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않은 코로나 19로 인해 한 해가 다 가도록 전 세계가 허둥지둥하고 있다. 연예인이 얼굴을 가리거나 황사나 미세먼지 때문에 가끔 쓰던 마스크를 세 살짜리 손녀도 야무지게 쓰고 다닐 정도로 마스크 쓰기는 온 국민의 필수가 되었다. 우리가 마스크를 쓰는 이유는 내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에게 전파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남의 바이러스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마스크 쓰기는 공동체 생활에서 필수 덕목이 되었다.

마스크를 쓴 얼굴과 벗은 얼굴은 대체로 많이 달라 보이는 것 같다. 마스크는 바삐 출근하느라 미처 화장을 못했을 때도 편리하지만, 내 표정을 숨기고 싶을 때도 도움이 된다. 출근을 위해 마스크를 챙기다 문득 거울 속의 나를 본다. 마스크가 더러워지는 것이 싫어서 립스틱은 바르지 않았지만, 마스크를 낀 나의 거울 속 얼굴에서는 표시가 나지 않는다. 보여지는 얼굴엔 화장을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나를 보며 풀메이크업을 했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원래는 사무실에 도착하면 내 방에서 마스크를 벗고 립스틱을 바르지만 가끔은 내가 립스틱을 바르지 않았다는 것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전처럼 립스틱을 발랐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다보면 의도치 않은 내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게 되어 속상할 때가 생긴다.

나에게는 내가 생각하는 내가 있다. 늘 단정하고 안정되어 있으며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고 다정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추구하는 나의 기대치는, 달리 말하면 자신의 성이 견고하여 남의 이야기를 교양으로만 듣고 속으로는 인정하지 않으며 겸손함 뒤에 자만심이 위장되어 있고 늘 좋은 평을 듣기 위해 자기주장은 잘못하는 사람으로 표현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기대하는 대로 평가되리라고 억지로라도 믿고 싶다. 그래야 안심되고 행복할 테니까.

이처럼 내가 타인에게 좋게 평가받고 싶은 모습은 내가 추구하는 삶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것은 그 반대의 내 모습을 더 위장하여 감추려고 애쓰는 결과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타인에게 받는 평가 때문에 스스로의 삶을 옥죄고, 가족의 인생을 힘들게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런데 사실 타인의 평가는 내가 정한 평가인 경우가 많다. 타인들은 남의 인생에 별 관심도 없고 잠시 관심을 가진다해도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 타인의 관심은 또 다른 타인에게 옮겨가 버리기 때문이다.

어느 부모는 자신들이 정한 기준에 아이가 못 미친다고 아이 20년 평생 내내 다그치고 지적질을 해댔다. 물론 경제적으로는 풍성하게 지원했다. 부모가 안전하고 쉬운 길을 알려주면 따라서 하면 되지 왜 그리 하지 않느냐, 나는 네 나이에는 아주 쉽게 해냈다...어려서부터 부모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고 야단을 맞아왔던 그 아이는 늘 주눅이 들어 있었다.

부모 눈치를 보며 부모가 승인을 해주고 인정해야만 비로소 안심을 하다보니 공부는 잘했지만 또래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했다. 의사결정이 늘 한 박자 늦었기 때문이다. “놀러 갈래?” 하고 친구가 물으면 이 아이는 쉽게 “응, 가자”하지 못했다. 집에 가서 부모님에게 물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아이의 태도는 아이가 어렸을 때는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자신이 결정하고 행동해야할 순간이 많아지는 초등학교 고학년, 중학생이 되면서는 문제를 야기하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 반응에 즉각즉각 대응하지 못하면서 아이는 점차 외톨이가 되었던 것이다. 외톨이가 되어 힘들어하는 아이에게 부모는 ‘그깟 애들, 시시하니 네 할 일이나 하면 된다’면서 친구들과 섞이고 싶어하는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했다.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과 끼워주지 않는 아이들을 원망하는 마음, 시시하다고 여기는 부모에 대한 원망이 뒤섞여 아이는 복수심에 차 공부를 했다. 부모들 말처럼 ‘나는 너희들과 달라’하는 마음으로 공부했다. 하지만 ‘부모들이 원하는 상급학교’ 진학에 실패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이 아이의 부모는 일류대학을 나왔지만 원하는 만큼 성취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컸고 최선을 다해 물적 지원을 했다. 자만하지 말라고 여기서 머물지 말라고 더 잘하라고 채찍질을 했다. 그러다 자신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낸 아이를 부끄러워했다. 다니던 종교시설에도 나가지 않았고 아이를 배은망덕하다고 여기고 비난했다.

