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우리에게 최초로 선포하신 말씀은 “회개하라”(마태 1:15)는 주문이었다. ‘회개하다’로 번역된 헬라어 ‘메타노이아’는 ‘과거로부터 마음을 돌이키다’, ‘생각과 감정의 형태가 달라지다’라는 뜻이다. 주님은,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한 첫 번째 필요조건으로 무엇보다도 자기 인생을 돌아보고 돌이켜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신다.

무엇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돌이켜야 할까? 우리 자신이 만든 우리 자신의 허상을 돌아보고, 그것을 진짜라고 믿었던 마음을 돌이켜야 한다. 나는 지금껏 나 자신을 누구라고, 무엇이라고 생각해 왔는가? 나는 여러 모습과 역할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의 아들딸이고, 누군가의 부모이며, 직장에서는 계장이니 과장이니 부장이니 하는 직함으로 불린다. 상하좌우로 맺고 있는 인간관계 속에서 여러 가지 다른 얼굴로 행세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진정한 내가 아니다. 진정한 나는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신성한 진아이고, 그것만이 변하지 않는다. 변하지 않는 그것이 나의 주인 노릇을 해야 마땅하건만 우리들 대부분은 가짜의 나를 더 살찌우기에 분주하다. 그렇게 가짜의 나에 열중했던 나 자신을 돌아보고 돌이켜야 한다.

‘회개하라’는 말씀에서 우리는 흔히 ‘죄’를 떠올린다. 하지만 ‘회개’를 우리가 저지른 죄악들을 바라보고 뉘우칠 것을 주문하는 말씀으로만 해석한다면, ‘죄’라는 것을 지나치게 축소한 것이다. 죄란, 우리 자신의 됨됨이를 부인하는 것이다. 우리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딸임을 부인하고, 하나님의 DNA가 우리 안에 이미 심어져 있음을 부인하고, 우리가 만든 우리 자신의 허상을 진짜라고 믿고, 그것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우리의 진정한 DNA를 돌보지 않는 것이다.

그대 스스로 엮어 만든
그대를 가두는 뚜껑을
두들겨 부수기만 하면,
달걀 껍질을 깨고 병아리가 부화되어 나오듯이
그대는 거듭 태어나게 되리라.
껍질을 깨기만 하라,
그리하면 푸른 하늘이 곧바로
그대를 맞이하리라.
-잠언시집 <말할 수 없는 위안> 중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짜의 살림살이 불리기에 열중하는 세상 사람들은 쉽사리 변할 생각을 내지 않는다. 저마다 자기 안에 잠들어 있는 신성의 불씨를 다시 깨울 결심들을 하지 않는다. 예수는 간절히 말씀하셨다.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불이 이미 붙었으면 내가 바랄 것이 무엇이 더 있겠느냐?” (누가복음 12:49).

불은 생명의 원천이다. 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생명은 잉태될 수조차 없다. 물의 행성인 지구는 태양의 빛과 열기를 받음으로써 비로소 생명을 잉태할 수 있었다. 살아서 숨쉬는 한 누구에게나 생명의 불이 타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예수께서 불을 지르러 왔다고 하신 까닭은,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불씨’를 저마다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외면하는 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라는 작품 속 등장인물처럼, 우리 모두는 어쩌면 거지 복장을 하고 살아가는 왕자와 공주들인지도 모른다. 지구라는 놀이터에 와서 마음껏 흙먼지 묻히면서 뒹굴고 사는 거지들인 척하지만, 우리 모두는 실은 하늘 왕국의, 하나님의 소중한 자녀들이다.

우리 모두는 변장한 왕자이고 공주이다. 인생의 험한 꼴을 체험한 덕분에 지혜로운 왕이 될 수 있었던 마크 트웨인의 작품 속 왕자처럼, 우리 모두는 ‘인간이라는 탈을 쓴 하나님의 자녀들’이다. 어둠속으로 하강한 빛의 존재들이다. 어둠속에 있어 본 자라야 빛을 실감할 수 있기에, 스스로 어둠속으로 하강을 한, 그래서 ‘마음껏 진흙탕 속에서 뒹굴고 있는’ 왕자와 공주가 된 것이다.

아무리 불을 붙이려고 해도 축축한 나무에는 불이 붙기 어려운 것처럼, 스스로 자기 안의 신성을 보려고 하지 않는 사람은 예수가 건네주는 불씨조차 한사코 외면한다. 그분이 본향으로 향하시면서 우리에게 보내주신 성령을 받아 늘 내 안에 잠들어 있는 불씨를 깨워야 한다. 오순절 성령의 기운이 오늘 우리에게 임하여 불씨를 깨워 일으키기만 하면, 그 불은 저절로 생명의 온기를 발휘하면서 외부에까지 그 빛과 열기를 발산할 것이다. 그리고 주변을 밝힐 것이다. 기쁨을 노래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