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 우리말을 가지고 노는 것을 즐긴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한글과 한자놀이”에 빠져있다. 그렇게 놀다가 귀한 세 친구 그룹을 알게 되었고 점점 뜻을 되새김질 하면서 공통점을 찾게 되었다.
어쩌면 세 친구는 “인생 또는 삶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볼 때 재미있으면서 의미심장한 답을 준다. 한번 3 글자를 천천히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들여다보자.


삶, 앓, 앎...


글자들 각자가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지 않는가, 또는 인생만큼 글자도 복잡하지만 서로 연결되어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나름대로 “놀이” 해보기를 강추(강력 추천)한다.

첫 번째 글자 “삶”의 한자는 상형문자 生(생)에서 왔다. 즉 나무나 풀이 흙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모습이다. 며칠 전에 24절기 중 하나인 霜降(상강)이였다. 서리가 내려야 하는데 비가 내렸다. 가을비를 맞으면서 나무들이 겨울준비에 들어간다. 묵 묵 히 ……. 이 나무들에게서 삶의 모습,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배운다. 묵묵히 살아가는 것. 그래서 살아남는 것이라고.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푸시킨의 시).

삶을 살면서 녹녹치 않음을 안다. 그다음 글자가 말해준다. 삶은 속앓이든 겉앓이든 “앓이”를 잘 해야 하는 것이다. “앓”은 형성문자 苦(고)로 설명할 수 있다. 풀이 오래되면 쓴맛이다. 고통을 쓴맛으로 본다. 현실과 자신이 원하는 것의 차이가 클수록 삶의 앓이가 크다. 앓이에는 목적이 있다. 바로 내가 원하는 것을 현실에 맞춤이다. 적응, 긍정, 수용으로 말을 바꾸기 위해서는 앓이의 과정이 필요하다.

개인의 앓이에는 사회적 앓이가 함께 간다. 건강한 사회에서 개인의 앓이는 치유, 회복으로 진행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그러나 사회가 병들어 있다면 개인의 앓이는 더욱 가중된다. 사회치료가 곧 개인 치료이다.

기본 인간의 욕구가 100년 전보다 발전했지만 신자유주의의 능력우선가치관이 개인, 사회를 중증의 앓이로 몰고 간다. 1%의 부자를 위해 99%가 “총체적 앓이”를 해야 하는가? 이 글자들이 묻고 있다. 그런 사회정치경제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악한 것이다. 왜냐하면 마지막 글자가 인간의 지혜와 깨달음을 알려주고 있다.

앎의 한자는 知(지)와 智(지)로 설명하고 싶다. 삶이 앓이를 하면서 묵묵히 가다보면 알게 되고, 知 그 앎이 점점 깊어지면 智자로 바뀐다고 본다. 후자의 智는 해처럼 밝고 영원한 진리를 터득하는 知慧(지혜)이다. 중간 글자 앓이를 얼 만큼 진지하게 해냈는가에 따라서 얻어지는 결과라고 본다. 공자 말씀에 오십이면 天命(천명), 즉 하늘의 뜻을 안다고 했고, 성경에서는 “진리를 알찌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말씀하신다. 요즘은 수명이 길어지면서 오십에 깨닫는 것을 육십쯤으로 가늠하기도 한다.

앓이를 하는 과정에 가짜 자기, 페르조나, 마스크가 벗겨지고, 상처가 치유되면서 참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고 경험하게 되면 “앎”이 제대로 진행 된 것이다.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만들어진 나” 또는 사회적 자아를 형성한다. 내적상태와 외적 상태를 각자 조율하면서 만들어가는 자아정체성이다. 환경과 유전적 요인이 적절하게 버무려지면서 자기이미지, 자기개념을 만들어 간다. 사회상황이나 가족관계는 내가 선택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적응하면서 기존의 질서에 따르며 살아간다. “앓이”에서 말했듯이 현실과 자신이 원하는 것의 차이가 고통의 뿌리다. 가짜자기, 만들어진 자기는 거짓이다. 그래서 진리를 알 수가 없다. 앎의 시작은 이 진리를 아는 것 知이다. 내가 진실로 원하는 것을 아는 자, 그 사람이 바로 智慧(지혜)를 얻은 자이다. 많은 개인들이 정말 원하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이사회의 개혁은 당연히 시작된다. 많은 앓이들이 모여서 발전된 건강한 사회로 진화해 나가는 것이 인류가 존재하게 된 근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삶, 앓, 앎...

세 글자가 주는 깨달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