도대체 이 아이의 부모는 왜 그렇게 아이를 다그쳤을까. 화장하지 않은 얼굴을 마스크로 가리고 싶었던 것처럼, 기대만큼 성취하지 못한 자신들의 모습을 자신들보다 더 성취한 자녀라는 마스크로 가리고 싶었는데 그게 되지 않아서인 것은 아닐까?

사실 부모가 사업이 망했거나 실직을 했거나 실패한 사람들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스스로 정해놓은 자기 자신과 자기 아이들에 대한 극히 주관적인 기준을 절대적인 기준인 것처럼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온 가족이 행복하지 않다. 아이는 우울하고 그런 아이가 무책임하다고 보는 부모도 불행하다. 일일이 간섭하고 비평하여 아이 스스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자존감을 바닥으로 떨어지게 만들어놓고 아이 탓이라고 한다.

코로나 19가 끝나지 않은 채 새 해를 맞는다.

마스크가 필수품이 된 시절을 지내면서 나를 돌아본다. 하나님 안에서 변화된 삶을 살겠다고 늘 다짐하고 기도하는데 진짜로 나는 변화되었고 변화되는 과정에 있는가? 속사람은 변하지 않고 세상을 추구하면서 겉을 가릴 마스크만 열심히 바꾸어 대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나님은 나를 꿰뚫고 계시는데 나는 마스크로 가리면서 그럴듯한 사람인 척 하고 있지는 않은지…무엇보다 나 아닌 나로 마스크 삼지 않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1. 4차 산업혁명과 미래교육

4차 산업혁명은 이전 산업혁명과는 확연히 다르다. 차원이 다른 지각 변동 수준의 영향이 사회 전반에 있을 것이고 Klaus Schwab은 4차 산업혁명을 ‘디지털 혁명인 3차 산업혁명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기존의 디지털, 물리적, 생물학적인 영역의 경계가 사라지면서, 융합되는 기술적인 혁명이라고 하였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초연결을 지향한다. 물리 세계와 가상 세계가 연결되고 사물 인터넷 기술로 모든 개체는 연결되어 복잡계가 심화되는 특징이 있다. 또 초지능을 지향한다. 인공지능이 개발되고 로봇이나 일반 사물에도 지능이 심어지게 되면 개인의 의사결정과 판단력의 정확도를 넘어선 지능사회가 된다.

Nick Bostrom은 향후 한 세기 안에 기계의 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확률이 높다고 하였다. 빅테이터에 기반한 현상의 패턴 분석과 미래 예측력은 매우 강력해 지고, 기계가 사람처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인 ’딥러닝 deep learning’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면서 ‘사물의 지능화’가 보편화 될 것으로 보인다.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의 연결을 통해 고도의 지능화된 생활이 가능할 것이다.

2. 미래교육의 설계

1) 질문하는 교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교수자들은 학습자들에게 어떤 능력을 길러주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하는 국면에 접했다. 미래인재양성의 조건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이른바 ‘4C’(Creativity의 창의교육, Critical thinking의 비판적 사고 교육, Communication의 의사소통 교육, Collaboration의 협업교육)를 강화할 수 있는 교육이어야 하고 특히나 개인이 혼자서 역량을 갖춘 것보다는 서로 연합하여 상호작용 가운데 길러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상호작용의 시작은 타인과 대화하는 것이며, 그 시작은 ‘질문하는’ 것이다.

