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순, 공동체성서연구

 

 


8/2003

 

 

 

 

 

 

 

 

 

 

 

 

  현장의 소리

 

1층이 사라진다

 

 

 

 

 

 

 

 

 

 

 



배융호 목사

배융호 목사는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연구실장입니다.

이 글은 위드뉴스(www.withnews.com)에서 옮겼으며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의 월간 <자유공간>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자주 가던 피자전문점이 있었다.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었고 1층이어서 가끔 따뜻한 피자가 먹고 싶으면 들르던 곳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들르는 사람이 나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그 집은 늘 손님으로 붐비었고, 그렇게 몇 년을 지내더니 마침내 확장 이전을 한다고 했다. 다행히 처음 있던 장소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어서 이후에도 계속 그 피자집을 갈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얼마 후 새로 이전한 장소로 찾아가보니 이게 웬일인가? 1층은 주차장이고 매장은 2층부터 있는 게 아닌가? 결국 난 그날부터 그 피자집을 가지 못하고 집에서 주문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비슷한 일이 생겼다. 집 앞에 있던 맛있는 냉면집이 새로 건물을 신축해서 이전을 한다고 한다. 역시나 이곳도 1층은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2층부터 매장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캐나다와 호주를 여행하면서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던 것이 있다. 대형 수퍼마켓도, 대형 서점들도 모두 넓은 면적에 1층으로 된 건물을 짓고 있는 것이었다. 캐나다나 호주는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는 반면에 그 국토에 비해 인구가 적은 나라들이다. 따라서 굳이 우리나라처럼 2층, 3층으로 된 건물을 지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사실 충분히 넓은 면적만 있다면 2층, 3층으로 된 건물보다 1층으로 된 건물이 편리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수직이동 없이 수평이동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매우 다르다.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살고 있고, 많은 건물을 짓다보니 옆으로 넓게 짓기 보다는 위로 높이 올리기만 한다. 거리에 나가보면 작고 높은 건물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높은 건물들은 5층 이상을 넘지 않는다. 5층 이상이 되면, 엘리베이터의 설치 등 갖추어야 할 의무시설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대학가에 위치한 한 페스트푸드 전문점. 계단이 유일한 진입로, 장애인들의 접근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여기에 심각한 주차문제가 겹치면서 아예 1층은 주차장으로 만들고 2층부터 매장으로 사용하는 근린생활시설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이들 건물들은 대부분 3층 이하의 시설들이고 당연히 엘리베이터와 같은 승강설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나와 같은 휠체어 사용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1층은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2층부터 매장으로 사용하는 시설들은 계속 늘어만 가고 있다. 그에 따라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들은 상대적으로 줄어만 가고 있다. 건축법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편의증진법상으로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장애인들만 이용할 수 없을 뿐이다.






(1층은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엘리베이터는 찾아볼 수 없다.)






국토가 좁은 나라에 살면서 무조건 주차장은 옆에 따로 설치하거나 지하에 설치하고 1층부터 매장으로 사용하라고 주장할 수만도 없다. 2층 또는 3층 밖에 되지 않는 건물에 모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다. 그러는 사이에 오늘도 1층은 사라져만 간다.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 수 없다면, 2층이라서 엘리베이터도 설치할 수 없다면, 적어도 1층의 한켠에라도 매장을 만들어서 2층이 아닌 1층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물론 주차댓수가 1, 2대 줄어들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2층이기 때문에 이용 못하는 사람은 없지 않을까? 우리에겐 1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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