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시작하면서 변화하는 세상에서 교회 혁신은 어떠한지 궁금해졌습니다. 최근 한국교회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제기되고 일부 교단 내부의 갈등과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이기에 변화에 대한 요구가 절실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의 신자 수 감소와 노령화 추세도 교회 혁신의 계기를 시사합니다.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교회 혁신의 과제는 기독인 모두에게 주어진 소명과 책임이기에 교회여성들도 예외일 수 없겠지요. 여성의 ‘살림’ 경험과 지혜가 교회 변화에 기여하는 소중한 능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통적으로 살림은 여성들에게 의무화된 역할과 노동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살림 잘 하는 여성”은 여성 개인보다 가족과 사회를 위한 헌신과 재능으로 나름 그 존재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효율과 경쟁을 앞세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살림 능력은 사회적 경력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그 공적 가치를 상실하였습니다. 이는 여성의 살림 지혜와 경험을 무보수 가사노동의 부산물로만 평가하고, 피조 세계의 상호 나눔과 돌봄으로 생명을 살리고 보전하는 ‘살림’의 의미를 제대로 성찰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이런 점에서 한국 사회와 한국 교회의 혁신은 전통적 ‘살림’ 개념을 재해석하고 새로운 살림문화의 모델을 모색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교회 여성들의 살림 지혜는 가정과 교회의 밥상 차리기와 청소, 손님 접대의 영역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심화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면 관계로 한 교회 여성이 살림 지혜로 구상하고 실천했던 가정 예식 하나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삼대 가족’이 모여서 드리는 조상 추도 모임의 이야기입니다. 일반적으로 조상 추도는 가신 어른에 대한 기억과 예식을 중심으로 엄숙하고 진지하게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어린 자손들이 소외되는 세대 간 차이가 나타나고 추도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가족들이 배제되는 일이 발생합니다. 소개하는 삼대 가족의 “추도 퀴즈대회”는 가족 구성원의 소외나 배제를 극복하고 가족 모두가 즐겁게 예식에 참여하도록 만드는 경험입니다. “추도 퀴즈대회”는 돌아가신 아버지/할아버지가 쓰신 일기의 내용을 다음과 같은 퀴즈 형식으로 만들고 가족들이 ( )에 해당하는 답을 사지선다형으로 맞추는 것입니다. 일부를 인용해 보겠습니다.

“2008년 1월 3일
내 생일, 가족들과 ( )에서 점심 먹고 수원집에 와서 장시간 놀다가 저녁에 산회함
답
1) 우래옥
2) 맥도널드
3) 본수원 갈비
4) 수원 갈비

2008년 3월 11일
담양 리조트에서 조반, 장성 거쳐서 귀가, ( ) 재래변소 이용하다 고생
답
1) 식당
2) 휴게소
3) 리조트
4) 시골집

2008년 11월 16일
( )에 걸려 넘어지다.
답
1) 쓰레기통
2) 나무 방아
3) 의자
4) 양탄자”

이 프로그램은 어린 손자들의 호응을 받고 해외에 있는 가족들도 인터넷으로 기꺼이 즐겁게 참여하면서 가신 조상의 삶과 가족사를 되돌아보고 가족애를 나누는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뿐 아니라 퀴즈 채점 결과에 따라 가족들에게 저마다 상 -참순진상, 이심전심상, 당당상 등-을 부여하고 그 상의 의미를 함께 이야기하였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진행된 추모 예식은 신앙과 생활을 자연스럽게 연계하는 자리라고 여겨집니다.

이처럼 기발하고 참신한 추모 모임이 즐거운 소통과 생명의 띠로 가족 공동체를 하나 되게 하려는 한 여성의 발상과 노력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니, 이게 살림 지혜가 아닐런지요. 한국 교회도 이런 마인드와 방식으로 보다 활기차고 의미 있는 자리를 만들며 날마다 새로워지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