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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바라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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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짐에 따라 세계의 모든 나라가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매일 봅니다. 그동안 우리가 누렸던 일상의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지, 다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요즘 같은 세상을 살아가며 옛날 신학대학을 졸업할 때 상황이 자주 생각이 납니다. 70년대 끄트머리 학번이라, 단 한학기도 제대로 수업을 마친 적이 없는 그런 시대에 학교를 다녔습니다. 시국이라는 현실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동시적인 두려움으로 휴학을 한 후, 젊은 시절 방황의 도피처이기도 했던 병역의무를 마치고 다시 복학하니, 남은 학기를 채우는 일이 더 막막했던 기억이 납니다. 간신히 학점을 다 채우고 졸업식을 앞둔 상황이 되니, 신학 공부 제대로 하지 못한 후회감이 밀려왔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그 나이대 젊은이들이라면 과거나 지금이나 다들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였던 것 같습니다. 대체 미숙한 확신과 영성을 가지고 어떻게 교회 강단에 설 것인지? 마치 평생 엄마 말 안듣고 반대로만 살던 아들 청개구리가, 엄마 돌아가실 때 후회하며 엄마의 유언에 진심을 담았던 것처럼, 갈급한 심정으로 졸업식장에 섰습니다. 마지막 송사를 해주실 스승님께서, 마치 불교의 고승이 제자들 앞에서 어떤 놀라운 종교적 화두를 던져 주듯, 평생 신학적 명제로 삼을 진리의 말씀이라도 건네주시길 간절히 바라며 말입니다. 그 날따라 제일 연로하신 스승님이 졸업식 강단에 서셨습니다. 입은지 십수년은 되어 봄직한 남루한 양복을 입고 노인네 걸음으로 강단에 올라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감동적인 연설을 기대했던 내 심정과는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마치 막둥이 자식, 먼 길 떠나보내는 시골 아버지 같은 표정과 말투로 말씀하시길,
“살아있는 것은 부들부들하고~ 유연하고~ 따뜻하고~ 포용력이 있습니다.
그때는 정말 몰랐습니다. 오랜 세월 지나고 나서야 그 말씀이 어떤 말씀이었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이 스승님의 말씀을 좌우명처럼 새기고 삽니다. 목회자로 살다보니 장례식을 집례할 일이 참 많습니다. 처음으로 입관식을 집례할 때, 정말 죽은 사람의 몸이 경직되고 뻣뻣하고 차갑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아! 정말 죽은 자의 몸은 이렇게 경직되고 뻣뻣하고 차갑구나!” 그에 비해 살아있는 사람의 몸은 따뜻하고 부드럽다는 것도... 그리고 세월이 한참 더 지난 후에야 그 스승님 말씀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냉랭해지고 경직되는 것은 죽은 자의 육신만이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어찌 보면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일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그 연륜만큼 세상을 보는 눈도 그만큼 더 넓어지고 포용력도 커지고 유연해지고~ 그럴 것 같은데, 오히려 사고가 더 경직되고 시야가 좁아지고 참을성이 없어지고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을 보게 되니 말입니다. 의지하고 존경했던 스승님들은 모두 이 세상을 떠나고 계시지 않습니다. 이제는 내가 감히 스승으로 살아가야 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힘겨웠던 삶의 주름살만큼이나 경직되고 냉랭해지고 편견에 사로잡힌 내 모습을 봅니다. 자녀들과의 대화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속에서, 그때 그 스승님의 말씀처럼 죽은 자의 그것을 닮아버린 내자신을 보게 됩니다. “네 존재의 모서리를 부드럽게 해서 모든 존재와 조화하라.” - 달라이라마 요즘 세상이 참으로 분주하고 시끄럽습니다. 비단 코로나19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살아있기에 부들부들하고 유연하고 따뜻하고 세상을 포용하고, 함께 소통하며 막힌담을 헐고 둘을 하나로 만드는 살아있는 자의 모습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살아있는 자들의 하나님.
육체만 살아있는 자가 아니라, 생각이 살아있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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