고도 체육점수를 받지 못해, 다른 학생들에게 평균적으로 뒤지는 결과를 낳는다. 중학교에 비해 내신 성적의 비율이 더 커지는 고등학교에서도 체육점수의 실기 비중은 동일하다.

이렇게 신체적 불편함으로 인해 점수를 덜 받고 있지만 장애학생이 체육 실기 점수를 대체할 수 있는 교육적 장치들은 아무 것도 없다. 현재까지는 장애학생이 체육 시간마다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에 나가 어떤 과정이 실기 점수로 연결되는지를 지켜 본 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연습을 하고, 다시 그 과정 안에서 실기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 장애가 심한 아이들의 경우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중,고등학교 내내 체육 실기 점수는 0점인 셈이다.

“장애학생, 학교, 교사. 모두가 나서야..”

이러한 문제는 짧은 시일 내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까지 수 십 년간 각 학교에서 체육시간이 돌아오면 장애인들은 교실을 지켜야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왔고 학부모와 교사, 학교, 당사자들도 여기에 큰 문제점을 제시하지 않은 채 오늘에 이르렀다.

이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당사자들과 학부모들이 먼저 나서서 요구해야 할 것이다. 사실 비장애 학생들은 당연히 체육 점수를 받을 수 있기에 장애인들에게 체육 과목에서 기본 점수가 주어진다고 해서 여기에 불만을 가질 일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부당한 대우를 받았던 당사자들이 나서야 한다. 무엇이 문제이고, 왜 이것들이 개선되어야 하는지를 명백하게 밝혀야 한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될 수도 있는 일이겠지만 자꾸 바위에 계란이 깨어지다 보면 바위에 남은 계란의 흔적을 보고 궁금히 여기는 사람들도 생겨날 것이다. 그들과 함께 한 걸음씩 바꿔 나가야 할 문제이다.

이제 수능시험도 끝났다. 잠시 동안 수능시험의 결과에 희비가 엇갈리기도 하겠지만, 이제 이들은 1년 내내 자신을 괴롭혀 오던 굴레를 벗어버리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 고 3 아이들은 교실 대신 운동장에서 그리고 다른 곳에서 한껏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것이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 놀며 즐거운 함성을 지를 때 체육 시간마다 교실을 지켜야 했던 장애인들은 학창 시절을 마무리하며 어떤 생각을 할까? (정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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