질문은 이미 시작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인공지능이 흉내 내기 어려운 고차적·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훈련의 가장 기본이다. 질문에 대화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사고의 확장이 일어나기도 한다. 교사가 미래교육을 준비하는 간단하면서도 곧바로 실행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학생에게 질문을 많이 하게 하고, 학생으로부터 질문을 많이 받는 것이다.

2) 최고의 공부 방법, 하브루타

KBS <공부하는 인간>에서 말하는 최고의 공부방법인 ‘일대일 튜터링’이나 ‘하크니스 테이블’ 모두 하브루타에 해당한다. 모두 짝을 지어 질문하고 토론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이 두 방법보다 훨씬 더 하브루타의 역사는 깊다.

학습 피라미드 : 공부를 하고 24시간 후에 남아 있는 비율을 공부 방법에 따라 나타낸 것이다.

미국의 MIT 대학의 사회심리학자 Lewin이 세운 응용행동과학 연구소인 National Training Lab.(미국행동과학연구소)에서 발표한 학습 피라미드는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한 다음에 24시간 후에 남아 있는 비율을 피라미드로 나타낸 것이다.

우리가 학교나 학원에서 교사가 설명하는 강의를 통해 듣기만 하는 교육은 5%에 불과하고, 학생들이 책상에 앉아 열심히 읽으면서 공부하는 것이 10%, 시청각 교육은 20%에 불과하다. 그런데 토론은 50%, 직접 해보는 것은 75%,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것은 90%의 효율을 갖는다. 친구와 토론하고 직접 체험하면서 하는 소통의 공부가 바로 하브루타다. 하브루타는 90%의 효율성을 가진 친구와 토론하면서 서로를 가르치고 서로에게 배우는 최고의 공부방법인 것이다.

3. 하브루타란 무엇인가?

예시바에서의 학습은 친구를 통해 배우는 것으로, 서로 짝을 지어 공부를 한다. 예시바의 예처럼 2,000여명의 학생들이 둘씩 짝을 지어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친구가 친구를 가르치는 모습이 하브루타이다.

다시 말해 하브루타는 보통 2명이 짝을 지어 프렌드십 friendship, 파트너십으로 공부하는 것(study partnership)을 말한다. 때에 따라 여러 명이 하는 경우도 가끔 있으나, 보통이 두 명이고 거의 4명을 넘지 않는다. 이것은 학생들이 짝을 지어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앉아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는 논쟁 방식으로 공부한다는 의미이다.

즉 친구를 통해 배우는 것이다. 왜 두 명이 기준인가? 둘씩 짝을 지어야만 말을 할 수 있는 기회가 가장 많기 때문이다.

하브루타는 파트너와 함께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 유대인들은 수세기 동안 파트너와 함께 토라와 탈무드를 연구해왔다. 두 사람은 함께 앉아서 본문을 큰소리로 읽고 그것을 토론하고 분석한다.

우리는 매일 일상 속에서 하브루타의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수없이 존재한다.

또한 하브루타는 친구와 함께 본문을 연구하는 것으로 본문에 대하여 깊고 인격적인 대화를 통하여 공부하는 것이다. 이것은 서로의 통찰력을 공유하는 것으로 그 통찰력을 학급 전체 아이들에게, 선생님에게, 그 본문을 공부하는 후세대와 공유하는 것이다(Torah Aura Productions, 2007: 5).

유대인들이 아이를 임신했을 때 태아에게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하브루타이고, 가정에서 식사를 하면서 아버지와 자녀가 질문하고 답변하는 것도 하브루타이다.

자녀가 잠들기 전에 어머니가 동화를 들려주면서 대화를 나누는 것도 하브루타이고, 아이가 암기와 이해를 잘하기 위해 돌아다니면서 스스로 묻고 답하면서 중얼거리는 것도 하브루타이다.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질문하면서 수업하는 것도 하브루타이고, 학생들끼리 짝을 지어 서로 가르치면서 토론하는 것도 하브루타이다.

예시바에서 토라와 탈무드의 구절을 놓고 둘 씩 짝을 지어 진지하게 논쟁하는 것도 하브루타이고, 회당에서 평생지기와 만나 탈무드 공부를 하면서 논쟁하는 것도 하브루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