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그러니까 2014년 2월 생명살림교회를 개척하였다. 나를 포함 남자 5명이 모여서 주일예배를 드리고 여느 교회처럼 공동식사를 한 후 한 주간의 삶을 나누는 대화모임을 한다. 이후 성경 1장을 읽고 헤어지는 그런 교회이다. 구성원 모두 삶이 힘든 사람들이었으나 대화모임 때 자신의 아픔을 내어놓지 않았다. 한참 시간이 흘러서야 한 사람이 4개월째 백수로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나머지 남자들도 마음 문을 열고 매 주마다 지난 일을 이야기하며 마음으로 가까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일 년이 흘렀다.

2015년 5월초 어느 날 50대 초반의 한 여성이(이하 A) 모자를 푹 눌러쓰고 불안한 모습으로 교회에 왔다. A는 대화모임 때 아무 말 안하고 듣기만 하고 돌아갔다. 그 다음 주에 다시 동일한 모습으로 온 A는 1년 정도 교회를 다닌 적이 있다고 하였고 교회에 나오게 된 아픔을 이야기했다. A는 현직 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이고 두 아들의 어머니이고 남편은 지방에서 공무원으로 일하고 주말에 집으로 온다고 하였다. 독특한 성격의 남편으로 인하여 큰아들과 남편이 충돌을 하고 큰아들은 여러 문제가 생겨 수시로 엄마 A에게 전화를 하며 힘들게 해서 도저히 살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묵묵히 듣고 있는 교인들에게 극단의 선택을 하기 전에 누군가의 소개로 교회로 나오게 되었다고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 처음으로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고 하였다.

이후 교회 대화모임의 마이크는 A가 많이 잡았고 우리는 주일마다 드라마를 보는 기분으로 한 생명이 살아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6개월이 지난 후 A는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나는 가족을 위한 기도만을 했어요. 기도하는대로 이루어주셨고 지금 우리 집은 일반 다른 집처럼 문제도 있지만 건강해졌어요. 설교와 성경읽기를 통하여 복음을 알게 되었어요. 제가 이해한 복음은 아픈 사람이 주님은혜로 회복되어 건강해져서 다른 힘든 사람을 살리는 것이예요. 나는 건강해졌으니 누구를 위해 도우며 살면 좋을까요?” 듣고 있던 교인들이 어떻게 6개월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생각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스스로 생을 정리하려고까지 생각했던 한 여성이 이제 생명을 살리는 여성으로 변화되는 복음의 능력이 나타난 것이다.

어디에서 이 변화가 시작되었을까를 생각해본다. A에 따르면 교인들 앞에서 자기 이야기를 말하기 시작했을 때 평화가 왔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안전한 자리가 필요할 것이다. 먼저 있던 교인들은 앞서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하였다. 그냥 모르는 사람이었던 이들이 어색하게 교회에 모이다가 어느 날 누군가가 먼저 내 이야기를 내어놓았을 때 마음으로 가까워지게 되었던 것이다. 아픔가운데 살던 이들이 서로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여주고 마음으로 들어주는 가운데 따뜻하고 안전한 자리가 생겨난 게 아닐까? A의 마음에 여기에서는 내 이야기를 털어놓아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이야기를 내어놓고 아픈 사람의 마음으로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는 그 곳 곧 나눔의 자리에 하나님이 함께하셔서 치유하시고 건강하게 하시는 생명을 살리는 일이 일어난다는 생각이 든다. 생명살림의 근원은 하나님이시고 우리는 나눔을 위한 그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아닐까?

작년 5월에는 또 한 여성이 교회로 우리 교인 전도를 받고 찾아왔다[또 5월이다]. 이 여성은 결혼 후 20년을 열성신자 시어머니 손에 이끌려 그냥 나갔다고 한다. 교회는 다녔지만 그리스도인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드디어 2015년 12월 이제 더 이상 교회가지 않겠다고 선언을 하고 무신론자로 불편하게 집에서 지내다가 전도를 받고 이 교회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성령께서 자기 마음에 들어온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A가 이 여성을 돌보기 시작한다. 또 학교에서 교감선생님인 A는 학생폭력을 많이 취급하는데 이전에는 일로 생각하여 너무 힘들었으나 이제 폭력사건 아이들과 부모들을 돕는 사명으로 생각하니 보람이 있고 결과도 더욱 좋다고 한다. 무언가 갑옷 같은 것이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듯하다고 한다. A로 인하여 폭력학생 및 그 부모들이 도움을 입는다. 하나님의 평화가 A가 달라지면서 가정과 일터로 그리고 교회로 확산되는 것을 본다. 새해를 맞이하며 생명을 살리는 하나님의 은혜가 서로의 아픔을 듣고 이야기하는 나눔의 자리에서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우리가 있는 자리가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이 될 때 지치고 힘든 생명을 보내서 치유하시는 하나님의 생명살림이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