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에 열릴 세계교회협의회의 주제로 온 세계가 멸망으로 치닫고 있는 이 지구를 생명으로 돌이키려는 몸부림을 치고 있음을 절감케 한다. 며칠 전 7년 만에 복간된 정농회보라는 책자가 배달되었다. 표지에 큰 글자로 ‘정 농’이라고 쓰여 있다. 바른 농사로 하나님의 생육 번성케 하시는 일에 순응하기 위함이요, 정농으로써 이웃 사랑 실천과 정농정신으로 기쁨으로 노고를 받으며, 청년교육이 농촌정신의 근본적인 개선을 할 수 있고 사랑과 협동의 이상농촌 건설에 매진함으로 인류사회의 초석이 됨을 정농회 강령으로 하여 1976년부터 ‘하나님의 사랑을 생명의 농사로 실천하는 농민들의 모임’으로 창립한 단체이다. 전국에 다섯 개의 지회가 있어 나름대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나도 1999년 대안사회를 바라보며 생태마을 공동체를 시작하며 무주로 내려 간 해부터 정농회의 일원이 되었다. 후에 김제로 와 농사를 많이 지으며 지역 정농회에 문제가 있어 활동을 중단하고 있는 중이다. 사람이 모인 곳에는 늘 여러 문제가 있기 마련이고 욕심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 결국은 우리 지회의 붕괴를 가져 오고 말았다. 이 사건은 우리 지회원 모두에게 큰 아픔이었고 상처를 남겼다. 여러 루트로 문제제기를 했었는데 결국 해결되지 않아 우리 지회는 아직도 회복되지 못한 채로 있다.

농촌에 내려 온 지 15년째를 맞으면서 가장 크게 염려하는 일이 우리 농민들의 어려운 실상과 그에 따른 엄청난 죄다. 농촌상황이 악화되고 농민의 수는 급속히 줄어들어 노동력의 부족은 농민들이 자연을 오염시키고 생명력을 약화시키는 커다란 우를 범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치명적인 제초제, 살충제 등의 농약과 화학비료의 과다사용으로 이 땅에 돌이키기 어려운 잘못을 저지른 것이다. 더구나 기막힌 것은 농민 스스로가 이 상황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고 별 부담 없이 풀약이라고 여기며 별다른 방어도 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의 농사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지구를 치유하는 방식과 지구를 착취하는 방식이다!’고 조엘 샐러틴은 그의 책『미친 농부의 순전한 기쁨』에서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나와 대척점에 서있는 그들은, 곡물이 더 많이 자라라고 들판에 제초제를 뿌린다.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 콘크리트 축사에 소를 빽빽하게 채워놓고 아프지 말라고 항생제를 주사한다. 칠면조 똥을 가지고 소의 사료와 연료를 만들겠다고 수천억을 들여 연구한다. 현대의 산업농업은 낭만을 잃었고, 천하지대본이었던 농부를 노예로 만들었다. 그리고 식탁 위의 위생과 건강, 미식도 앗아갔다. 이런 우스꽝스러운 짓을 하면서 나더러 미친 농부라고 한다.”

그는 소가 들판에서 풀을 뜯게 하고, 닭이 그 뒤를 따라가며 벌레를 잡아먹게 하고, 돼지가 흥겹게 땅에 몸을 비비며 풀숲에서 뿌리와 열매를 찾아 먹게 한다. 유기농법처럼 작물에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며, 가축들에게 항생제나 호르몬제를 놓지 않는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토양을 보살피고, 야생초의 힘을 활용하는 풀 농법을 기본으로 농장을 운영한다. 풀 농법은 태양 에너지로 풀이 자라나고 초식동물과 육식동물로 이어지는 생태계순환의 궤적을 따르는 농사법이다. 우리나라 농업의 상황과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겠지만 근본은 다르지 않다. 사고의 전환과 정부의 정책의 변환으로 얼마든지 실행 가능한 일일뿐더러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일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친환경농업의 상황이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지난달 친환경인증자 사후관리교육에서도 들은 바 있고 실제 우리 주변에서도 친환경농업을 포기하는 농민들을 자주 만나곤 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다룬 정농지에서도 원자력의 대안은 재생에너지가 아니라 유기농이라고 말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직후 최초의 희생자는 인근에서 유기농 농사를 하던 70대 농부였다는 것이다. 그 농부는 평생 애써 가꾸어온 농사기반이 하루아침에 파괴되어 버린 현실 앞에 절망하여 자살했다. 농민은 인간 생존의 토대 중의 토대를 보살피는 사람이다. 원자력은 이 토대를 근원적으로 파괴하는 생명의 적이라는 사실을 후쿠시마의 그 늙은 농부가 자신의 죽음으로 증언한 것이다. 이 글을 쓴 김종철 선생은 유기농을 대안으로 내놓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유기농은 땅을 돌보고 아끼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농민들이 농민공동체라는 기반 위에서 행하는 공생농법이다. 그러므로 유기농을 제대로 하려면 자연의 이치를 존중하고, 조화로운 인간관계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배타적인 경쟁원리는 산업농의 원리이지 결코 유기농의 원리가 될 수 없다. 공생공빈의 정신으로 살아갈 때 이 땅에 평화로운 삶이 이루어지고, 하나님의 정의에 입각한 평화로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살아갈 수 있으리라.