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에서 건강을 말할 때 건강하다는 것은 단순히 질병이 없는 상태뿐 아니라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웰빙상태라고 정의 내린다. 우리는 그렇게 배웠고 그런 식으로 표현되어지는 노력을 하면 환자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건강해지고, 건강해지면 으레 행복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배운 대로 성심껏 노력했는데도 질병에서 회복되어 퇴원을 앞둔 젊은 환자가 처자식을 버리고 자기 목숨을 끊고 죽어갈 때, 마치 우리들의 노력을 비웃기나 하는 것처럼 훌훌 털어버리고 죽어갈 때는... 우리가 노력했던 일의 의미가 무언가 새삼 생각하게 되고,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인 건강만 유지해서는 부족하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신체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5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심리적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의 인간관계에서 사랑과 인정을 받아야 하고, 사회적 건강을 위해서는 생계를 유지할 만한 직장과, 가족이 살아갈만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3가지 영양소로는 사람들이 꼭 행복해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그 4번째 영양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영적인 영양소 즉 우리 인생에 어떤 의미,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해야 그때 비로소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이런 의미를 어떻게 갖게 되는가? 사람이 사는데 긍정적인 의미 즉 ‘인생은 살만한 것이다’ 하는 긍정적인 의미는 어떤 지식보다는 하나의 ‘믿음’이라고 생각된다. 이는 우리가 자라는 동안의 직접적 체험에서 생긴 확신에서 나오게 된다. 또 한 가지는 지금 상황이 아무리 불행하게 보일지라도 거기에는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반드시 평화롭게 정의로운 상태가 올 것이라는 ‘희망’이다. 이런 희망은 믿음과 확신에서 오는 것이다.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고 지금은 아무리 고생스러워도 언젠가는 이것이 끝난다는 희망을 가지고 살 때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런 믿음과 희망에서 비로소 우리가 이제까지 받았던 ‘사랑’을 인정할 수 있고, 내가 사랑을 받으면서 살아왔다는 그런 느낌이 있을 때 비로소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며 나의 관심이 나에게만 집중되지 않고 남에게도 펴나갈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이 3가지,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영적 영양소의 핵심이라 생각된다. 꼭 기독교신자가 아니더라도 살아가면서 의미를 갖지 못하면 결국에는 자살까지 하는 그런 비극이 온다. 그렇다면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고 의미가 있는 것이다’라는 태도는 어떻게 얻게 되는가?

우리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체험을 축적하며 살아왔다. 이들 많은 체험 중에는 두고두고 생각나는 그런 기억이 있다. 살아오면서 아주 어려운 곤경에 처해있을 때 뜻하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곤경을 모면하게 되면 이때 그는 “아! 이 세상에는 참 좋은 사람도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희망이 전혀 없는 것 같은 상태에서 희망을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한번 체험하고 나면 사람을 보는 눈이 그 순간부터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가 하면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남한테 착취만 당하고 이용만 당하고 산 사람은 사람을 보는 눈이 전혀 다를 것이다.

이러한 체험은 인간관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자연 속에서도 생길 수 있다. 매일 매일 지는 해를 어느 날 갑자기 참 아름다운 노을로서 새삼스럽게 받아들이고 느끼고 체험한 다음에 자연을 보는 눈이 달라지며 “이 세상이란 것은 참 아름다울 수 있구나”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좌절의 심연에 빠져있을 때, 정말로 외로운 상태에 있을 때 친구가 와서 아무 말을 안 해도 같이 있어주는, 그래서 고통을 동참하고 외로움에 동반해주는 그런 체험을 하면 그 사람이 평생 잊혀지지 않는다.

조금만 노력하면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새 삶을 찾아갈 수 있는 이런 체험 즉 ‘인생은 살만한 것이다’ 하는 긍정적인 의미를 우리가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자신이 온전히 건강해야 한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사회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영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