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2021

 

 

 

 

 

 

 

 

 

 

 

 

  오늘을 바라보며

 

성탄과 여정

 

 

 

 

 

 

 

 

 

 

 





최원석


목사
yoseph72@naver.com






 


"12월”이라는 말을 들으면 성탄절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그리고 이어서 저에게는 ‘여정 旅程’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들뜬 맘으로 웃으며 지나가는 ‘여행’이 아니라, 차분하게 가는 길과 과정을 깊이 생각하며 살피는 것이라 ‘여정’입니다.

성탄 이야기는 온통 여정입니다. 세상을 향해 오신 예수님의 여정을 시작으로, 요셉과 마리아 부부가 호적하러 가야 했던 여정. 태어나신 왕을 뵙기 위해 먼 길을 왔던 동방박사들의 여정, 천사의 소식을 듣고 밤길을 갔던 목자들의 여정. 그리고 예수님 탄생 후 그 가족이 이집트까지 가야 했던 여정까지. 생각 같아서는 성탄과 연말을, 은은한 캐롤을 들으며 찻잔을 들고 창밖의 겨울 풍경을 잔잔히 바라보는 가운데 보내고 싶은데, 계속 길을 가야하는 여정이라니 참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성경이 들려주는 성탄은 그렇게 온통 여정입니다.

제 오래전 기억 속의 성탄에도 여정이 있었습니다. 추운 어느 겨울날 무슨 일이었는지 계속 살았던 집을 떠나야 했고, 아버지께 일하시던 가게에 딸린 작은 방에서 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날 뜻도 모른 채 ‘성탄절 케잌’이라는 걸 처음 먹었습니다.

고향을 떠나 새로 살게 된 동네에서 교회를 다니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해마다 성탄절에는 새벽송을 돌러 나갔습니다. 밤에 멀리 걷는 일은 그렇게 매년 성탄절에 반복되었지요.

신학교를 졸업하고 전임사역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우연히 참여하게 된 성찬식에서 ‘나와 함께 가자’는 마음 속의 울림을 들었습니다. 그렇게 전임사역을 하기로 정한 그 해의 성탄부터는, 연말로 사역을 마치고 다음 사역지를 향해 떠내야하는 여정들이 이어졌습니다.

인터넷에서 쓰는 제 이름(아이디)은 요셉입니다. 제 어린 시절이 창세기의 요셉처럼 연단이 많았다고 어머니께서 말씀하셔서 그렇게 지었습니다. 그 요셉도 마리아의 남편 요셉처럼 갑자기 뜻하지 않은 여정에 올랐더군요. 그것도 같은 나라로 말입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예수님의 가족이 갔던 길이라고 전해지는 여정은 유대 땅에서 제일 먼 이집트 남쪽 지역이었습니다. 그리고 머문 장소도 많아서 여정 내내 여러 번 옮겨다닌 것 같습니다. 아무리 신혼여행이라지만 아기를 데리고 그렇게 긴 기간을 계속 떠돌아다녀야 하는 요셉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생각해봅니다. 몇 년간 차분하게 준비한 해외 배낭여행이 아니라, 갑자기 떠밀려 내쫓기듯 떠나게 된 여정이니 내키지 않았겠지요. 거기다가 모든 것을 아기와 아내에게 맞추어야 하니 여정 내내 불편했을 것입니다. 노예 요셉은 신분이 노예이니 더 말할 것도 없구요.

저도 그랬습니다. 분명히 내 삶이고 내가 움직이는데, 내 명의로 계약서를 쓰고 내 통장으로 결재가 되는데, 정작 중요한 사항에는 내 의견이나 필요가 빠져 있고 기간, 내용 등을 내 생각대로 정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이 내 삶에 들어오시고,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나님’이라고 고백하는 순간부터 이런 여정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미처 준비가 다 되지 않은 채 여정은 시작되고, 그 여정이 어디로 계속 흘러가는지 알지도 못한 채 가게 됩니다. 재작년부터는 1년 계획조차 세울 수 없이, 생계 대책도 불확실한 채 여정이 계속됩니다.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시작된 아내의 건강문제와 저의 사역(조기)은퇴 때문입니다. 조건만 보자면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포기한 채 위태롭고 무모하기 그지없는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이 여정이 생각보다 잘 진행되어져 가고 그래서 계속 놀라워하며 가는 중입니다. 저 스스로 준비하고 계획한 것보다 더 알차게 다양한 체험으로 채워져 가는 중입니다. 하나님과의 동행을 설교로 말할 때보다 훨씬 더 그 동행을 구체적으로 실감하는 중입니다.

몇 년 전부터는 성탄 행사도 새벽송도 없이 교회라는 울타리에서조차 은퇴가 되어버린 생활이지만, 감사하게도 예수님은 여전히 저희 가정의 여정을 주관하시고 동행하십니다.

나와 함께 가자고 잔잔히 들려주셨던 그 날의 부르심은 전임사역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주님과의 여정으로 불러주신 것임을 이제야 깨닫습니다. 교회 안에만 머물려 했던 고집을 바꾸셔서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게 하시고, 그들에게 성탄절과 부활절 선물을 나누게 하셨습니다. 내게 주신 삶이 여정임을 깨닫게 하셔서, 내 것으로 쌓으려 했던 생각을 버리고 흔쾌히 나누게 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오심으로 시작된 성탄의 여정들. 그 시작엔 분명 불편함과 불안함이 있지만, 예수님은 그것을 바꾸어 가십니다. 성경에서도, 우리 삶에서도. 그 예수님이 늘 함께 계시기에 이 여정이 이젠 두렵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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