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꾸는 꿈이 있다.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같은 내용이다. 운전을 하고 있다. 언덕을 오르는 데 차가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뒤로 밀린다. 당황해 브레이크를 반복적으로 밟지만 차는 뒤로 밀릴 뿐이다. 급하게 어딘가를 가는 중이다. 익히 아는 곳으로. 바로 가는 길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먼 길로 돌아서 간다. 미로를 헤매듯 목적지에 이르지 못한다. 설교를 하려 강대상에 올라갔다. 설교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원고가 없다. 분명히 설교 원고를 가지고 올라왔음에도 말이다. 어떤 일을 하려는 데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해 있어야 할 도구가 없어 찾아 헤맨다. 꿈속에서 이 모든 일들을 해결하기 위해 애면글면 거리다 깬다. 꿈속에서 몸부림쳤건만 현실 세계에서 온 몸이 아프고, 힘이 하나도 없다.

왜 이런 꿈을 꾸는지에 대해 나름 분석을 해 봤다. 원하는 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일 수 있고, 변화해야 하는 데 늘 제자리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반복해서 짓는 죄, 즉 변하지 않는 죄인 된 삶의 모습 때문일 수도 있다.

사도신경의 내용이 믿어졌던 날 이후로 변하지 않는 죄, 반복해서 짓는 죄가 있으니 바로 교만이다. 가진 것 하나 없건만, 왜 그렇게 교만한지 알 수가 없다. 교만과 짝을 이루는 죄가 있다. 시기다. 나에게 있는 것 때문에 교만하고, 나에게 없기 때문에 시기한다. 교만과 시기는 죄이고, 반복해서 짓는 죄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타인에게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교만과 시기를 위선으로 포장한다.

가면을 쓴다. 목회를 하며 위선은 더욱 정교해졌다. 행여 눈 밝고 영 맑은 이에게 들통이라도 나면 잘못 본 것이고, 오해이고, 모함이라며 분노한다. 단순히 얼굴이 붉어지고, 목소리가 높아지는 정도가 아니다. 그 사람을 죽일 듯 몰아세우며 기어코 사과를 이끌어낸다. 교만, 시기, 위선, 분노가 죄라는 것을 알면서도 부지런하게 고치려 하지 않는다. 게으르기 때문이다. 게으름은 나를 늘 그 상태에 머물러 있게 한다. 아니 뒷걸음치게 한다. 그러다 보니 나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나는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놈이구나 하며 자해를 한다.

부활절을 앞두고 생각난 죄가 이 정도이다. 더 해볼까? 시기는 탐욕과 형제다. 탐욕은 음욕의 친구다. 분노는 폭력이라는 자식을 낳기도 한다. 게으름은 무관심을 낳고, 위선이라는 나무에는 거짓이 맺히고, 계속되는 자해는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내 삶은 시시포스와 같다. 무거운 돌을 끙끙대며 밀며 언덕을 오르지만, 또 다시 언덕 밑으로 굴러 떨어지는 돌을 찾아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시시포스의 돌이 나에겐 죄다.

오, 주님.
제가 짓는 죄가
저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길
두 손 모아 빕니다.
성호를 그으며 저를 향한 긍휼과 은혜를 구합니다.
돼지가 그 토한 것을 핥듯이
늘 죄 가운데로 기어 들어가는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하는 이 순간에도 불쌍히 여기소서.
이렇게 죄 된 상태에서 죽더라도,
오, 주님, 품에 품어주소서.
바랄 수 없는 것을 바라오니,
이 또한 제 믿음이오니,
부스러기의 은혜를 베푸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