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름이 지나고 있지만, 여전히 무더위는 가시지 않고 있다. 이토록 질긴 여름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더위에 열을 더하는 사건들도 줄을 이었는데 그 절정은 온 국민을 분노하게 했던 이른바 개, 돼지 발언 파문이다. 술에 취해 경계심이 풀어져 평소의 생각이 독 두꺼비처럼 튀어나온 것이리라. 99%의 국민을 개, 돼지에 비유한 한 공무원의 취중 고백이 온 나라를 들끓게 만들었고, 주인의 가슴팍을 공격하다 몽둥이로 맞은 비루한 개꼴이 되었으니, 개, 돼지가 아닌 1% 지배 계급에 진입하려던 그의 꿈은 아마도 악몽이었나보다.

인간이 인간답지 않을 때, "개, 돼지만도 못하다"라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다. 순리를 따라 사는 동물만도 못하다는 말이다. 동물만도 못한 인간들이 제 몫을 묵묵히 살고 있는 동물들을 폄하하여 인간에 비유하는 것 자체가 교활한 인간의 술수이다. 개가 개답게, 돼지가 돼지답게 사는 것이 비하 이유가 되는가? 왜? 개, 돼지가 어때서? 국민을 개, 돼지로 만들려는 인사가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을 주무르고 있었다는 것이 경악일 뿐이다.

그런데 어느 모임에서 그 사건에 관해 말하던 중, 한 사람이 말했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평신도들을 양이라 하지요. 개, 돼지처럼 우리는 양?” 순간 함께 한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굳어버렸다. 설교 중에, 찬송가에, 심지어 성서에서 우리는 양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신앙인은 목자를 잘 따르는 순한 양떼와 같아야한다고 배워온 것이다. 양은 고집이 센 염소와 달라서 매우 순하다는, 그래서 양은 신앙인의 모델로, 신자들은 양떼에 곧잘 비유되고 있다. 그와 함께 목회자들은 양치기에, 사역을 하는 것은 목장을 돌보는 것에 비유된다.

신약성서에서 양에 관한 대목을 찾아보았다. 마태복음 18장 12-14절과 누가복음 15장 13-17절에는 잃어버린 양을 찾아 나서는 목자와 같은 하늘의 아버지에 관한 비유가 나온다. 또 다른 표현은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어린양으로 표현하는 것이다(요한 1:29, 요한 계시록 5장, 14장, 19장). 한 사람 한 사람을 구체적으로 찾아 부르시는 하나님 사랑의 대상으로서 모든 인간은 되찾아야하는 ‘잃어버린 양’이라고 하겠다. 혹은 구약의 제사전통에서 제물로 희생당하는 양처럼 예수가 인간들을 대속하기 위해서 죽임을 당했다고 고백할 때, 그 ‘어린 양’은 다름 아닌 예수를 뜻한다고 하겠다.

어디에서 목회자가 목자이고, 신자들이 양떼가 되기 시작했을까? 어떻게 그 관행은 교회를 유지하는 습관이 되어버린 것일까? 복음에 근거가 없는 복음적인? 관행에 관해 교회 역시 반성할 때가 온 것일까? 동물에 비유하는 종교적인 대화법은 고대 종교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을 넘어서는 동물의 능력을 의인화하기 위한 표현방식이었다. 그렇다면 복음의 가르침에서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예수는 황제에게 세금을 내어야하는가를 묻는 이들에게 황제의 얼굴이 새겨진 동전은 황제에게, 그러나 창조주의 모습이 새겨진 것은 그분에게로 돌려드릴 것을 가르쳤다(마가 12:13-17; 마태 22:15-22, 누가 20:20-26). 그렇다면 하나님의 얼굴은 어디에 새겨져있는가?

신의 모습을 간직한 인간의 얼굴, 아니 조물주의 생기로 살고 있는 우주 만물, 사람의 인권처럼 동물의 권리, 나아가 모든 살아있는 생물에게 조물주의 모습이 깃들어있다. 이제라도 그들의 생명권에 대해 고민하고 동물들도 고통당하지 않고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음을 인식하기에 이른다면, 인간은 다른 생물들과 공존할만한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여전히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을 짐승처럼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신의 모습으로 새겨진 영혼을 가지고 신의 향기를 맡지 못하니 사람다운 사람이라고 할 수 없겠다. 게다가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니 개, 돼지만도 못하다는 것이 당연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