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 환도뼈
골절로 주저 않으신 날 이후,

잠시 생각이 멈춘 듯
육신이 나를 지배하니
세상을 폭우 끝 물세상이 휩쓸 듯
모든 것을 쓸어 간다.

지난 오월 어느 날 할미꽃무릎 꺾어져 텅 빈 그 자리에 다시 애할미꽃 솟아 피어 채워 오른 칠월에 드니 생각이 나를 마중한다. 휘말려 뒹굴어 떠내려가다가 겨우 그 ‘생각의 끈’을 잡은 것이다.

비움으로 채움 될 텅 빈 공간을 만날 때 그 시간의 점에서 내 안에 설레는 생각이 일었다. 육체에 공생하는 생각은 이렇듯 육신과 들숨과 날숨으로 치열하게 채움에서 비움의 여백을 쟁취하고자 내면의 에너지로 작용한다. 생각의 끈을 놓으면 이내 육욕이 나를 휩쓸어 나꿔챈다. 생각 없이 내는 소리가 폭언 폭력의 에너지로 세상을 뒤덮는다.

육신의 공생터 마음자리 안에서 생각이 살아갈 수 있도록 공간의 생태계가 회복될 때 설렘이 나비의 날갯짓으로 일어난다. 침묵 - 묵언 - 묵상의 쉼자리에 말씀이 ‘만나와 메추라기’ 일용할 양식되어 어김없는 떨림으로 내려온다.

영원이 순간의 찰나와 그 시간의 점에서 만나 ‘하나됨/ at-one-ment’으로 죄사함을 거저 주신다니 내 안이 부끄러운 울림되어 일렁인다.

죄사함 atonement없는 하나됨 oneness은 자칫 외면적 물리적 결합으로 거푸집 골조에 동거하는 격이 된다. 나는 두려운 떨림의 설레임으로 우선 생각의 쉼자리에서 내 안의 울림을 되돌려 살펴본다. 마치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이웃과 어떤 이야기를 건네 어울릴 것인지에 대하여 ‘설렘 - 떨림 - 울림 - 어울림’을 다시 헤아려 본다.

우리는 아날로그 생태계 세상에서 디지털 이진법 세계로 이주해 삶 자리를 이어 산다. ‘1’과 ‘0’ 선택의 연속처럼 생각의 유연성보다 선택의 경직성을 강요받는 세상이다. 생각의 회복은 생태계로의 되돌림이고 영성의 자리매김이다. 영의 되살림을 위해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면 이웃에게 나는 무엇으로 하나됨을 이야기 할 것인가?

경건의 모양은 넘치나 경건의 능력이 없는 하나됨은 짬짜미 세상의 본질이다. 술수에 능한 술사들이 판을 치듯 거짓교사가 넘쳐나는 이 시대에 말씀의 영이 깃들 구유 같은 교회가 그립다. 땅에서 매듭을 풀어내면 하늘에서 매듭 풀어주신다는 약속의 만남이 떨린 설레임으로 기다려진다.

## 학동마을 말씀 배달부, ‘죄사함 없는 하나됨’에 두려워 오늘이 ‘마지막 날’처럼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