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014

 

 

 

 

 

 

 

 

 

 

 

 

  오늘을 바라보며

 

눈물로 채운 평형수

 

 

 

 

 

 

 

 

 

 

 





안미영



목사
정다운교회
기독여성살림문화원이사장
thyhope@hanmail.net






 


펑펑 울었다. 너무나도 큰 슬픔이 몰려와서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슬픔과 함께 허탈감이 밀려왔다. 마음도 몸도 아팠다.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단 말인가? 엄청난 분노가 나를 휩쌌다.

‘세월호’ 참사에서 학생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선장의 말을 그대로 따랐다. 자신들을 구해 줄 어른들이 꼭 오리라고 믿었다. 헬리콥터와 구조하는 배들이 있었지만, 죽음의 공포 속에서 우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던 어린 생명들은 살지 못했다. 그들은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다. 그 죽음이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너무나도 비슷해서 더욱 가슴이 미어진다. 예수님도 죄가 없었다. 그 당시 죄를 짓고 살고 있던 사람들이 예수님을 죽였다.

한 순간에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고통과 슬픔은 마음이나 몸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텔레비전 화면에서 언뜻, 온통 속이 다 하얗게 타들어간 엄마의 입을 보았다. 사람의 입이 그렇게 헐 수도 있다는 것에 몸이 떨렸다. 물 한 모금 넘기기도 힘들 것 같았다. 얼마나 괴롭고 힘들면 저렇게 되었을까?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이 저런 것이구나, 있는 힘을 다해 간신히 버티면서 울고 있는 유족들의 모습이 너무나 처참했다. 그런 일을 함께 당하고 보는 것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이렇게 사람들을 엄청난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침몰 사고 원인은 여러 가지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원인은 배에서 평형수를 많이 빼내고 출항을 했기 때문이란다. 평형수는 배가 바다위에서 똑바로 뜰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어 주는 배의 생명수다. 배가 바다에서 떠다니는데 가장 근본이 되는 물을 빼 냈으니, 배가 옆으로 기울고 바다에 침몰할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선장은 안전하다고 떠들어대면서 계속 바다를 다녔다.

그 때, 선원들은 배에서만 평형수를 빼서 버린 것이 아니다. 그들을 사람답게 살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마음의 평형수’도 빼 버렸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귀중한 가치들, 사랑과 믿음, 생명의 존엄성과 양심, 책임과 윤리의식도 버렸다. 대신, 그 자리는 돈이 되는 화물로 채우고, 침몰하는 배안에 사람들을 그대로 내버려둔 채 자신들만 뛰쳐나오는 파렴치로 채웠다. 돈과 이기심이 지배하는 세상의 적나라한 얼굴을, 그들은 온 세상에 드러내 놓았다.

그들을 욕하고 비난하는 중에, 내 마음 속에서 알 수 없는 연민이 일어났다. 정도의 차이를 떠나서 거기 그들과 별로 다를 바 없는 내 모습이 있었다. 이기적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그리고 은연 중 돈에다 높은 가치를 두고 살았던 내가 보였다. 이렇게 계속 산다면 나도 저런 짓을 할 수도 있겠구나, 내 인생도 죄 없는 사람들을 억울하게 희생시키면서 침몰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두려움이 들었다. 그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과 함께 통회의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모두가 다 잘못 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흔들리지 않고 올바른 가치를 위해 바르게 사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다. 죽음 앞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먼저 살리려고 노력한 사람들, 유족들을 돕고, 사고를 수습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는 자원봉사자들, 자신들이 지은 죄도 아닌데 미안하다고 회개하면서 함께 울어주는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 마음의 평형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눈물은 사람들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면서 모자란 부분을 조금씩 채워주었다. 빼 버렸던 가치들도 제 자리에 도로 가져다 놓았다. 화물의 무게에 짓눌려 균형을 잃고 쓰러졌던 배가 화물을 버리고 평형수를 채우자 조금씩 바로 서고 있는 모습이 그곳에 있었다. 그 삶이 고마워서, 한 줄기 희망으로 남아줘서 울었다.

눈물이 자꾸 난다. 그래, 눈물이 나면 그냥 펑펑 울자. 어린 학생들이 흘렸던 눈물, 유족들이 흘리는 끝이 없을 눈물, 사람들이 흘리는 분노하는 눈물, 비난하는 눈물, 통회하는 눈물, 고마워하는 눈물, 그리고 희망의 눈물을 기억하면서 계속 울자. 울다가 지치면 서로 안고 도닥여 주고, 기댈 수 있는 어깨를 내 주면서 힘을 고르자. 그렇게 살다가 어느 틈에 우리의 눈물이 마르면, 내 마음속 평형수 눈금이 제 자리에 있는지 점검해 보고, 다시 울면서 더 좋은 내일을 향해 유족들과 손을 잡고 앞으로 나가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 팽목항 앞 바다 차가운 물속에서 서럽게 울던 어린 학생들은 분향소에서 국화꽃 송이가 되어 나를 맞아 주었다. 그들은 울고 있는 나에게 ‘우리가 함께 흘린 눈물들이, 마침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면, 그 때 다시 꽃으로 피어나서 함께 살겠다’면서, 눈물을 닦아주었다. 가슴이 시려서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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